[단독] ‘479채 매입’ 확인하고도 멈춘 수사…전세 사기는 독버섯처럼 퍼졌다
[앵커]
그렇다면 이 씨에 대한 수사, 어떻게 진행됐을까요?
수사 당국은 사기가 조직적으로 이뤄졌고 공모자의 존재도 확인했지만, KBS가 취재해보니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정황이 잇따라 확인됐습니다.
전세 사기의 싹을 자를 수 있었다는 비판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최혜림 기자의 단독 보돕니다.
[리포트]
2019년 7월, 서울 강서구의 세입자 2명이 이 씨를 검찰에 고소했습니다.
이른바 빌라왕을 낀 전세 사기가 막 시작되던 때, 이 씨는 그 첫 수사 대상이 됐습니다.
[피해 세입자/음성변조 : "저희가 재계약이 도래했을 때 000님(다른 피해 세입자)이 먼저 저희한테 연락이 왔어요. 집주인이 사기꾼인 것 같다, 연락이 안 된다."]
수사한 검찰은 이 씨의 실체를 모르지 않았습니다.
공소장에서도 이 씨가 총 479채를 보유하고 임대 사업한다고 적시했습니다.
계좌에는 천만 원만 있었고 자기 자본 없는 임대 방식으로 사업을 계속할 의도라고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수사는 고소가 접수된 2채에 머물렀습니다.
세입자들이 추가 피해를 우려하며 탄원서도 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피해 세입자/음성변조 : "녹음 파일들이나 이런 것들 사진들도 다 정리해서 보내보고 했었는데 전혀 피드백이 없으니까 그게 반영이 됐는지 안 됐는지도 모르겠고."]
이듬해인 2020년 6월, 이번에는 경기도 부천의 세입자 1명이 추가로 이 씨를 고소했습니다.
이때에도 검경은 이 씨 명의 빌라 수백 채를 확인하고도 고소된 1채에 대해서만 기소했습니다.
당시 경찰 수사 자료를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이 씨는 물론 건축주와 운전기사, 컨설팅업체 직원, 공인중개사도 조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들 중 이 씨 단 한 명만 재판에 넘겼습니다.
당시 수사 선상에서 제외했던 운전기사 김 모 씨.
수사가 진행 중인 시기에도 비슷한 수법으로 빌라를 사들였고 현재 27채의 세입자들에게 56억 원을 돌려주지 않은, 악성 임대인, 빌라왕이 됐습니다.
당시 이 씨가 거래했다는 컨설팅업체는 1년여 뒤 드러난 이른바 '세 모녀 전세 사기 사건'에서도 '깡통 주택' 거래를 공모했습니다.
그 업체 직원이던 신 모 씨는 그 뒤 같은 수법으로 덩치를 키웠고 최근 구속될 때까지 서울 강서 빌라왕의 배후로 활동했습니다.
[임종희/피해 세입자 변호인 : "단순한 건축주 또는 임대인의 사기로 수사가 진행된 측면이 있습니다. 배후 실체 규명 노력이 더 필요했지 않았나 하는..."]
검찰은 당시 수사 상황이 최근과 달랐고 고소가 2건, 3채에만 해당한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경찰도 고소 사건이 흩어져있어 전체 구조를 파악하기 쉽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경찰이 전세 사기 수사에 본격 착수한 때는 지난해 8월.
빌라왕 원조 격인 이 씨를 처음 수사한 지 3년이 지나섭니다.
KBS 뉴스 최혜림입니다.
촬영기자:허용석/영상편집:서정혁/그래픽:이경민 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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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림 기자 (gaegu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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