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보이는 HUG 곳간…재건축 대출도 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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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재건축 대출을 축소한다.
소규모 재건축 사업장에 저금리로 사업비 대출을 보증해왔는데, 이르면 오는 4월부터 지원 규모가 줄어들 전망이다.
1일 HUG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공사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을 비롯한 소규모 재건축 사업 등에 지원해온 사업비 대출 지원 제도 개편 작업을 시작했다.
HUG는 그동안 재건축 사업비 조달이 여의치 않은 소규모 재건축 조합 등에 보증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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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주택 등 소규모 재건축
대출금리 2%→5%대 올릴 듯
HUG, 전세사기·PF 리스크에
13년 만에 적자전환 가능성
'건전성 지표' 보증배수도 한계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재건축 대출을 축소한다. 소규모 재건축 사업장에 저금리로 사업비 대출을 보증해왔는데, 이르면 오는 4월부터 지원 규모가 줄어들 전망이다. 최근 전세 사기 급증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겹치며 13년 만에 적자 전환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조합 사업비 대출 방식 변경 검토
1일 HUG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공사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을 비롯한 소규모 재건축 사업 등에 지원해온 사업비 대출 지원 제도 개편 작업을 시작했다. HUG는 그동안 재건축 사업비 조달이 여의치 않은 소규모 재건축 조합 등에 보증을 지원했다. 지난해까지 조합들은 지정 금융회사에서 사업비의 90%까지 최저 연 2%대 저금리에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관련 대출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HUG와 금융회사의 부담이 커졌다. 주요 시중은행의 사업비 대출 이자가 연 7%를 넘어서자 조합들은 저금리 대출을 위해 HUG에 더 몰렸다. 지난해에는 예비비 확보를 기다리며 조합들이 대출 신청을 위해 줄을 서는 일까지 벌어졌다.
기금 부족으로 사업이 중단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재정 부담이 커지자 HUG는 기존처럼 이율을 특정해 대출해주는 방식이 아니라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를 바탕으로 대출이 성사되면 HUG가 보증을 통해 일부 이율을 감면해주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연 3% 초반에 사업비 대출이 이뤄지던 것과 달리 새로 대출받는 조합은 연 5%대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는 얘기다. HUG 관계자는 “가로주택정비사업 대출 지원을 위한 금융회사를 교체하기로 하고 관련 검토를 하고 있다”며 “세부 지원 방안 등은 금융회사와의 협의 등을 거쳐 1분기 이후 정해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13년 만의 적자 예상…개편 목소리 커져
최근 재정 부담이 커진 HUG는 주요 지원 사업 내용을 개편하고 있다. 부채 비율이 90%를 넘는 전세 계약에 대해서는 전세금안심대출 보증 한도를 80%에서 60%로 축소했다. 보증 가입 기준 역시 공시가격의 150%에서 140%로 내렸다. 급격히 늘어난 보증 부담에 따른 조치다.
HUG에 따르면 2018년 5128억원에 달한 연간 이익은 2019년 3836억원, 2020년 2918억원, 2021년 362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전세보증금 대위변제액이 급격히 늘어나며 1000억원 수준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보증금 사고는 지난해 5443건으로 피해액만 1조1726억원에 달한다. 2018년 372건(피해액 792억원)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14배 이상 급등한 수치다.
대표적 재정 건전성 지표인 보증 배수도 한계에 달했다. 주택도시기금법에 따르면 HUG의 보증 총액은 자기자본의 60배를 초과할 수 없는데, 작년 말 기준 54.4배까지 치솟았다. 올해 말 예상치는 59.7배로 법정 한계에 근접한다. 국회에 HUG의 보증 총액한도를 70배로 늘리는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지만, 여야 협의가 시작되지도 않아 법안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건전성 문제와 별개로 정비사업 대출 지원 제도 자체를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정부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HUG에 관련 지원 예산으로 2675억원을 편성했다. 매년 기금 고갈과 예비비 편성이 반복되자 올해는 4600억원으로 증액했으나 여전히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HUG의 사업비 대출 집행이 안 돼 중단된 재건축 현장이 서울에도 다수”라며 “가로주택 정비사업의 70%가 HUG 지원을 받는데, 수요를 감당하려면 예산을 늘리고 지원 방식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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