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부스트라다무스]② 채상욱 “손흥민처럼 ‘양발 전략’ 써라... 타이밍·가격 모두 챙겨야”

이미호 기자 2022. 12. 31. 0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투자자의 상당수가 타이밍(시점) 전략에만 함몰돼 있어요. 이것을 저는 ‘외발 전략’이라 부릅니다. 손흥민처럼 양발을 다 써야 하는데 한쪽 발만 쓰는 거나 마찬가지죠. ‘프라이싱(가격) 전략’도 함께 써야 합니다. 즉 낮은 가격일 때 살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해요. 또 높은 가격은 ‘높다’라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서울 강남역 근처 업라이즈 건물에서 만난 채상욱 포컴마스 대표는 ‘향후 투자 전략’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10년간 하나금융투자 건설·부동산 담당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던 채 대표는 2021년 암호화폐 회사 업라이즈에 합류한 후, 최근 실수요자 중심의 부동산교육 프로그램을 론칭하는 등 분주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는 부동산 시장 전망을 묻는 질문에 “내년 하반기가 역전세의 클라이맥스”라고 답했다. 집주인들이 가격을 내려서라도 세입자를 구하려고 하는 사태가 내년 하반기 정점에 이르다가 연말이 되면 조금은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금리 하향기조에도 전셋값은 4년전 보다 더 빠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9년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동조화(커플링)’ 현상이 있었다면, 이제는 ‘블록 경제’ 하에서 어느 정도 높은 금리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적어도 4년 전보다는 높은 금리가 유지될 것이고, 전셋값은 그때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채상욱 포컴마스 대표가 서울 강남구 업라이즈 본사에서 내년 부동산 시장 전망과 투자 전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이미호 기자

―전세가격 하락세, 언제까지 지속될까.

“전세 대란이 2020년 8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정확히 1년 6개월간 이어졌다. 코로나 사태, 금리 제로화, 무제한 유동성 공급, 주택임대차법 개정이라는 변수와 맞물려 전세 가격이 고공행진했다.

올해 5월에 ‘8월부터 역전세가 올 것’이라고 예견했는데 다들 비웃었다. 그러나 전세 하락기는 실제로 시작됐고 내년 하반기 정점을 지나 연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본다. 이례적이었던 ‘전세 강세’의 되돌림이 내년 말까지 이어지는 셈이다.”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일단 우리가 생각하는 ‘금리 레벨’이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업라이즈 소속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미 연방준비제도(Fed)에서 금리를 인하할 것이고 시장 금리는 이를 반영해서 내려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시장 금리는 올해 말, 정점을 찍었고 내년 하향 기조를 거쳐 2024년에도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기준금리를 인하하든 인하하지 않든, 이미 시장에서는 금리를 내려야 할 만한 상황이 됐다.

다만 2019년 초저금리 시기처럼 금리가 ‘글로벌화’, 즉 전 세계가 다 엮여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제는 ‘블록 경제’ 시대다. 그때보다 국내 시장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즉 시장금리 수준이 4년전 보다 높다면 전세가는 2019년보다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의 위축은 내년 말로 끝나고 2024년부터는 이른바 ‘높아진 금리 레벨’에 적응하는 전세가액대가 형성될 것이라고 본다. 결국 ‘역전세의 충격’ 여파가 제가 생각한 것보다 좀 더 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양발 전략을 언급했는데 어떤 이야기인가.

“타이밍과 가격을 모두 챙겨야 한다는 의미다. 타이밍을 잡는 전략은 가계대출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가계대출이 증가할 때 집을 사고 대출이 감소할 때는 보수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말한다. 가계대출은 주택 가격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대출이 급증했을 때,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지 않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대한민국에서 돈을 빌리면 대부분 집을 산다.

2000년대 초반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은 연 10조원이 안 됐었는데 2004년 전후로 60조원까지 증가 폭이 커졌다. 참여정부 시기였다. 이후 2015년에는 연간 120조원이 늘었고, 2020~2021년 코로나 및 제로 금리 기간에는 무려 연간 140조원이 늘었다.

그런데 지난 11월 누적 기준, ‘마이너스 5조원’을 기록했다. 2001년 이후 21년 만에 순 감소였다. 자산 가격이 올라갈 수 없는 환경이다. 가계 대출은 매우 직관적으로 자산 시장의 상황을 설명해준다. 이처럼 가계대출이 전환되는 기간을 보고 대응하는 것이 타이밍 전략이다.”

―대부분 투자자도 타이밍을 보고 있다고 생각 할텐데.

“그렇다. 하지만 타이밍은 전문가들도 맞추기 어렵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찍어놓은 점(점도표)을 보면서 아파트 투자를 고려하는게 한국의 타이밍 전략이다. 나는 이 전략에 근본적으로 회의감이 든다.

또 다른 버전의 타이밍 전략은 정책 제시 시점을 보는 것인데 이 역시 회의적이다. 박근혜 정부인 2014년 구도심 재건축 활성화, 담보인정비율(LTV) 70%로 확대, 주택임대사업자 제도 도입 등 ‘강한 맛’ 정책을 몰아서 시행했다. 이후 2016년 11월 13일에 청약 조정 지역이 최초로 등장했는데 그때부터 안정화 정책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점은 세제 관련 총 집합본이라고 할 수 있는 (2020년) ‘7·10 대책’이다.

그 기조가 내내 유지되다가 올해 9월 ‘활성화 정책’들이 다시 나왔다. 하지만 지금의 활성화 정책을 보고 타이밍 전략을 구사하기엔 너무 이른 것으로 보인다. 아직 ‘순한 맛’ 정도로 보다 ‘강한 맛’ 버전이 안 나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는 여전히 270만호 공급을 외치고 있다. 3기 신도시를 포함, 대규모 택지개발지구를 통해 주택공급을 하겠다고 했다. 이는 활성화와 반대 방향의 정책이다. 아직 정책이 제시하는 방향을 잡기 어려운데 시장에서는 ‘규제 완화’ 정책이 나오기 시작하니까 벌써 타이밍을 보기 시작하더라.”

―그렇다면 가격 전략은 무엇인가.

“한 마디로 싼 가격을 싸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하고 비싼 가격은 비싸다고 말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한국 아파트 가격이 높다 또는 높지 않다는 평가를 거의 하지 않는다. 모두 다 그냥 ‘비싸다’고만 생각하고 있다. 다만 이제는 상당수가 (아파트가) 비싸졌다고 느끼는데, 얼마큼 비싸고 또 왜 비싼지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이 부분에 대해 설명한 사람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다. 원 장관은 취임과 함께 ‘서울 주택가격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이 18배에 이르러 금융위기 직전 8배보다 높고 금융위기 직후 10배보다도 지나치게 높다’고 했다.

나는 이것을 ‘한국 아파트가 가격 면에서 어느 정도 비싸졌구나’라는 개념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순간이라고 본다. 소위 ‘프라이싱 전략’이라는건 없었는데, 가격에 대해 비싸다는 개념을 수치적으로 깨닫게 된 것이다.

원하는 아파트 단지가 (가격이) 떨어진 것인지 안 떨어진 것인지를 보려면, 개별적으로 가치 평가를 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PIR은 전국 시장에 대한 개념인데 이를 개별 단지에 적용해보고, 예들 들어 ‘소득 대비 (주택가격이) 10~12배 정도라면 사도 된다’와 같은 제안들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 가격대가 장기 평균을 유지해왔고 대부분 그 정도 선에서 샀으니 합리적인 선이라고 볼 수 있는 가격을 찾아야 한다.”

―합리적인 가격을 찾는 방법은.

“예를 들어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세가격의 1.6~2배 정도의 가격 밴드를 오랜 기간 동안 유지해왔다. 우리는 이것을 ‘전세가율’이라고 부른다. 지금 서울 전세가율은 55% 정도인데 이것을 역산하면 (매매가가 전세가의) 1.9배 정도 된다. 지방의 전세가율은 80%가 넘는 곳도 있다. 역산하면 1.3배가 나온다. 그런데 우리는 매매가만 진리로 보고 ‘전세가율’을 따진다. 즉, 거꾸로 해석을 한다. 전세의 본질은 임차료와 내재 가치인데도 말이다.

A아파트 매매가는 9억원, 전세가는 3억원이라고 가정하자. 하락기를 거쳐 매매가가 최근 4억5000까지 빠졌다고 하자. 우선 ‘타이밍 전략’만으로 따져 보자. 4억5000까지 빠진 상황에서도 ‘더 하락할 테니까 좋지 않은 타이밍’이라고 보고 팔게 된다. 실거래가만을 진리라고 생각하니까 앞으로 가격이 계속 빠진다고 생각을 하게 된다. 해당 물건이 지금 비싼지 싼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4억5000만원에 사서 2년 정도 굉장한 상승을 했다가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해 4억5000만원을 건드리는 순간, 원금 손실이 나니까 이때 팔게 된다. 이게 바로 외발 전략이다.

전세가 3억원이고 장기 평균 1.6~2배 사이에 매매가를 형성해 왔다면, 4.8억원에서 6억원까지 매매가 밴드가 된다. 따라서 이미 내재 가치 수준의 가격에 접근했다는 뜻이 된다.

매수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타이밍이 좋지 않더라도 본인이 현재 충분히 거주할 만 하고, 전세가 3억원이 유지되고 있고, 주변 호재도 생겨서 점점 살기 더 좋아질 것으로 보이는데다 앞으로 5000만원 정도 올라갈 수도 있을 것 같다면 ‘사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무주택자라면 실거주용 1주택은 언제 사든 진리’라는 말도 있다.

“타이밍 전략과 가격 전략 모두 다 무시하는 발언이다. 언제든 사라는 것은 아무 가격대나 아무 타이밍에 사라는 ‘무책임한 발언’이다. 장기간 보유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장기간 추세로 봤을때 자연스럽게 우상향할 경우 오래 보유하면 타이밍과 가격 모두 헷지(Hedge, 위험 회피)해서 종국에는 수익이 난다는 뜻인데 와전된 말이다.

무주택자는 관심을 갖고 있는 단지가 있다면, 매매가격이 전세가 대비 몇 배였는지 장기 기준으로 계산을 해봐라. 전세가 추세를 보고 전세가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또 스스로 매매가 전망을 해보시길 바란다.

그 가격이 자기 소득의 10~12배 정도가 됐다면, 그것은 역사가 증명하는 평균 매수가가 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지표상으로도 너무 비싸게 나왔다면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실제 조금 기다리려고 했는데 타이밍상 갑자기 활성화 정책 강도가 너무 세져버린다든가 가계 대출이 폭증하는 상황이 도래한다면, 왼발과 오른발을 병행해 균형있게 전략을 수립하면 된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