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재건축 '흥행보증수표' 은마, 남은 산은?
[편집자주]부동산 거래시장이 고금리 여파에 꽁꽁 얼어붙었다. 집값은 반년 넘게 하락하고 있다. 정부가 거래 활성화를 위해 대출 규제 완화에 이어 서울·과천·성남(분당·수정)·하남·광명을 제외한 전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했다. 하지만 매수 대기자들은 높은 금리에 집을 살 엄두가 나지 않고 정부는 연이어 주택공급대책을 내놓고 있다. 역대급 공급폭탄이 예상된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남아있다. 이번에 허가된 은마아파트 재건축 최고 층수는 35층으로 현재 대비 1354가구(30.6%)가 증가하는 수준이다. 추진위가 희망하는 49층보다 한발 물러선 결정이다. 추진위는 현행법과 서울시 조례에 따라 35층 정비계획안을 제출했지만 내년에 조합설립인가 이후에 사업성을 높이기 위한 49층 계획안 변경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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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 재건축에 청신호가 켜졌음에도 최근 실거래가는 날개 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76㎡(이하 전용면적) 실거래가는 지난 11월8일 17억7000만원(1층)에 신고됐다. 노후 아파트 특성상 1층 매물이 저가에 거래되는 특성이 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지난해 11월 최고가(26억3500만원) 대비 1년 만에 8억6500만원 하락한 것이다. 현재 호가는 18억3000만원에서 최고 22억5000만원까지 형성돼 있지만 단지 내 상가의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은마아파트는 경매시장조차 외면하는 분위기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1월10일 감정가 27억9000만원에 경매가 진행된 은마아파트 84㎡ 물건은 입찰자가 나서지 않아 유찰됐다. 은마아파트가 경매시장에 나온 것은 2017년 이후 5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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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이자가 늘어나는 상황에 집값은 내리고 은마아파트 호가만 떨어지지 않은 셈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주택경기 침체로 부동산 바로미터인 강남 재건축 거래시장 역시 찬바람이 불고 있어 은마아파트 매매가가 빠른 시간 내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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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준공 당시 서민 아파트이면서 역대급 대단지로 지은 은마는 43년의 세월 동안 아파트 한 채만 지키며 살아온 사람도 있고 재건축에 투자했다고 해도 장기투자한 현금 부자, 영끌(영혼 끌어 모은 대출) 투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이들의 의견을 봉합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35층으로 확정 시 조합원 분담금이 최대 10억원 안팎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때 온라인상엔 미래 100년 후의 은마아파트를 조롱하는 '대치동 가상 사진'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주변에 빽빽하게 초고층빌딩이 들어선 상황에 마치 유물처럼 은마아파트만 남은 모습이다.
층수 변경의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는 올 3월 일반주거지역 아파트의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하는 '35층 룰'을 폐지하겠다고 밝혔고 최근에 대치동 미도아파트가 첫 적용 사례가 됐다. 1983년 준공된 미도아파트는 지난 11월21일 최고 50층 3800가구의 신속통합기획안을 통과시켰다. 신속통합기획은 서울시가 민간 재건축 사업에 참여해 조합 등과 협의, 사업 진행 속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1971년 입주한 여의도 시범아파트도 최고 65층 2500가구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시범아파트는 앞서 11월7일 65층 재건축의 신속통합기획안을 확정했다. 준공에 성공할 경우 서울 시내 아파트 가운데 가장 높은 건축물이 된다.
둔촌주공 등 다른 강남권 대단지의 재건축 사업에서 문제가 됐던 상가 조합원 보상 문제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려면 소유주 75%, 동별 50%의 동의가 필요한데 상가는 하나의 동으로 인정한다. 재건축 부담금 산정 대상이 주택으로 제한되다 보니 아파트와 상가 조합원의 부담금이 다르게 책정될 수 있다. 은마종합상가 카페 주인 B씨는 "재건축을 완료하는 데 수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영업 중단의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정비계획안 통과 여부를 지켜보던 상가 소유주들도 최근 재건축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은마아파트 상가 소유주들에 따르면 재건축 설명회와 협의회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의 은마아파트 지하 관통 문제로 추진위와 시공사 현대건설이 갈등을 빚고 있는 점도 우려된다. 추진위를 중심으로 GTX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안전성 문제로 설계변경을 요구하고 있어, 향후 조합 내부 갈등이나 사업시행 과정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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