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데자뷰]③ 주택시장, U자형 침체 가능성… 전문가 “규제 안풀면 L자형 침체로 갈수도”

최온정 기자 2022. 11. 1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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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가격이 끝 모를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역대 최고치를 연달아 갈아치우던 매매가격은 이제 역대 최대 낙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작년 한 해를 달궜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정비사업 등 각종 호재도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거래도 극도로 얼어붙었다. 일각에서는 10여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하다며 주택시장이 심각한 침체를 겪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금융위기 당시 침체 양상을 되짚어보고 전망을 들어봤다.[편집자주]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부동산 시장 침체가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24주 연속 하락하면서 11월 첫째주에는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2년 5월 첫째주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집값이 떨어지기도 했다. 추가 금리 인상과 맞물리면서 하락세가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금융위기처럼 ‘U자형 반등’ 온다… “단기간 반등 어려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집값 하락 후 점진적으로 회복세로 전환하는 ‘U자형 반등’이 올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연말까지 급락한 후 내년 상반기부터 회복세로 전환하는 ‘V자형 반등’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뜻이다. U자형 반등은 앞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나타났던 흐름이다. 당시 주택시장은 5년동안 집값이 9%까지 점진적인 하락세를 유지한 뒤 3년에 걸쳐 종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6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시내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뉴스1

회복세가 더딜 것으로 예상되는 주된 이유는 금리 인상이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 금리를 계속 인상하고 있고, 한국은행 역시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단기간에 집값 반등이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낸 보고서에서 현재 3.0%인 기준금리가 내년 상반기에는 연 3.75%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근본적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발(發) 공급난으로 인해 발생한 물가인상의 장기화가 주택시장 회복의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곡물·원유 등 원자재 공급이 막히면서 가격이 급등했고, 중국이 ‘제로 코로나’라고 불리는 강도높은 코로나 방역정책을 펼치면서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박합수 건국대학교 겸임교수는 “금리 인상 속도가 다소 둔화되더라도 당분간은 높은 금리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주택시장이 반등한다면 V자 반등이 아닌 U자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분양가가 높아진 상황에서 수요가 유발되려면 빠른 경기회복이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 ‘L자형 장기침체’ 가능성도… “대출 규제 풀어 구매력 높여야”

일각에서는 이번 하락기가 급락 후 장기간 침체가 지속되는 ‘L자형 침체’ 모습이 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지금은 금리 인상이 블랙홀처럼 집값을 끌어당기고 있어 U자형 반등도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 “특히 집값 하락으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구매력이 크게 저하되면서 한동안 집값이 바닥을 다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구매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이 적절한 시기에 나와줘야 U자형으로 침체가 끝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는 것은 막아야하지만, 경착륙을 비롯해 거래 침체가 장기화하는 것도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구매력 상승을 위해 필요한 조치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가 꼽힌다. 정부는 2019년 DSR 제도 도입 이후 규제를 강화하다가 올 7월에는 총 대출액이 1억원을 넘길 경우 DSR 한도를 40%로 제한했다. 정부는 그간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다른 규제의 경우 한도를 다소 완화했지만, DSR 규제만큼은 풀어주지 않고 있다.

규제지역 해제도 집값 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로 지목됐다. 정부는 현재 규제지역을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으로 나눠 LTV·DTI 한도를 달리 적용하고 있다.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비수도권에서 대부분 해제됐지만, 수도권은 서울과 경기 일부(과천, 성남시 분당구·수정구, 하남시, 광명시) 지역에 여전히 남아있다. 수도권은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서울 15개 자치구만)으로도 지정돼 이중 삼중의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조정대상지역은 직전 3개월간 집값 변동률이 물가상승률의 1.3배 이내이면 해제 가능하다”면서 “집값이 하락하고 있는데도 수도권 지역이 여전히 규제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덧붙여서 그는 “투기과열지구도 서울 외곽까지는 다 풀어야 한다”면서 “구매력을 하락시키는 이런 규제들을 풀지 않으면 주택시장이 경착륙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 다주택자 세제 완화·등록임대사업자 부활 필요

그동안 부동산 투기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다주택자들에 대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 대한 규제만 풀어서는 주택 수요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그동안 집값 상승을 이끌었던 소위 ‘영끌족’들은 미래 구매력까지 끌어와서 집을 매수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규제만 풀어서는 집값 하방압력을 막기가 어렵다”면서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다주택자들은 최대 75%에 달하는 양도소득세를 내야하고, 취득세도 최대 12%가 적용돼 집을 팔거나 사기가 쉽지 않다.

다주택자에게 양도소득세 감면과 주택수 제외 등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는 등록임대사업자 제도의 부활도 필요한 조치로 꼽힌다. 정부는 과거 임대주택 보급을 위해 임대사업자 등록을 독려했지만, 다주택자의 투기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일자 2020년 아파트 매입임대유형을 없애는 등 제도를 축소했다.

정부가 앞으로 내놓을 등록임대사업자 부활 조치는 이런 주장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정부는 지난 10일 열린 제3차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향후 1~2개월간 시장과 소통을 거쳐 등록임대사업자 정상화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이 방안에는 세제 인하 방식과 해당 주택 유형 등 세부사항이 담길 예정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섣부른 규제 완화가 오히려 시장 교란을 불러올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DSR 완화 등 대출규제를 푼 뒤에도 거래가 잘 되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지속된다면 등록임대사업자 활성화 제도를 통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런 선행 조치 없이 다주택자에 부과되는 세금 등 규제를 완화한다면 무주택자·1주택자의 거래 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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