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개편안 '반쪽짜리' 평가.."공급 확대 글쎄"
분양가 1.5~4% 상승 예상…"물가·자재 가격 급등…상쇄 어려워"
[더팩트|이민주 기자]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분양가 상한제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업계는 다소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않는 분위기다.
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필수 비용을 가산비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적절히 제도를 개선했다는 자평과 달리 업계에서는 사업성을 고려하지 않은 '미세조정'안으로는 공급 확대를 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전날(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첫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분양가 제도 운영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분양가 상한제는 공공 택지 안에서 감정 가격 이하로 땅을 받아 건설하는 공동 주택의 가격을 국토부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른 분양 가격 이하로 공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주변 시세의 70~80%로 분양가를 제한해 고분양가 논란과 투기수요로부터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으나, 공급의 대부분을 도시정비사업에 의존하는 서울 지역에 공급가뭄을 초래하면서 수정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국토부는 앞으로는 가산비 항목에 세입자 주거이전비, 영업 손실보상비, 명도 소송비, 기존 거주자 이주를 위한 금융비(이자), 총회 운영비를 반영하겠다고 했다. 분양가 상한제는 택지비(땅값)와 기본형 건축비, 가산비로 이뤄진다.
주거 이전비와 영업손실 보상비는 토지보상법상 법정 금액을 반영하고, 명도소송비는 소송 집행에 소요한 실제 비용을 추가 반영한다. 조합원 이주비용 조달을 위한 이주비 대출이자도 대출 계약상 비용을 반영한다.
다만 분양가의 급격한 상승을 막기 위해 이주 대출이자는 반영 상한을 두고, 조합 총회개최비·대의원회의 개최비·주민대표회의 개최비 등 총회 필수소요 경비는 총사업비의 0.3%를 정액으로 반영토록 했다.
기본형 건축비와 관련해서는 원자잿값 변동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비정기 조정 제도'를 손질한다. 현행 기본형 건축비는 정기고시(3·9월) 외에도 주요 자재가격 급등 시에 비정기 조정 제도가 있지만 제도도입 이후 조정항목 자재가 그대로 유지돼 사용 빈도가 낮은 자재의 변경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사 왔다.
이에 현행 레미콘, 철근, PHC 파일, 동관 등 4개 자재 항목을 레미콘, 철근, 창호유리, 강화합판 마루, 알루미늄 거푸집 등 사용빈도가 높은 5개 자재 항목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비정기 조정 요건도 '단일품목 15% 상승 시' 외에 '비중 상위 2개 자재(레미콘·철근) 상승률 합이 15% 이상인 경우' 또는 '하위 3개 자재(유리·마루·거푸집) 상승률 합이 30% 이상인 경우'에는 정기고시 3개월 내라도 조정이 가능하도록 변경한다. 종전에는 4개 자재의 가격이 3개월 만에 15% 이상 오르면 비정기적으로 건축비를 조정할 수 있었다.
분양가 심사절차도 손을 본다. 그간 민간택지 택지비 산정 시 감정평가 결과를 부동산원에서 비공개로 검증했으나 앞으로는 '택지비 검증위원회'를 신설해 부동산원 외에도 해당평가사와 전문가 등이 검증에 직접 참여하도록 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고분양가심사제도도 자재비 급등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분양보증 시점 기본형 건축비 상승률이 최근 3년 기본형건축비 평균 상승률보다 높은 경우 분양가를 일부 가산하는 '자재비 가산제도'를 신규 도입한다.
업계에서는 분양가 심사절차의 투명성과 합리성을 제고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고분양가 심사가격 상한을 개선한 것에 대해 호평했다. 고분양가를 심사에 필요한 '비교대상 인근 사업장' 선정 요건(준공 20→10년 이내)을 일부 완화하면서 심사가격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비교사업장 선정 시 세부 평가기준이나 배점도 공개하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HUG의 고분양가 심사기준이나 절차를 개선한 점은 긍정적"이라며 "이전에는 일방적으로 분양가를 통보받는 식이었지만 기준과 절차를 개선하게 되면 분양가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개편안에 따른 4%대 분양가 상승으로는 공급 확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가 한국부동산원에 의뢰한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이번 개선안에 따라 분양가(재개발)는 1.5~4% 상승할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56(2020년=100) 전년 동월 대비 5.4% 올라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4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45.16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83포인트 올랐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안전연구원 연구위원은 "분양가 상승 폭이 최대 4% 수준이라는 일각의 예상 폭 등을 감안하면 당장의 정비사업추진에 전반적으로 큰 탄력을 가져올 정도는 아니다"며 "분양가 상한제가 어떻게 수정되건, 사업지마다 산정되는 분양가가 얼마인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세의 70~80%선으로 분양가를 억제한다는 제도의 취지는 유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개편의 의의는 다양한 항목을 분양가에 반영할 여지를 다 열어두었다는 것에 있다. 향후 실제 적용이 어떻게 되는지를 봐야겠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 입장에서도 신축아파트의 가격을 결정하는 분양가를 대폭 올리는 결정을 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경직돼 있던 분양가 상한제를 여건 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개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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