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돋보기] 부동산 세금 제도가 바뀔 때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세금 공약은 한마디로 ‘정상화’다. 취득-보유-양도 단계 세금을 줄여서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1주택자를 중심으로 세금 부담을 낮추되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양도세 중과 유예를 적용, 거래에 물꼬를 트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세제를 부동산 시장 관리 목적이 아닌 조세 원리에 맞게 개편하겠다고도 했다. 이를 위해서 부동산 세제 전반의 정상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세금 공약에서는
정부는 3월 23일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하면서 1주택자를 대상으로 보유세는 올해가 아닌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해 전국 공시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17.22% 올랐지만 세 부담을 감안해 작년 공시가격을 적용해 세 부담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부동산 세제를 전체적으로 손본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런 발표안은 향후 발표될 규제 완화안과 함께 봐야 한다.
세금 공약에서 가장 먼저 손보는 게 부동산 공시가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낸 공약에서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을 통해 부동산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공시가격 산정 근거와 평가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자체에 공시가격 검증센터를 설치해 중앙정부와 공시가격을 상호검증하겠다고도 했다. 당시 공약에는 또 향후 공시가격 현실화 추진계획을 재수립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재산세나 종부세 등 보유세를 계산할 때 과세하는 금액의 기준은 주택의 시세가 아니라 공시가격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과세표준을 정할 때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이다. 현행 종부세법은 60∼100%에서 해당 법 시행령(재산세는 40~80%)으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정할 수 있게 돼 있다. 정부는 공정시장가액비율로 올해 재산세 기준 60%, 종부세 기준 100%를 각각 적용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지난해 수준(95%)으로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문재인 정부안(100%)과 차이가 있다. 추가적인 협의를 통해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00%로 확정할 경우 초고가 주택은 1채라도 종부세 부담이 지난해보다 소폭 늘어난다.
또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자였을 당시 1주택자 종부세율을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으로 인하(0.6~3.0→0.5~2.0%)하겠다고 했다. 세 부담 증가율 상한(늘어나는 세금 최고치)도 내리기로 했다. 즉 1주택자, 비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150→50%로,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3주택자, 법인은 300→200%로 각각 낮추겠다는 것이다.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해 연령과 관계없이 매각, 상속 시점까지 종부세 납부 이연을 허용할 계획이다.
다주택자는 여전히 보유세 부담 커
윤석열 대통령 공약은 주로 1주택 중심으로 재산세와 종부세 혜택을 부여한다.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고가 1주택(똘똘한 한채) 보유 심리가 강해질 것이다. 다만 지방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중 종부세를 기준으로 ‘보유 주택 호수에 따른 차등 과세를 가액기준 과세로 전환’이라는 항목이 있어 서울 및 수도권보다는 1채 보유 경향이 덜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과 수도권은 상대적으로 지방보다 주택 가격이 비싸 공약이 시행되더라도 큰 혜택을 입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서울과 수도권 다주택자들 사이에서 주택 수 줄이기 흐름이 나타날 수 있을 것 같다. 다주택자들은 이번 보유세 부담액을 보고 양도세 한시적 감면 기간을 활용해 집을 매각하거나 자녀에게 부담부증여를 통해 집을 줄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언제 시행할까
현재 서울과 같은 조정대상지역 내에 다주택자가 주택을 양도할 때 2주택은 기본세율(6~45%)에 20%포인트, 3주택 이상은 30%포인트를 더한 세율로 중과한다. 3주택자는 최고 세율이 지방소득세까지 포함하면 82.5%에 이른다. 양도세 부담에 집주인들이 팔기를 꺼려 시장에서 매물 잠김효과가 발생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지난 대선에서 여야 모두 다주택자 양도세 감면을 공약으로 내건 이유다.
현재 소득세법에서는 다주택자 중과세 제도를 시행하는 것으로 하고 그 적용 범위(예외도 포함)를 시행령에 위임해두었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중과를 유예하는 방법을 진행한다. 지난 2020년에도 시행령을 개정해 6개월간 한시적으로 10년 보유주택에 한해서 중과하지 않았던 적이 있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새 정부 출범에 맞춰 5월 10일을 기준으로 다주택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이 경우 중과세율이 아닌 6~45%의 일반세율이 적용되고 만 3년 이상 보유 시 연 2%, 최대 30%의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적용된다. 또한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판단 시 보유와 거주 기간을 최종 1주택이 된 이후부터 다시 기산하는 제도도 폐지하고 거주 이전을 위한 일시적 2주택 중복 보유 기간도 2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1년 내 전입 조건 역시 삭제된다. 따라서 일시적 2주택은 2019년 12·16대책의 조건이 폐지되고 2018년 9·13대책 수준으로 회귀하게 된다.
다주택자 양도세 한시적 감면을 실시하면 절세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실수요자들은 이런 절세매물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재산세와 종부세 과세 기준일인 6월 1일 전 5월 31일까지 잔금을 치르는 조건의 매물이 나올 수 있다. 다만 올해는 기한이 촉박하다. 대신에 다시 내년 상반기 중 한 번 더 절세매물이 지역별로 더 나올 수 있다. 절세매물을 찾는다면 그때가 기회가 될 수 있다.
취득세도 감면, 갈아타기 쉬워지나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공약집에서 1주택자의 원활한 주거 이동을 보장하기 위해 1~3%인 세율을 단일화하거나 세율 적용 구간을 단순화하겠다고 밝혔다. 중소형에서 중대형 주택으로 혹은 중저가에서 고가주택으로 옮겨타기를 하려는 실수요자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요즘 강남 등 서울 주요 지역에서 국민주택규모 아파트를 사려면 취득세만 해도 1억원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생애최초주택 구매자에 대해 취득세 면제 또는 1% 단일세율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조정대상지역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중과세 완화다. 현재는 보유 주택 수에 따라 규제 지역 2주택은 8%, 3주택 이상이나 법인에 대해서는 12%의 중과세율이 적용되고 있는데, 과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신에 취득세 감면 공약의 시행 시기는 집값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만약 시장이 안정된다면 비교적 이른 시일 내에 시행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시장 분위기를 봐가며 속도 조절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도 변경 시기에 놓치지 말아야 할 것
제도가 바뀌는 시기의 주택 시장에서는 매도든 매수든 관망세가 커진다. 즉 어느 쪽도 쉽게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주목해야 할 점은 관망세가 끝나는 시점이다. 제도가 바뀌고 사람들의 판단이 정해지면 그때는 어느 쪽이든 움직이기엔 조금 늦을 수도 있다. 다주택자 중과 유예와 보유세 과세 기준일에 따른 매물 출현도 마찬가지다. 5월 말 전 잔금 조건으로 매물이 나오는 곳은 분명히 있다. 다만 해당 매물이 나오는 기간은 생각보다 짧고, 물량도 생각보다 많진 않을 수 있다. 대신 분명히 존재는 한다. 제도가 바뀌는 시기엔 평소보다 더 크게 눈을 뜨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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