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텝'에 집값은 고차방정식.. 전문가 5명 중 3명 "금리, 집값에 영향 적다"
"규제많아 금리 여파 적다" vs "빠른 인상, 주택시장 위축"
미국의 빅스텝(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것)은 한국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까.
새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에 집값이 다시 꿈틀대는 가운데 미국의 빅스텝이 우리나라 금리 인상에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한 쪽에선 금리 인상이 집값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미국이 추가적인 빅스텝을 예고한 만큼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 분명한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규제 강력해 금리인상 영향 제한적… 주담대 금리 선반영”
6일 조선비즈가 부동산 전문가 5명(고준석·권대중·김덕례·박합수·함영진)에게 미국의 빅스텝이 국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문을 진행한 결과, 5명 중 3명(고준석·김덕례·함영진)이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본 이들은 현재 부동산 규제가 워낙 강력하다는 점을 우선으로 꼽았다. 2019년 12월 이후 KB시세 기준으로 15억원이 넘는 아파트의 경우 대출이 아예 나오지 않기 때문에 대출금리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9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선 주택담보대출 비율이 20%만 적용된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금리 인상은 주택시장에 악재이긴 하지만 규제가 너무 많아 현재로선 그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아파트는 15억원, 분양은 9억원 넘으면 대출을 받고 싶어도 못받는 상황”이라고 했다.
새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비율(LTV)을 일괄적으로 70%까지 완화해줘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풀리지 않아 실제 효과가 미미하다는 평가가 나온 것도 금리 인상이 부동산 시장 위축 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예를 들어 연 소득 5000만원인 직장인이 연 4.5% 금리에 원리금균등 분할 방식으로 대출을 할 때, 이 사람은 DSR 40% 규제에 따라 3억2800만원까지만 돈을 빌릴 수 있다. 시중은행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만기 40년짜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으로 DSR 규제를 우회하면 대출 가능액이 3억7000만원으로 4200만원 정도 늘어난다”면서 “금리 부담은 대출이 가능한 때에만 영향을 준다”고 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이미 금리인상분이 선반영돼 제한적인 영향만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지난 4일 기준 4대 시중은행(국민·하나·신한·우리)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연 4.02~6.52%로 집계됐다. 이는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의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AAA) 금리가 3.643%로 지난 연말대비 1.4%p 가량 오른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은행들이 당국의 가계부채 대책 지침에 따라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를 축소한 여파도 반영됐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금리인상의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미 각종 금리들이 기준금리 대비 상당히 높은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주택수요가 줄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 가격 상승 기대감이 바로 없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과거처럼 공격적인 자산투자를 하기는 어려운 환경이 됐지만 가격 조정을 가져올 정도는 아니다”라며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금리인상 효과가 선반영 된 부분이 있고 신정부 효과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 “韓기준금리도 빠르게 오를 것… 부동산 매수위축 온다”
반면 금리인상의 속도가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매수 예정자는 물론 기존 매수자에게도 여파가 적잖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부동산 시장 신규 진입자에게는 대출의 벽이 높아지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이들의 대출 원리금 상환액도 늘어나게 된다.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 부담을 못이겨 집을 내놓는 사람이 늘어나는데, 신규 진입 수요마저 줄면서 집값이 하락 안정세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금리 인상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최근 미국 정책금리 인상 속도가 꽤 빠르기 때문이다. 지난 3~4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 3~4일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0.75~1.00%로 0.5%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미국이 빅스텝을 단행한 것은 2000년 5월(6.0%→6.50%) 이후 22년 만의 일이다. 여기에 추가 빅스텝마저 논의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내년 2분기 미국 기준금리가 최대 3.00~3.25%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한국은행은 투자자금 유출, 원화가치 하락 등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1.50%. 앞으로 미국이 0.5%p 이상 금리를 더 올리게 되면 미국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높아지는 역전현상이 일어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올 연말 기준 연 2.25%로 세 차례 정도 금리를 더 올릴 것으로 본다”며 “가계부채 부담 때문에 미국과 같은 속도로 갈 수는 없겠지만 금리역전을 염두에 두고 선제적으로 이달부터 올릴 걸로 전망한다”고 했다.
이런 거시경제 움직임을 감안할 때 부동산 전문가 2명(박합수·권대중)은 부동산 시장 분위기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과거 우리나라와 미국의 금리역전 시기가 있긴 했지만 오래간 적은 없다”며 “지금보다 1%p 이상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오르면 주택시장은 급격히 매수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금리역전이 되지 않게 따라간다고 하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8%까지 갈 수 있다”며 “어떠한 호재가 있더라도 우리 부동산 시장에는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기준금리가 0.75%p 인상할 경우 전국 실질 주택 가격 상승률을 4년 뒤 평균 1.6%p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서울 아파트값은 올 초부터 하락세를 기록하다 재차 상승을 기록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공약으로 안전진단 면제, 용적률 500%로 완화, 대출규제 완화 등 대대적인 규제완화를 공언한 만큼 새 정부가 들어서면 부동산 시장을 옥죄었던 규제들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다. 새 정부가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언급했던 만큼 경기도에서는 1기 신도시가 속한 지역의 움직임이 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대비 0.01%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오른 것은 지난 1월 17일(0.01%) 이후 15주 만이다. 분당신도시가 있는 성남 분당구 아파트값은 0.05%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일산신도시가 있는 고양시는 0.03%로 전주(0.01%)대비 오름폭이 커졌다. 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1.1로 전주(90.5)대비 0.6p 상승했다. 지난주 하락전환했다가 한주 만에 상승 전환한 것이다. 또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가격전망지수(114)는 10p 급등하며 1년 뒤 집값 상승을 내다보는 소비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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