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부스트라다무스]④ 조영광 "서울 집값 '상고하저(上高下低)'로 5% 상승.. 1기신도시 리모델링 주목하라"

김송이 기자 2022. 1. 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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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서울 집값은 5% 정도 오를 것으로 봅니다. 전년 11월까지 17%가 올랐는데 3분의 1 수준이죠. 대신 대출총량제 등의 영향으로 집값이 ‘상고하저(上高下低)’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측됩니다.”

조영광 대우건설 빅데이터 연구원은 지난달 21일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상승폭이 둔화되긴 하지만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과거 주택 거래량이 감소한 후 하락장이 찾아왔지만, 지금은 거래량 감소의 원인이 과거와 달라 집값 하락의 전조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10년 넘게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장을 예측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나온 ‘빅데이터로 예측하는 대한민국 부동산의 미래’의 저자이기도 하다. 조 연구원은 ‘집값 파도타기’의 영향으로 작년 하반기 경기·인천의 상승세가 두드러질 것이란 전망을 했고, 실제 두 지역의 아파트 가격 상승폭은 서울보다 2배 가까이 컸다.

조영광 대우건설 빅데이터 전문가 / 오종찬 기자

―상승을 전망하는 이유는

“미래 시장을 보는 데 있어 3월과 11월의 매매가 변동률이 중요하다. 3월 변동률에 따라 하반기 집값이, 11월 변동률에 따라 다음해 상반기 집값이 결정된다. 10년 넘게 빅데이터를 다루면서 3·11월 변동률과 다음 분기 집값의 상관관계가 높다는 걸 알게됐다.

KB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 집값 변동률은 1.06%였다. 지난해 최저치인 4월 0.95%와 비교하면 나쁜 수준이 아니다.

작년 1월~11월 아파트 매매가격이 17% 오른 것을 감안하면, 상승폭이 확실히 둔화되긴 할 것이다. 주택 거래량, 미분양 감소율, 주택 거래 시가 총액 등을 비교해봤을 때 2022년 상승률은 5%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수도권에서도 집값 하락 지역이 나오고 있지 않은가

“2010년 주택시장부터 집값 변동률을 보면, 전국 모든 곳이 한번도 안 쉬고 오른 적은 재작년과 작년이 처음이다. 애초에 모든 지역이 오른다는 게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집값이 오르는 지역이 있으면, 그에 비해 인기가 떨어지는 지역은 하락하는 게 당연하다. 지금은 정상화 단계라고 보면 된다.

집값이 오른 지역이나 단지를 보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사회기반시설 확충의 호재로 가격이 급격히 뛴 곳이다. 하락 거래가 나오는 단지의 경우, 대부분 ‘중년주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신축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고, 준공 20~30년이 지난 노후 아파트는 재건축·리모델링 등의 기대감 영향으로 오른다. 그러나 준공년도가 둘 사이인 단지는 매수했을 때 이점이 없다.”

―최근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줄어든 것은 어떻게 보나

“일각에서 제기하는 집값 하락 징조로 보기는 어렵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와 거래량 감소 정도가 비슷한 해가 2010년이다. 당시에는 집값이 하락하던 시기라 서울 핵심지역을 제외하고 매수세가 꺾이면서 매매량이 감소했다.

그러나 작년은 집값이 급등한 탓에 ‘안’사는 게 아니라 ‘못’사면서 거래량이 줄어든 것이다. 서울에 집을 살 여력이 없는 사람들이 경기와 인천으로 빠져나갔다.

거래량이 감소했는데 집값이 왜 올랐냐고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작년 서울 집값이 17% 오른 건, 신규 매수자의 영향도 있겠지만, 기존 소유자들 간의 사고팔기 과정의 영향이 컸다.

2015년 집을 산 사람이 작년까지 보유하고 있으면 130%, 2019년 초부터 보유하고 있으면 45% 이득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기존 집을 처분하고 새 집을 매수하는 과정에서 수요가 몰리고, 집값이 상승한 것이다.”

―지난해 ‘노·도·강’의 집값 상승세가 강했다. 2022년엔 서울의 어느 지역이 강세를 보일까

“구 단위보다는 구역별로 보는 게 좋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작한 ‘신속통합기획’ 후보지를 주목하는 게 좋다. 서울시가 작년 연말 21개의 재개발·재건축 후보지를 선정했다. 21개 후보지를 중심으로 주변 지역까지 집값 상승세가 파도처럼 퍼져나갈 것이다.

호재가 있는 지역 아파트를 매수한다고 하면 노후도를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신축 아파트는 이미 진입장벽이 높아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몇 년이 지나고 정비사업 대상지가 될 수 있는 노후 아파트 매수를 추천한다. 실제 연령별 작년 집값 상승률도 준공 20년이 지난 아파트가 가장 높았다.”

―서울 외 수도권 지역의 전망은

“서울 외 수도권 지역 중 특히 인천의 상승세가 지난해 두드러졌다. 지금 인천과 경기 모두 집값 상승폭이 둔화됐는데, 대출 규제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본다. 대출이 불가능한 고가주택이 많은 서울과 달리 중산층의 매수세가 몰린 인천과 경기는 대출 규제의 타격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2022년에도 인천과 경기의 집값은 상승할 것이다. 지금 정부 대출 규제의 핵심은 ‘가계대출 총량제’다. 이 말은 연간 대출 총량의 상승폭을 관리하겠다는 것인데, 2022년이 되면 다시 기준점이 리셋된다.

대출 총량이 널널한 상반기에는 대출을 받아 인천과 경기의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들이 다시 몰리면서 집값도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다.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대출 규제의 영향을 받아 집값 상승폭이 둔화되는 ‘상고하저(上高下低)’ 양상을 보일 것이다.”

―오피스텔, 빌라, 생활형 숙박시설 등 비(非)아파트들의 인기는 내년까지 이어질까

“올해 주택시장의 키워드를 뽑자면 ‘대체주거’다. 사람들은 꼭 아파트가 아니더라도 좀 더 넓고 최소한의 인간적인 생활이 가능한 주택 형태를 선호한다. 입지가 좋다는 과천 주암 신혼희망타운 C2 블록 전용면적 46㎡ 29가구 모집에 단 1명만 신청하지 않았나. 방 3개짜리면 빌라라도 좋다는 게 최근 사람들의 생각이다.

아파트 대비 낮은 가격에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는 비(非)아파트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정부가 앞장서 비아파트 거주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오피스텔 난방 규제를 완화해주고, 도시형생활주택의 허용 면적 기준을 전용 60㎡까지 확대해줬다.

높은 가격과 청약 가점으로 살 만한 평형의 아파트에 진입하는 것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사람들이 ‘주거의 질’에 방점을 두는 한 비아파트 선호현상은 지속될 것이다. 다만, 도시형생활주택은 주택 수에 포함돼 오피스텔이나 생활형 숙박시설보다는 인기가 떨어질 수 있다.”

―금리인상은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은가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집값과 금리는 미국 10년물 금리에 영향을 받는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우리나라 국채 10년물과 금리에 영향을 주고 그다음 집값에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 19 이전의 미국 10년물 금리는 2%였는데, 지금은 1.4% 대에서 움직인다. 아직까지 안정적인 것이다.

집을 매수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를 유심히 보는 게 중요하다. 이 금리가 코로나 19 이전 수준으로 급등한다면, 우리나라 대출금리도 4.5%까지 움직일 것이다. 미국 금리가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시간 차가 있으니, 임계점을 2% 정도로 생각하고 집 매수를 고민하는 게 좋다.”

―올해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주택 공급을 가로 막는 분양가 상한제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고분양가 심사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

정부가 분양가가 과도하게 낮게 산정되고 있다는 건설 업계 반발을 수용해 고분양가 심사 규정을 일부 개편했지만, 여전히 현실과 괴리돼 있다. 제도 개편으로 민간 아파트 3.3㎡ 당 분양가가 3300만원 정도로 올랐지만, 2000만원대에서 조금 오른 정도다. 서울 기존 주택 분양가 4000만원보다 여전히 낮다.

더구나 적용 대상이 한정적인 분양가 상한제와 달리 HUG의 고분양가 심사는 대상 지역이 넓다. 청주, 부산, 대구, 천안 등 전국 대부분의 택지에 고분양가 심사 제도가 적용된다. 고분양가 심사에 따른 수익성 문제로 대형 건설사들에서도 분양을 미룬 단지가 많다.”

―올해 무주택자는 어떤 전략을 세워야할까

“신축 아파트 청약을 노리는 사람이라면, 일단은 청약 가점을 확보하는 기간으로 내년을 보내는 걸 추천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되고 나서 서울에서 관리처분을 받은 정비사업장이 많아졌다. 이들 사업장에서 조합원 분을 제외하고 일반분양에 내놓을 수 있는 물량이 1만가구에 달한다. 2025년이면 정비사업장에서 나오는 일반 분양 물량이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2025년이면 3기 신도시 본청약이 이뤄질 가능성도 크다.

하염 없이 청약 가점을 높이는 해로만 보내란 말은 아니다. 3년 간 대규모 공급을 기다리면서 ‘3무(無)’ 투자를 하면 좋다. 99실 오피스텔의 경우 전매 제한을 받지 않고, 청약 통장을 쓰지 않으며 주택 수에도 포함 안 된다. 청약자가 몰려 서버가 마비된 ‘신길 AK 푸르지오’에서 보듯, 3무 오피스텔에 당첨되기도 어렵지만 일단 당첨만 되면 단기 차익을 누릴 수 있다.”

―실수요자들에게 추천하는 유망 지역이 있다면

“1기 신도시 아파트 단지 중 리모델링 호재가 있는 곳이다. 1기 신도시 지역들은 소위 ‘입지 깡패’라고 불릴 만큼 서울 접근성이 좋고, 주거 환경도 잘 갖춰져 있다. 이들 지역에 있는 노후 아파트들이 재건축을 기다리다 가능성이 별로 없자 리모델링으로 선회하고 있는데, 신축 보다 가격 진입 장벽은 낮지만 리모델링이 되면 신축과 비슷한 수준의 아파트에 살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리모델링 호재가 있는 아파트를 매수하려 한다면, 노후도가 20년 이상 되고, 리모델링 추진 단지의 경우 주민 동의율이 높은 곳을 찾는 게 좋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리모델링 기본 계획을 잇따라 만드는 등 지원을 하고 있고, 먹거리가 없는 건설사들은 리모델링 전담팀을 속속 만들며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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