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주택은 완화?" 종부세 폭탄에 억울한 납세자 구제 희망 생겼다
종부세 취지 살리려면 "정책적 배려 필요"
지난달 23일 서울 광진구에 사는 A(54)씨는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확인하고 눈을 의심했다. 600만 원대였던 종부세가 1년 만에 1,400만 원으로 두 배 뛴 것이다. 3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동생과 함께 상속받은 경기 과천시의 아파트 탓이었다.
A씨와 동생은 아파트 지분 25%씩을 상속받았는데 종부세법상 주택 하나를 더 보유한 '다주택자'로 분류됐다. 지난해까지 "억울해도 법은 지켜야 된다"는 마음으로 종부세를 납부했던 A씨는 올해 분노를 참지 못했다.
세금을 피하려고 매매도 생각해봤지만 사별 후 홀로 지내는 80대 노모를 다른 곳으로 모실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A씨는 "어머니가 10년 더 사신다고 생각하면 앞으로 2억 원에 가까운 종부세를 내야 한다"며 "맞벌이지만 아이들 교육비에 은행 이자까지 부담이 큰데, 동생 역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A씨처럼 뜻하지 않게 다주택자가 돼 '종부세 폭탄'을 맞은 이들의 반발이 커지자 정부가 세부담 완화 방안 검토에 들어갔다. 종부세의 취지는 살리되 억울한 납세자가 생기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상속으로, 임대등록 못해서...일시적 2주택자 "너무 억울해"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종부세 고지서 발송 이후 갑작스러운 상속이나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종부세 납부 대상자로 분류돼 세부담이 급증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형제와 소수 지분을 나눠 상속을 받았어도 똑같이 1주택으로 잡히거나, 시골의 주택을 물려받았다가 다주택자가 된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김진식 세무사는 "사실상 폐가를 상속받았지만 건축물관리대장이 실제 현장을 반영하지 못해 2주택자로 분류된 집주인도 있다"고 전했다.
등록이 말소된 임대사업자의 종부세 부담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7·10 대책을 통해 단기임대주택 등록제도가 폐지되면서 기존 사업자들이 집을 정리할 새도 없이 무방비로 다주택자로 분류됐다는 것이다.
2014년부터 부산에서 임대사업을 하는 정모씨는 올해 처음 2,300만 원의 종부세를 내게 생겼다. 정씨는 "노년을 위해 어렵게 모은 돈으로 건물 하나를 매입한 것뿐인데 등록이 말소돼 갑자기 16주택자가 됐다"며 "대출도 안 나오고 건물을 사려는 사람도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일시적 1가구 2주택자의 불만도 쏟아져 나온다. 조정대상지역에 공시가 15억 원과 7억 원 주택을 단독 명의로 보유한 B씨는 "7억 원짜리 집은 다음 달 명의가 이전 완료되지만 종부세가 3,850만 원 나왔다"며 "일시적인 2주택인데 너무하다"고 토로했다.
방향은 잡혔는데, 어느 선까지 부담 덜까
이에 정부는 상속의 경우 종부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시행령 개정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주택가격 상승에 공시가격 현실화, 세율 인상 등으로 부담이 커진 상태에서 주택 지분을 상속받아 다주택자가 되는 등 억울한 상황을 줄이자는 취지다.
현 종부세법 시행령은 주택을 공동 보유한 사람이 과세기준일 기준으로 소유 지분이 20% 이하이면서 지분율에 상당하는 공시가격이 3억 원 이하인 경우 주택 수 산정에 예외를 둔다. 다만 주택 가격이 많이 오른 상황이라 두 기준을 모두 충족할 때만 예외로 한다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시행령 개정은 두 요건을 상향 조정하거나, 둘 중 하나만 충족해도 예외로 인정하는 방향 등이 거론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아직 실무자 선에서 여러 대안을 두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수도권 집중 현상과 고령화 등으로 지방의 주택이나 종택(宗宅) 등을 상속받는 경우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며 "상속 후 5년 이내에 처분하면 중과하지 않는 양도세처럼 종부세도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임대사업자나 상속을 제외한 일시적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는 이미 정부가 정책 방향을 바꾸기로 예고한 만큼 예외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 회장은 "소형 평수의 임대주택은 실거주 매매 수요가 거의 없는 만큼 면적별 과세 등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세종=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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