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에 집값 내려가나 했더니.."내년 7월이 더 불안하다"
‘제로 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주택 시장의 위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집값 고점을 경고하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꾸준히 거론했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8일 한 방송에 출연해 “정부의 205만 가구 공급대책과 최근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등으로 하방압력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연이은 금리 인상은 최근 위축되고 있는 매수 심리를 억누르는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영끌’ 족의 이자 부담도 커졌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9월 기준으로 예금취급기관 대출의 57.7%를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고 있어 금리인상에 따른 부동산 이자 부담이 커졌다”며 “가계대출규제와 금융권의 대출한도 축소 움직임과 맞물리면서 부동산 구매심리를 낮추고 주택 거래량을 감소시킬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시장에는 ‘거래절벽’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9월 주택거래량은 총 8만1641건으로 전월 대비 8.3% 줄었다. 서울은 9584건 거래돼 전월 대비 13.3% 감소했다. 서울의 경우 매매수급지수가 100 이하로 떨어지면서,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늘기도 했다.
금리인상보다 대출규제가 직격탄
하지만 금리 인상이 당장 집값을 하락세로 전환시키는 강력한 재료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2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주택시장은 워낙 다양한 요인에 영향받기 때문에 가격이 장기적으로 안정세로 접어들지는 속단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금리의 절대 수준은 여전히 낮은 터라 지금의 거래절벽 현상은 대출규제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는 분석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의 전국 입주경기실사지수(HOSI)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미입주 사례 중 34.1%가 그 이유로 ‘잔금 대출 미확보’를 꼽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자 부담보다 필요한 만큼의 대출을 받기 어려워 집을 못 샀다는 사연이 압도적으로 많다”며 “금리를 올리면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말은 지나치게 단순한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집값을 자극할 요인도 여전히 남아있다고 본다. 특히 지난해 7월 말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 2법의 계약갱신이 만료되는 내년 7월 전후로 전세 시장의 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부동산연구팀장은 “거래량이 줄어들면 가격도 하락해야 하는데 가격은 여전히 버티고 있어 하락세라고는 보기 힘든 상황”이라며 “내년 6~7월에 전셋값 상승에 따른 주택가격의 일시적인 상승도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전세계약 끝나는 내년 7월 집값 자극 우려
더욱이 내 집 마련 수요가 대폭 늘어난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청약 홈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청약통장 가입자는 2831만2587명으로 집계됐다. 분양가와 시세 차이가 크게 벌어지다 보니 ‘로또’ 기대감에 청약시장으로 수요가 몰린 탓이다. 결국 기존 아파트 매물이 순환될 수 있게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정부의 양도세 중과로 매물을 내놓기보다 증여를 택하는 사람도 많아진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의 아파트 증여 건수는 6만3054건으로 지난 200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청약시장의 1순위만 해도 1500만명에 달하는데 정부의 3기 신도시 30만 가구 공급으로 이 수요를 잠재울 수 없다”며 “정부가 1800만 가구 규모의 재고 주택시장과 신규 분양시장의 크기를 고민해 균형 있는 정책을 펼쳤어야 했는데 신규 분양 시장에만 몰두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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