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책 1년..가격 못 잡고 월세 늘었다

조강욱 2021. 11. 1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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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된 새 아파트이고 고층이라 전망도 좋은데 보러 오는 사람이 없어요. 세입자라 전세가격을 내릴 수도 없고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다음 주에 이사 나가야 하는데 이달 들어서는 집 보러 오는 사람이 한 명도 안 오니 마음이 다급합니다."

지난해 정부가 11·19 전월세 대책을 내놓은 지 1년이 지난 현재 서울 전세 시장은 표면적으로는 차분한 모습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정부의 11·19 전세대책으로 인한 공급 효과가 전세난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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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 쌓이고 거래량 급감했는데 상승세는 여전
세입자들 "살 집이 없다" 아우성..결국 월세로
세입자 위한 대책·다주택자 집 처분 대책 없어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2년 된 새 아파트이고 고층이라 전망도 좋은데 보러 오는 사람이 없어요. 세입자라 전세가격을 내릴 수도 없고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다음 주에 이사 나가야 하는데 이달 들어서는 집 보러 오는 사람이 한 명도 안 오니 마음이 다급합니다."

지난해 정부가 11·19 전월세 대책을 내놓은 지 1년이 지난 현재 서울 전세 시장은 표면적으로는 차분한 모습이다. 매물은 쌓이는데 거래는 뚝 끊겨 전세대란이 한풀 꺾인 분위기다. 하지만 매물이 쌓였음에도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는 여전하다. 오히려 시장에서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월세로 내몰린 세입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가격 못잡고 월세 가속화 = 최근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은 매물은 쌓이는데 세입자들은 "살 집이 없다"고 아우성치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19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501건으로, 전년 동기(1만2925건) 대비 2배 넘게 증가했다. 지난해 8월 15일(3만833건) 이후 1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은 매물이 쌓인 것이다. 매물은 늘어났지만 반대로 거래량은 급감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는 7745건(19일 현재 신고분 기준)으로 지난해 10월의 1만890건 대비 29% 가량 줄었다. 특히 9월 거래량은 전달 9769건에서 6924건까지 3000건 가까이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가 7000건을 밑돈 것은 2015년 9월(6420건) 이후 6년 만이다. 거래량만 놓고 보면 시장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거래를 분석해 보면 오히려 세입자들의 주거 질이 악화하는 추세다. 가장 심각한 것은 ‘전세의 월세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39.9%에 달한다. 전년 동기의 30.1% 대비 9.8%포인트나 높아졌다. 종합부동산세 등의 부담이 커진 임대인들이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돌리면서 월세 거래량은 지난해 4만8260건에서 올해 5만4000건을 웃돌며 6000건 넘게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출 규제, 거래 절벽, 전셋값 키 맞추기 등 가격 상승, 임대차 3법, 전세의 월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세입자를 위한 전세 대책과 가격 안정화 대책을 내놓지 않다"면서 "저밀도 지구의 다세대주택이나 단독주택 건설을 활성화시키고, 다주택자가 집을 팔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목표 80% 달성했다지만…아파트 빠진 미스매치 = 정부는 지난달까지 ‘11·19 대책’에서 제시한 올해 전·월세 공급 목표의 81.2%인 6만1000가구를 달성했다고 최근 밝혔다. 공공임대 공실 활용을 통한 공급은 4만6000가구로, 목표치 3만9100가구를 뛰어넘는 실적을 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정부의 11·19 전세대책으로 인한 공급 효과가 전세난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아파트를 원하는 전세 실수요자들의 요구와는 달리 정부가 내놓은 전세대책이 1~2인 가구용 원룸이나 빌라 공급에 집중돼 시작부터 ‘미스매치’가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정부의 전세 대책은 다주택자들에 대한 재고 주택을 임대시장에 못 나오게 했다"면서 "특히 수량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입지조건이 안 좋은 곳에서 물량을 늘릴 수밖에 없어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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