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9 전세대책' 1년..정부 호언과 달리 계속 오른 전셋값
정부 "전세시장 수급 안정 기여" 자평
시장은 수요와 공급 미스매치에 냉담
정부가 시급한 전세난 해결을 위해 '11·19 전세대책'을 내놓은 지 1년이 지났지만 전셋값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단기간에 공급이 힘든 아파트 대신 빌라, 호텔 등을 끌어모아 올해 목표 물량의 81.2%를 시장에 풀었지만 치솟는 전셋값을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거주 여건이 좋은 아파트를 원하는 수요와 물량을 채우는 데 급급한 공급 간에 미스매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수요자가 원하는 아파트 재고 매물이 시장에 나오지 않는 한 전세난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실 활용 임대 목표 초과...12월 추가 공급
국토교통부는 1년 전 전세대책을 통해 2022년까지 전국에 전세 수요를 충족시킬 11만4,1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빠르게 공급이 가능한 비아파트를 풀어 아파트 전세 수요 압력을 줄이려는 의도였다.
정부가 올해 계획한 공급 물량은 7만5,100가구다. 주요 공급책은 공공임대 공실 활용(3만9,100가구), 공공 전세주택(900가구), 신축 매입약정(2만1,00가구), 호텔 등 비주택 공실 리모델링(600가구)이다.
18일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공급된 물량은 6만1,000가구다. 이 중 공공임대 공실 활용으로 4만6,000가구가 공급됐고, 나머지 3개 유형에서 1만5,000가구가 풀렸다. 정부는 올해 안에 공급 목표 달성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음 달에 공실 임대를 활용해 4,000가구를 추가로 공급하고 신축 매입약정으로 민간 사업자와 협상 중인 1만2,500가구를 신속히 계약하겠다"고 밝혔다.
호텔방을 개조해 1인 가구에게 공급하는 비주택 공실 리모델링도 청년들이 선호하는 입지에 꾸준히 공급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호텔 거지'를 양산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있었지만 국토부는 "지하철역, 대학가 등 청년 선호도가 높은 곳에 한정해 제한적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 속도에 만족하는 정부, 전셋값 상승은 어쩌나
정부는 공급 속도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10월 기준으로 올해 공급 목표 중 81.2%인 6만1,000가구가 공급돼 전세시장 수급 안정에 기여했다"고 자평했다.
자화자찬하는 정부와 달리 시장 반응은 냉담하다. 전세대책 발표 후에 전세가격은 끊임 없이 올랐고, 수요자가 원하는 아파트 매물은 지난해 7월 말 시행된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의 영향으로 급격히 줄었다.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가격동향조사를 보면 전세대책 발표 후 올해 10월까지 전국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10.25%다. 직전 1년(5.02%) 상승률의 두 배가 넘는다. 같은 기간 수도권(6.46%→11.12%)과 서울(4.37%→6.72%) 전셋값도 상승폭이 커졌다.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1년 새 1억 원 넘게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3억3,500만 원이었지만 올해 10월에는 4억4,738만 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 평균은 4억7,741만 원에서 6억2,908만 원, 전국 아파트는 2억4,639만 원에서 3억1,683만 원으로 올랐다.
전문가들은 전세대책 발표 직후부터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공급 물량은 상당하지만 빌라나 오피스텔 위주라 아파트를 원하는 수요자의 욕구를 해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한정된 예산으로 물량을 강조하다 보니까 입지가 나쁘거나, 수요자가 원하지 않는 주택이 공급됐다"고 지적했다.
아파트 전세 매물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 7월 말부터 계약갱신권을 쓴 임차인이 다시 시장으로 쏟아지면 전세난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는 다양하게 공급을 했지만 임대차법이 공급 효과를 상쇄한 것 같다"며 "갱신계약이 풀리는 매물은 전셋값이 크게 오를 수 있어 보완책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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