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대출규제에 부동산 오름세 꺾였다는데.. "2달 뒤 대출 풀리면 어쩌나"
정부의 전방위 대출규제 등으로 부동산 매수심리가 악화하고 가격 상승 폭이 작아지고 있다. 이대로 조정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피어오르지만, 전문가들은 일시적 둔화 이후 억눌린 수요가 폭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앞으로 2달이 지나 새해가 되면, 시중은행의 대출 총량이 초기화되면서 대출 규제가 사실상 완화되기 때문이다.
25일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의 9월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29.5로 전월(132.9) 대비 3.4포인트(P) 하락했다. 해당 지수가 하락한 것은 지난 4월 이후 5개월 만이다. 소비심리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전월에 비해 가격이 상승하고 거래가 증가할 것’ 이라는 응답자가 많다는 의미이고, 이보다 낮으면 그 반대다.
전국적으로 9월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39.2로 전월(141.4) 대비 2.1P 하락한 가운데, 수도권(-5.7P)과 비수도권(1.6P)에 대한 전망이 엇갈렸다. 전국 주택전세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19.3으로 전월과 같았다. 특히 지난달 서울의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6.1P나 하락하며, 전세시장 지수(-1.5P)보다 낙폭이 훨씬 컸다.
민간조사기관인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발표하는 전국 매매가격 전망지수도 지난달 122.3으로 전월(124.9) 대비 2.5P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의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122.5로 전월보다 3.4P 하락했고, 수도권도 125.9로 전월보다 3.6P 낮아졌다. 이처럼 공공·민간기관에서 모두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시장 상승세가 꺾이는 지표를 제시하며, 집값 안정기에 연착륙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는 상황이다.
실제로 아파트 가격 상승세도 꺾이는 모양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셋째주(18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25% 오르면서 전주(0.27%) 대비 0.02%포인트(p) 하락했다. 매매가격 상승률은 10월 첫째주에 0.28%를 기록한 이후 둘째주 0.27%, 셋째주 0.25%로 2주 연속 하락했다. 수도권은 0.30% 올라 전주(0.32%)대비 상승 폭이 0.02%p 작아졌다.
이처럼 주택 매매시장 분위기가 한풀 꺾인 데에는 거래량 축소와 급등 피로감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금융당국의 고강도 대출규제가 직접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각 시중은행에 연초 설정한 가계부채 총량 증가 한도인 6%를 준수할 것을 거듭 권고했고, 이에 따라 일부 은행과 지점에서 전세대출을 중단하고 중도금 대출 역시 막으면서 대부업체로 발길을 돌리는 등 실수요자 피해가 잇따르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이달 안에 추가로 가계부채 대책도 발표할 예정이다. 논란이 된 전세대출 규제는 총량 규제 대상에서 빠지지만, 대출 한도와 요건이 강화되고, ‘빚투’와 ‘갭투’를 차단하기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련 규제도 강화될 전망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실수요자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전세대출 규제는 접어두겠지만, 내년 가계부채 관리는 올해보다 더욱 강화하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고 위원장은 이날 전세대출 관리 방안에 대해 “전세대출을 직접적으로 DSR로 관리하는 방안은 이번 대책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가계부채 대책과 관련된 질문에는 “내년 가계부채 총량 증가율은 경상성장률을 고려해 정하고 있으며, (올해보다) 강화된 관리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다음주 화요일(26일) 가계부채 대책에 내년도 가계부채 총량 관리 관련 내용도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거듭된 대출 규제에 억눌렸을 뿐 대출 수요 자체는 여전히 건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5일부터 영업을 시작한 토스뱅크는 단 9일만에 대출 한도 5000억원을 소진하며, 모든 대출업무를 중단하게 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끝없는 집값 상승을 일으킨 근본 원인인 공급 부족과 매물 품귀 현상도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둔촌주공(1만2032가구)이나 방배5구역(3080가구) 등 서울 주요 정비사업지는 잇달아 분양 시기를 내년으로 연기했고, 양도·취득세 부담으로 인한 매물 잠금 문제도 여전한 상황이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지난달 매수심리지수 등은 일시적으로 상승세가 둔화된 것일 뿐 여전히 상승 전망이 우세한 국면으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여전히 실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고, 전세난이 매수세를 촉발하는 상황이라 지금으로선 집값이 내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불과 두달만 지나면 새해가 되어 각 시중은행의 대출 총량이 초기화되면서 ‘영끌 러시’가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이다. 통상 연말에 억눌린 대출 수요는 연초에 폭증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올해 초에도 시중은행이 신용대출 판매를 재개하자 5대 은행의 대출 판매규모가 하루 만에 3000억원에 달했던 바 있다. 올해는 9월부터 곳곳에서 대출이 막히는 대란이 벌어졌던 만큼 그 반작용도 더할거란 전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제까지 사례를 보면 규제정책이 오히려 군중심리를 부추겨서 주택매수에 뛰어들게 하는 효과를 불러왔다”면서 “수요를 강제로 누른 대출제한이 완화되면 스프링이 튀어오르듯 ‘막히기 전에 영끌하자’는 심리가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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