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 겨울 오나?..서울 기류 변화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
매수우위지수도 100밑으로
67.4% "집 사기 좋지 않다"
상반기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의 이유로 뜨거웠던 서울 아파트 시장에 거래량 감소 및 매수 심리 위축 등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 여건이 주택을 매수하기에 ‘좋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는 이들이 67.4%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1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현황 자료를 보면, 9월 매매거래 건수는 2348건으로 8월(4178건)에 이어 두달 연속 감소했다. 10월은 중반이 지난 현재까지 276건이 신고된 상태다. 부동산 매매거래 신고 기한이 계약 체결일 이후 30일이라는 점에서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추세적으로는 거래량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거래량 감소는 매수 심리 위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월2주(11일 기준) 케이비(KB)국민은행 주간아파트가격동향 자료를 보면,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94.5로 2주 연속 100을 밑돌았다. 100이하는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2·4 대책이 나온 지 한달만인 3월1주 96.2로 100 밑으로 떨어져 4월1주 75.3까지 떨어졌으나 4·7 재보선을 계기로 상승하기 시작해 8월3주 112.3까지 올랐다. 이후 내리믹길에 접어들어 10월 들어선 연속 2주 100을 밑돌고 있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매매수급지수(케이비 매수우위지수와 같은 개념으로, 100 이하는 공급이 많다는 의미)도 9월1주 107.2를 기록한 이래 줄곧 하락해 10월2주에 101.9까지 떨어졌다. 올 들어 서울의 매매수급지수가 10월2주와 비슷한 수준을 보인 때는 3월5주(101.0), 4월1주(96.1), 4월2주(100.3), 4월3주(101.1)다. 이때는 83만호 공급계획이 나온 2·4 대책의 효과가 나고 4·7 재보선에 따른 재건축 규제완화 이슈가 시장을 자극하기 전까지의 시기다. 수급 상황으로는 4·7 재보선 이전 상황으로 돌아간 셈이다.
매수 심리 위축 원인으로는 일차적으로 최근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강화가 영향을 미치는 한편 ‘부담 불가능한’ 수준으로 주택 가격이 급등한 것이 기저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서울의 2분기 주택구입부담지수는 172.9로 1분기 166.2보다 6.7포인트 상승했다. 1분기 수치도 역대 최고치였던 2008년 2분기 164.8을 넘어선 것이었는데 올 들어서만 주택구입부담지수가 2분기 연속 최고치를 갈아치운 것이다.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중간소득가구를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 부담을 수치화한 지표로 소득의 25%를 부담하는 것을 100으로 본다. 172.9는 소득의 43%를 원리금 상환에 쓴다는 얘기다.
실제 최근 국토연구원이 공개한 ‘2021 상반기 부동산 활동조사’ 결과(일반가구-서울·경기 지역 만 19세 이상 성인 1043명, 중개업소-서울·경기 지역 300곳 조사)를 보면, 일반가구 응답자 ‘지금이 주택 매수에 좋지 않은 시점’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67.4%로 압도적이었다. ‘보통’이 23.1%, ‘좋은 시점’은 9.5%였다. ‘좋지 않은 시점’이라고 응답한 이들이 꼽은 이유는 ‘높은 주택 가격’이 66.4%로 가장 많았고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어려움’ 14.4%, ‘주택가격이 하락할 것 같아서’ 11.1% 순이었다. 해당 조사의 조사 시점은 7월이었다. 서울은 4·7 재보선에 따른 규제 완화 이슈, 경기는 4월 말 지티엑스(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노선이 결정된 ‘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 시안이 공개되면서 4월 이후 부동산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였다.
급등한 가격에 따른 매수 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변화가 실제 가격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서는 9월 서울 아파트 거래 가운데 직전 거래 대비 하락한 가격으로 거래된 비중이 35.1%로 올 들어 가장 높은 비중이라는 국정감사 자료(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공개되기도 했다.
최초 호가 대비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연구원 조사에서 부동산 중개업소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호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는 응답이 41.0%였다. 다만 ‘최초 호가’로 거래됐다고 응답한 비중은 26.3%, ‘호가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고 응답한 비중도 32.7%였다.
박원갑 케이비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장기상승에 따른 부담에다 대출규제에 금리까지 올라 집을 사려는 수요가 둔화되고 있다”며 “다만 전세난이 여전하고 매물도 많지않아 곧바로 약세로 돌아설지는 좀더 두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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