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으려 할수록 뛰는 '집값'..마지막 카드, 금리도 쉽잖네

김희진 기자 2021. 9. 8.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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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정부 공급책, 개발 호재로 반작용
홍남기, 기준금리 추가 인상 전망
전문가들 “큰 폭 아니면 제한적”
시장 과열 단번에 식히긴 어려워

정부가 금리 인상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부동산 규제’와 ‘공급 확대’ 등 집값 안정을 위한 카드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란 마지막 수단에 기대보겠다는 것이다. ‘빚투’(빚내서 투자)로 부동산에 몰려든 자금을 조이면 집값이 하락할 것이란 판단이 깔려 있지만, 전문가들은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 정도만으로는 당장 집값이 꺾이긴 어렵다고 전망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한 번에 그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부총리가 기준금리 인상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집값 거품 등 금융불균형 완화에 집중하겠단 의지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홍 부총리는 최근 수차례 ‘집값 고점’을 경고하면서 주된 근거로 금리 인상을 언급한 바 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도 고점 경고 수위를 높이다 지난달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된 후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금리 인상에 따른 집값 하락을 기대하는 것은 여태까지 내놓은 숱한 정책에도 집값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6·17대책’ ‘7·10대책’ 등 강도 높은 규제를 내놓던 정부는 가격 안정효과가 없자 곧바로 공급대책으로 돌아섰다. ‘8·4대책’부터 올해까지 이어지는 ‘2·4대책’ 등 공급확대 신호를 통해 불안심리를 잠재워보겠다는 취지였다.

1년 넘게 쏟아진 공급대책에도 집값은 고공 행진했다. 오히려 주택공급 명목으로 내놓은 개발정책이 시장에선 ‘호재’가 되어 주택가격을 들쑤셨다. 서울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수도권은 광역급행철도(GTX) 라인을 따라 매수가 몰리며 매주 상승률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는 중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의 가장 큰 실책은 개발호재를 너무 많이 벌려놓은 것”이라며 “광역교통망, 신도시, 서울 내 노후도심 개발 등은 모두 개발호재로 집값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금리 인상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당장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한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기준금리가 올라 순차적으로 자금이 흡수되면 매수심리가 잦아들 순 있다”면서도 “여전히 금리는 낮은 상태인 데다, 급격한 금리 인상이 쉽지 않은 만큼 단기에 눈에 띄는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0.75%로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된 2018년 말 1.75%보다 여전히 낮은 상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지난 7월 기준 연 2.81% 수준으로 2018년 당시 3.39%를 밑돈다. 국토연구원이 지난 8월 발표한 ‘부동산시장 조사분석’을 보면 일반 수요자 중 53.7%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4~6% 이상될 때 가격 하락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금리를 올려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답한 비율도 11.6%에 달했다.

금리가 부동산시장에서 절대적인 변수가 아니란 한계도 있다. 낮은 금리는 ‘빚투’ 등 매매에 도움이 되지만 그 밖에 다른 변수들도 고려되는 만큼 시장 과열을 한 번에 진정시키긴 어렵다. 기준금리 인상 직후 지난달 30일 기준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조사를 보면 수도권 아파트값은 오히려 상승폭이 커지며 역대 최고 주간상승폭(0.40%)을 기록했다. 기준금리 인상 직후 정부가 경기 의왕시 등에 신도시급 신규택지 조성과 GTX-C 노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일대 집값은 과열 양상이 나타났다. 우 팀장은 “금리 인상은 주택 공급량 확보와 맞물릴 때 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며 “3기 신도시 입주할 때쯤에나 금리 인상이 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을 부동산시장에서 ‘유동성 흡수’ 신호로 받아들이고, 대출 규제 등이 이어지면서 수요자들의 기대심리가 꺾일지가 변수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금리 인상 한 번으로 부동산시장이 진정되지 않지만, 금융 규제를 조화롭게 운영해 사람들의 기대심리를 바꾼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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