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집값 고점' 잇단 경고음 울려도, 시장은 '반신반의'
"중위가격 2008년의 갑절, 홍 부총리 인식 현실과 괴리"
[경향신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집값이 고점”이라며 가격 하락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시장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많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가격이 고점인지, 향후 하락할지는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2008년의 갑절인데 ‘가격지수’만 비교한 홍 부총리의 인식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집값이 ‘꼭지’라고 정부가 공개적으로 주장한 것은 이날 홍 부총리의 발언이 처음은 아니다. 국토연구원은 지난해 9월24일 ‘아파트 가격 거품검증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강남4구 아파트의 가격이 실제 가치보다 2.13배 부풀려져 있다”고 밝혔다. 당시 보고서는 “가계부채의 부실비율이 증가하고 자산가치가 하락하는 시점에는 거품 붕괴 여파가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8월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부동산시장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는데, (무리한 대출로) ‘영끌’하는 게 안타깝다”고도 발언했다.
정부의 잇단 ‘고점’ 신호에도 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지난해 6월 첫째주를 시작으로 서울 아파트값은 52주 연속 상승기록을 썼다. 홍 부총리의 지난달 24일 고점 발언 이후에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주간 상승률은 0.10%(5월24일 기준)에서 0.11%(5월31일 기준)로 오히려 0.01%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도 0.23%에서 0.25%로 상승폭이 커졌다.
이 때문에 부동산업계에선 정부의 진단이 현실화될지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얘기도 나오고 있고, 국내 수출실적 호전이나 물가상승·경제성장률 전망치 상향 등을 고려할 때 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 매매가 지속 상승이 쉽지 않을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그렇게 되는 시점 추정은 결국 코로나19의 집단면역 시기에 따른 경기변동과 금리 변화 등을 지켜봐야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효선 NH 올백자문센터 부동산수석위원은 “다주택자나 실수요자의 구매수요가 많이 소진됐기 때문에 최근 3년간 급등한 수준으로 가격이 오르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공급이 받쳐줘야 가격이 진정되는데, 정부 공급대책은 3~5년은 지나야 실제 시장에 나오기 때문에 하반기에도 중·저가 아파트 위주로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장기적인 집값 상승으로 인한 피로감과 지금이 고평가 국면인지에 대한 논란은 분명 존재한다”며 “다만 지금 가격이 실제 고점인지는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이날 물가상승률을 배제한 ‘실질가격지수’를 들어 지금이 ‘고점’인 이유를 제시했다. 2008년 5월의 실질가격지수를 100으로 볼 때, 지난달 99.5까지 올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KB국민은행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을 보면 5월 기준 9억9833만원으로 2008년 12월(4억8084만원)의 두 배가 넘는다. 홍 부총리의 고점 발언이 오해를 일으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08년엔 신축도, 구축도 아니었던 아파트들이 지금은 재건축 단지로 묶여 부르는 게 값이 됐다”며 “초고가 아파트가 너무 늘어난 상태라실수요자들이 느끼는 부담도 지금이 훨씬 클 것”이라고 밝혔다.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서울의 중·소형 아파트(전용면적 60~85㎡)의 가격도 1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의 ‘월간KB주택시장동향’ 시계열 자료를 보면 5월 서울 중·소형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9억9585만원으로, 2년 전보다 3억84만원(43.3%)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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