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그냥 못넘어간다"..폭등한 공시가에 반발 거세지는 민심
서초구·제주도 "세금 아닌 벌금" 비판
고무줄 산정 논란..종부세 기준 개선 요구도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공동주택 공시 가격안'에 따르면 전국 공동주택 1420만5075가구 공시 가격은 평균 19.08% 상승한다. 이는 2007년(22.7%) 이후 14년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공시 가격안은 집주인 의견 청취 절차를 거쳐 4월 29일 최종 확정된다.
공시가격 급등은 주요 이유는 아파트 매매 가격이 크게 상승한 탓이다. 여기에 작년 10월 정부가 밝힌 '공시 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따라 올해부터 공시가격을 시세에 근접하게 만드는 작업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지난해 69%에서 올해 70.2%까지 높인 뒤 연평균 3%포인트씩 올려 2030년까지 90% 선을 맞출 방침이다.
공시가격이 올라가면 재산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커진다. 종부세 부과 대상인 공시가격 9억원 초과 공동주택은 작년 31만가구에서 올해 52만5000가구로 약 70% 늘어난다.
공시가격 12억원 아파트의 경우 올해 공시가격이 작년보다 24.8% 오른다. 이 경우 올해 보유세 부담(종합부동산세 포함)은 작년 302만원보다 약 43% 오른 432만원으로 예상된다. 공시가 15억원 아파트도 올해 공시가격이 16.9% 뛰면서 보유세는 520만원에서 745만원으로 44.1% 오를 것으로 보인다.
공시가격 20억원 이상 아파트는 세 부담이 더욱 가중된다. 작년 공시가격 17억 6000만원 아파트의 올해 공시가격은 13.6% 상승한 20억원까지 높아진다. 올해 보유세는 1446만원으로 지난해(1000만원)보다 446만원(44.6%↑)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많이 오를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막상 인상률이 공개되자 충격이 적지 않은 분위기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정책이 국민들의 세 부담만 늘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급격히 늘어난 공시가격에 반발하고 있다.
서울에선 서초구가 정부의 공시가격 발표에 반발하며 전면 제조사를 촉구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지난 17일 "지난해도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22.5% 급등하는 등 구의 재산세 납부액이 3년 동안 72%나 올랐다"며 "부동산 투기와는 전혀 무관한 1주택 은퇴자 및 중산층 서민들이 카드빚을 내어 세금을 낼 정도로 '세금 아닌 벌금'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동주택 공시 가격 인상 근거가 불분명하다"며 "올해 공시 가격을 동결하고 전 과정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도도 단독주택 공시가격의 적정성을 두고 반발하며 국토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16일 "정부가 공시가격을 매긴 표준 단독주택에 폐가, 빈집 등이 다수 포함돼 있다"며 "정부가 오류투성이 공시가격으로 증세만 고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표준 단독주택은 전국 단독주택 중 정부가 대표성이 있다고 선정한 일종의 표본으로 정부가 표준주택 공시가격을 매기면, 지자체가 이를 토대로 나머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을 산정한다.
제주도는 2019년 기준 도내 표준 단독주택 4451가구 중 439가구를 현장 조사한 결과, 오류 47건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제주도가 찾아낸 오류는 대부분 폐가, 공가(빈집), 무허가 건물 등 정상적인 집으로 보기 어려운 건물이 표준주택에 포함된 경우였다. 제주시 구좌읍 소재 한 표준주택은 빈집임에도 올해 공시가격이 작년보다 13% 급등했다.
원 지사는 "표준주택 오류로 주변 단독주택 최소 1134가구의 공시가격이 왜곡됐을 것"이라며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오류투성이인데 아파트라고 크게 다를 리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국토부측은 "표준주택 선정은 건축물대장, 지방세 과세대장 등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공부(公簿)에 기초해 이뤄졌고, 공시가격은 해당 시와 협의를 거쳐 매겼다"며 "모든 표준주택 공시가격은 현장 조사를 거치고 빈집도 세금 부과 대상인 만큼, 표준주택에서 제외될 이유는 없다"고 반박했다.
대구지역에선 공시가가 가장 많이 오른 수성구를 중심으로 반발이 나오고 있다. 황금동 한 아파트 주민 300여명은 오는 29일까지 집단 이의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 아파트에는 공시가가 작년보다 100% 정도 오른 호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한국부동산원으로 바로 제출한 것을 제외하고 구청에는 현재까지 10여건의 이의 의견이 제출된 상태"라면서 "문의나 항의 전화도 많은 데 주로 가격을 확인한 뒤 '너무 많이 올랐다', '갑자기 이렇게 많이 오르면 어쩌냐' 하는 내용들이다"라고 전했다.
아파트 공시가격이 평균 70.6% 급등한 세종시에서도 큰 폭의 인상에 강하게 반발하며 의견접수를 준비 중인 아파트 주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번 공시가격 인상으로 보유 주택가격이 9억원을 넘어 종부세를 내야 하는 주택은 모두 1760세대로, 지난해(25세대)보다 무려 70배나 증가했다.
종촌동 가재마을의 한 아파트 단지에선 입주자대표회의가 의견접수를 단체로 넣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게시글을 올리고 주민들의 동의를 받고 있다. 이 단지 한 입주민은 "이번에 공시가격 오른 것에 놀라다 못해 기겁을 했다"며 "실거주 목적인 1주택자에게까지 세금을 물려야 하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보람동 호려울마을 7단지도 이의신청을 위한 연대서명 작업에 들어갔다. 이 단지의 올해 공시가격은 전년대비 133%나 올랐다. 이 아파트 전용 102㎡ 공시가는 작년 4억원에서 올해 9억35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종부세 납세 대상인 공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은 전체 548가구 중 252가구에 달했다.
이 아파트 입주민 동의율은 현재 60% 정도로, 조만간 국토부 등 관계기관에 이의신청을 한다는 계획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공시가 공개 다음날인 17일 '과도하게 인상된 공시지가를 인하해 주십시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26일 기준 1만8590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정부가 매번 비정상이라고 외치던 부동산 가격에 맞춰 공시가격을 인상해 역대급의 공시가격 인상이 이뤄졌다"며 "다주택자는 물론 1주택자까지 세금폭탄을 맞게 됐는데, 부작용만 있는 공시가격 상승은 조속히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개별 공시가 열람 기간은 지난 16일부터 내달 5일까지다. 정부는 내달 5일까지 인터넷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 사이트와 관할 시·군·구청, 한국부동산원을 통해 의견 제출을 받고, 내달 29일 올해의 공시가격을 최종 공시할 예정이다.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둘러싼 불신의 또다른 원인으론 '고무줄 공시가격 산정 '도 있다. 같은 아파트인데 더 쌌던 곳이 올해는 더 비싸지고 같은 층인데도 누군 내고 누군 안내는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 공개 이후 형평성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국토부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를 보면 시세가 비슷하게 형성된 같은 동네 아파트 간 공시가격이 크게 차이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노원구 중계동 대림벽산 전용 114㎡ 14층 B호의 공시가격은 9억1000만원으로 올해 첫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됐지만, 이 집과 마주한 같은 층 A호는 올해 공시가격이 8억9100만원으로 종부세를 면했다.
서울 강서구 염창동 'e편한세상염창' 전용 84㎡의 올해 공시가격은 9억6900만원으로 책정됐다. 작년 7억2800만원 대비 33.1% 오르며 올해 첫 종부세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비해 걸어서 수분 거리에 있는 '염창한화꿈에그린' 같은 주택형은 공시가격이 8억8900만원으로 책정돼 종부세를 피했다. 상승률이 27.7%로 더 낮았기 때문이다.
마포구 대표 단지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평형별 상승률이 12.4~18.4%로 상이했다. 13층 기준 전용 114㎡의 올해 공시가격 상승률은 18.4%에 이르지만, 전용 59㎡과 전용 84㎡는 각각 16.1%, 12.4%로 많게는 6%가량 낮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앞뒤가 맞지 않는 정부 부동산 통계에 대한 조작을 중단하고 산정 근거를 공개하라"며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국토부는 "특정 단지 내에서 공시 가격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실거래가와 현실화율에 맞춰 공시가격을 산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공시가 평가 방식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005년에 도입된 종부세 기준이 16년이 지난 지금과 현실적으로 맞을 수 없다"면서 "최근 몇 년간 급등한 집값과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해 고가주택 기준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같은 동네, 같은 단지인데 공시가격 차이가 많이 나게 되면 보유세를 많이 내게되는 사람은 억울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아파트뿐만 아니라 연립주택 등 유형별로 구체적인 공시가격 산정기준을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다음 달 5일까지 인터넷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 사이트와 관할 시·군·구청, 한국부동산원을 통해 이의신청을 받은 뒤 이를 고려해 다음 달 29일 올해 공시가격을 최종 공시할 예정이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robgu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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