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미분양까지 동났다, 100대 1 오피스텔도 등장

정순우 기자 2020. 12. 2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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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집값에 장기 미분양 주택까지 패닉 바잉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에 위치한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전경. 분양을 시작한 2009년 이후 10년 넘도록 미분양이 남아 있었지만 아파트 공급 감소 등의 여파로 수요가 몰리면서 이달 초 완판됐다. /김연정 객원기자

정부의 부동산 겹규제로 전국적인 집값·전셋값 상승세가 장기화하면서 주택 실수요자에게 외면받던 장기 미분양 아파트나 오피스텔까지 인기를 누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불안감, 전셋값 급등에 지친 무주택자 등 주택 수요는 여전한데, 아파트 매물 부족과 높은 청약 문턱 때문에 이른바 ‘B급 주택’이 반사이익을 누리는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반(反)시장적 정책으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더 어려워지고, 건설사들은 이익을 보는 역설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11년 미분양 ‘일산 제니스’ 완판

22일 부동산업계와 두산건설에 따르면,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두산위브더제니스’(일산 제니스)의 분양이 이달 초 완료됐다. 2009년 분양을 시작한 지 11년 만이다. 2700가구 규모의 일산 제니스는 글로벌 금융 위기에 따른 부동산 경기 침체로 초기 계약자의 약 70%가 입주를 포기했다. 할인 분양, 중도금 무이자 대출, 관리비 대납, 자녀 교육비 지원 등 온갖 방법이 동원됐지만, 10년 넘게 미분양을 털지 못했다. 이 아파트 분양 실패로 두산건설은 유동성 위기에 빠졌고, 두산그룹 전체의 재무 구조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일산 제니스 미분양 해소에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올해 6월 발표된 ‘6·17 대책’이었다. 수도권 대부분이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면서 규제를 피한 김포·파주 집값이 급등했고, 일산 아파트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7월 말 주택임대차법 개정으로 수도권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장기 미분양 아파트라도 사들이려는 수요가 늘었다. 일산 제니스 인근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20~30평대 시세는 이제 분양가보다 1억원 이상 올랐다”고 전했다.

10년 가까이 입주자를 채우지 못했던 용인 수지구 ‘성복힐스테이트&자이’(3659가구)도 최근 미분양 물량을 모두 소진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2만6703가구로 2018년 말(5만8838가구)에 비해 55% 급감했다. 2002년 말(2만4923가구) 이후 가장 적은 숫자다.

◇공급 부족이 낳은 오피스텔·빌라 열풍

오피스텔 시장도 주택난의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작년만 해도 전국에서 분양된 오피스텔 68곳 중 47곳(69%)이 ‘청약 미달’이었지만, 최근엔 아파트 못지않게 경쟁이 치열하다.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외면받던 빌라(다세대·연립주택)에도 매수세가 붙고 있다. 올 10월 서울에선 다세대·연립 매매 거래량(4656건)이 아파트(4369건)를 추월하기도 했다.

지난 20일 청약을 마감한 대구 중구 ‘중앙로역 푸르지오 더 센트럴’ 오피스텔은 평균 경쟁률 75.2대1, 전용면적 84㎡ A 타입(35실)은 경쟁률이 103대1에 달했다. 서울 도봉구 도봉동 ‘힐스테이트 도봉역 웰가’ 오피스텔은 고분양가 논란에도 평균 9.6대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통상 오피스텔은 청약 경쟁률이 5대1만 넘어도 ‘흥행 대박’으로 평가한다.

오피스텔·빌라 시장까지 들썩이는 것은 시장이 원하는 물량만큼 아파트가 공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5000여 가구로 올해(5만289가구)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아파트값이 부담스러운 실수요자가 미분양 주택이나 오피스텔·빌라 매수에 관심을 두지만, 집값 조정기가 오면 이런 상품들이 가장 먼저 충격을 받기 때문에 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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