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전셋값 폭등 악순환..서민들, 내 집 마련만 더 멀어져

박상길 2020. 12. 2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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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이 서울 도심 아파트 밀집 지역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1월부터 올해 11월까지 전국 주요 지역 전월 대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그래프. <직방 제공>

[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올해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장 뜨겁게 달아올랐다.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겠다며 내놨던 정책을 피해 비규제지역인 서울 외곽지역으로 투기 수요가 몰리면서 '풍선효과'가 이어졌고 이내 경기도 등 수도권을 넘어 지방까지 집값 상승의 불씨가 번졌다. 전세 시장도 정부가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한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으로 세입자들이 기존 집에 눌러앉고 집주인들은 4년치 전세를 미리 받으려고 하면서 전세 매물의 품귀를 더 심화시켰고 이 때문에 전셋값이 가파르게 올랐다.

◇누르면 누를수록 더 튄 집값=직방과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11월까지 4.42% 상승했다. 2011년 6.14% 이후 최고 수준으로 이달 매매가격 상승세까지 더해지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반적인 상승세가 유지된 가운데 4∼5월 코로나 19 영향으로 일시적인 안정세를 보였다. 그러나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기준금리가 0.50%(3월 18일 0.75%, 5월 29일 0.50%)까지 인하되고 시중 통화량의 급격한 증가(월평균 2019년 17조7000억→올해 9월 기준 23조원)로 자산 시장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아파트 가격 상승폭이 점차 커졌다. 올해 6월부터는 전국 기준 월별로 0.40% 이상의 상승률을 유지했고 7월은 0.89% 상승률을 기록하며 오름세를 보였다. 장기 침체가 이어지던 지방 5개 광역시와 기타 지방 지역도 올해 6월 집값이 회복세로 전환했다. 지방에서도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있던 세종은 올해 11월 기준 매매가격 상승률이 44%에 육박했다.

◇새 임대차법이 전세난 불 지펴=올들어 11월까지 전국 전셋값은 3.60% 올라 2015년 4.58%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전세 시장도 올해 코로나19 영향으로 4월과 5월에는 상승세가 잠시 주춤했으나,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7월 말 이후 전세 매물이 품귀를 빚으면서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다. 전셋값 불안의 원인은 정부가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한 임대차 2법 때문이었다. 가파르게 오른 집값과 전셋값 때문에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자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기존 집에 눌러앉는 수요가 늘었고 여기에 '로또 아파트' 분양을 기다리는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전세 시장에는 유례없는 전세난이 발생했다. 서울의 한 전셋집을 보기 위해 아홉팀이 길게 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정부는 집값과 전셋값이 좀처럼 잡히지 않자 국토교통부 수장을 시장 전문가인 변창흠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으로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 내정자는 최근 집값 안정을 위해 "서울 등 수도권의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빌라 밀집 지역 등의 공공개발을 통해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걷잡을 수 없이 번진 불길을 잡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부동산 전문가,내년 집값·전셋값 안정 어려울 듯"= 부동산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집값과 전셋값이 안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매매시장에서 투기적 가수요와 갭투자, 다주택자의 주택 추가구매가 규제지역에서 발붙이기가 쉽지 않아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실수요자 위주의 과세, 대출, 청약제도가 임대차시장의 가격상승 우려감을 높이고 비규제지역의 풍선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수요억제책인 6·17, 7·10대책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과열됐던 수도권 매매시장의 거래량이 주춤하고 가격도 숨을 고르는 양상이지만, 주택임대차 2법을 급하게 추진하면서 8월 들어 전세시장 매물 부족과 가격급등 현상이 불거지는 등 불똥이 임대차시장으로 전이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2022년까지 전국에 11만4000호의 주택을 추가 공급한다는 11·19대책을 보완하기도 했지만 공급 효과의 시차가 있어 당장 임대차 시장의 안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고가주택은 숨을 고르지만 좀처럼 조정되지 않는 집값과 전세가격 불안이 동반되며 비규제지역과 중저가 지역의 가격상승이 지속되고 있고 지방은 울산, 세종, 대전 등을 중심으로 가격상승이 가파른 점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랩장은 변창흠 국토부 장관 내정자의 주택 공급 계획과 관련해서는 "서울 도심 역세권이나 낡고 용적률이 낮은 비아파트 주거지들을 정비해서 주택을 추가 공급한다는 점에 일부 공급효과를 기대해 볼 만하다"면서도 "다만 민간사업자의 개발이익에 대한 일정부분의 보호는 필요하고 그래야 민간의 공급확대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역세권 고밀도 개발은 청년이나 영세 세입자에게 좋은 공급 방식일 진 몰라도, 정주 여건을 중시하는 실수요자에게 영향이 없는 만큼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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