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은 안그러는데.. 자진해 규제해달라는 창원 두고 '갑론을박'

백윤미 기자 2020. 12. 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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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해주세요."

경상남도가 창원시 일부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해달라는 움직임에 나섰다. 이는 이례적인 일이다. 지금까지 지자체들은 ‘조정지역 지정이 억울하다'면서 규제를 해제해달라는 공문을 국토교통부에 보내곤 했다.

경남이 조정대상으로 편입시켜달라고까지 나선 것은 최근 창원 집값이 급등한 데 따른 것이다. 창원 집값은 주력 산업 침체로 최근 몇년 새 하락세를 보였는데, 다른 지방 도시의 아파트값이 오르자 투자자들이 유입되고 있다.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의 한 아파트단지. /연합뉴스

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경상남도는 지난달 29일 창원시 의창구와 성산구 등 일부 지역을 부동산 거래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해달라고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1월 넷째주 창원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1.01%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 상승률(0.23%)의 4배를 넘는 수준이다. 특히 창원 성산구는 1.98%, 의창구는 1.35% 오르면서 급등세를 보였다. 창원의 상승세는 석달 전부터 시작됐다. 지난 3개월간 창원의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은 3.51%을 기록했다. 성산구는 6.89%, 의창구는 4.84%에 달했다.

이렇게 창원 집값이 오른 것은 부산 등 근처의 다른 지방도시 집값이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 됐다고 판단한 수요자가 몰렸기 때문이다. 특히 전국 각지가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것이 창원 집값을 올리는 데 역할을 했다. 풍선효과다.

정부는 지난 11.19 대책에서 부산 해운대·수영·동래·연제·남구, 대구 수성구, 경기 김포(통진읍·월곶면·하성면·대곶면 제외)를 규제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투자할 곳을 찾아다니는 자금이 창원으로도 흘러간 것이다.

경상남도는 이런 상황을 심상치 않게 보고 있다. 투자자가 유입되어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나오면, 지역 산업 경기 위축으로 어려워진 서민들의 삶이 더 팍팍해질까봐서다.

다만 의창구 동읍과 북면, 대산면은 요청 지역에서 제외했다. 미분양이 수개월째 남아있고 매매 상승률이 높지 않으며 거래량 비중도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경상남도는 창원의 마산회원구·마산합포구·진해구와 양산시, 김해시에 대해서는 아파트 가격을 계속 모니터링한 뒤 이상 징후가 보이면 조정대상 지역 추가 지정을 건의할 방침이다.

윤인국 경남도 도시교통국장은 "최근 아파트가격 상승에는 임대차3법 개정과 저금리 기조로 인한 풍부한 유동성이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된 것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면서 "강력한 규제로 실수요자를 보호하고 부동산거래질서를 확립해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도모하겠다"고 취지를 밝혔다.

더불어 창원시는 공급대책까지 내놨다. 불안정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내년에 아파트 6975가구를 신규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물량은 분양 6235가구, 임대 740가구다. 집값 급등 지역인 의창구와 성산구에 신혼희망주택과 민간임대아파트 등을 집중 분양 또는 임대할 예정이다.

하지만 지역사회 등에서는 최근 들썩이는 집값 움직임만으로 창원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게 적절하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몇년 새 다른 지역 집값은 상승세를 타는데 창원 집값만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무주택자 입장에서는 집값이 오르는 것이 반갑지 않지만 집을 가진 사람의 경우 집값이 못 오르게 하는 조처를 반길리 만무하다.

서울은 2017년 8·2 대책이 나올 정도로 집값이 급등했는데, 같은 해 창원의 누적 아파트 값 상승률은 -9.27%였다. 2018년엔 10.5% 떨어졌다. 지난해도 창원 아파트 값은 5.68% 하락했다. 의창구의 아파트값은 4.84%, 성산구의 아파트값은 4.11% 각각 하락했다.

창원 의창구 용호동의 D공인 관계자는 "창원은 그간 집값이 계속 폭락을 하다가 이제 겨우 회복을 하고 신축아파트를 중심으로 반등을 하고 있는데 조정지역에 묶이면 결국 시민들이 상당한 피해를 입게될 것"이라면서 "최근에는 거래량도 줄어 알음알음 거래가 되는 상황인데 이 상황에 규제를 하기엔 성급하다고 본다"고 했다.

창원 성산구 대방동의 Y공인 관계자는 "경남도에서 나서서 규제지역으로 지정해달라고 건의한 게 전형적인 공무원들의 탁상공론이라고 생각해 비판이 상당하다"면서 "몇억원씩 오른 부산에 비하면 창원 집값은 오른 것도 아닌 수준인데 억울하다고 얘기한다"고 했다.

지자체가 직접 나서 규제를 요청한 데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창원은 몇년 간 주택 가격이 떨어졌던 지역인데 최근 상승 분위기만으로 규제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고심해야 할 것"이라면서 "미분양이 아직 많이 남았고 재건축 대상 아파트도 많은 만큼 규제보다는 공급쪽에 초점을 맞추는게 맞는다고 본다"고 했다.

창원은 여전히 경남에서 미분양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9월 기준 경남 전체 미분양 8163가구 중 절반이 넘는 4171가구가 창원 미분양 물량이다. 지난 6월 5198가구로 올해 정점을 찍은 이후 조금씩 줄고는 있지만 창원시는 현재까지 △미분양 해소 저조 및 △모니터링 필요지역 등 이유로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돼있다. 다만 이 물량은 이번에 경남도가 규제를 요청한 지역이 아닌 곳에 몰려 있다.

반면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집값이 과도하게 올라 투자자로 인해 현지인들이 피해를 본다는 판단으로 지자체가 규제지역을 요청하는 심정은 일견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투자자가 먼저 유입되고 오른 가격의 물량을 받아내는 건 현지 사람들이기에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효과도 어느정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규제지역으로 지정해달라고 저장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창원의 부동산 거래는 주춤해졌다. 창원 의창구 팔용동 H공인 관계자는 "집값이 오르면서 거래가 부쩍 많아졌었는데 조정지역 계획이 있다는 발표가 나자마자 손님이 뚝 끊긴 상태"라면서 "조정지역으로 묶일까 싶어 추이를 지켜본다며 계약을 망설이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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