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자본 출입 막아 '주택시장 고인물' 만든다

김창성 기자 2020. 11. 17.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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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부동산 세금카드①-고가·다주택자 숨통 조인다

[편집자주]정부가 투기 수요 차단을 위한 세금 압박 카드를 꺼냈다.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 수요를 강력한 세금으로 꽁꽁 싸매 주택시장에 가두겠다는 일종의 ‘고인물 만들기’ 전략이다. 안 팔면 보유세, 팔아도 양도소득세 폭탄을 물려 부동산시장의 투기성 거래를 차단하겠다는 것. 집값 과열을 진화하겠다는 정부의 이 같은 복안이 사회 문제로까지 불거진 부동산 불로소득과 탈세, ‘영끌대출’ 등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위해 세금 압박 카드를 꺼냈다. 사진은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남일대 아파트 단지. /사진=뉴시스 전진환 기자
정부가 집을 사고 팔아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수요를 원천차단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기 자본이 주택시장으로 흘러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면서도 빠져나가는 것마저 어렵게 하는 일종의 ‘고인물 만들기’ 작전이다.
1주택 실수요자에 대해선 페널티가 거의 없지만 투기 자금 성격을 가진 2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추가로 매매하는 행위뿐 아니라 보유 자체도 어렵도록 모든 단계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불로소득이나 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영끌대출’ 등 온갖 사회적 문제를 야기해 온 주택투기를 세금으로 차단함으로써 전세대란과 집값 불안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안 먹히는 규제… 다음 카드는 ‘세금’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정부는 3년6개월 동안 약 55일에 한 번 꼴로 부동산대책을 내놨다. 치솟는 집값을 잡고 실수요자 주거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기조를 한 번도 바꾼 적이 없다.

정부는 그동안 ▲8·2대책(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9·13대책(종합부동산세 대상 확대) ▲8·12대책(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12·16대책(15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 금지) ▲6·17대책(서울 강남·잠실 일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의 굵직한 규제대책을 내놨다.

이중 가장 강력한 규제는 역시 ‘세금’이다. 청약이나 대출 규제는 주택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내집마련 실수요자들까지도 영향을 준다는 논란이 있지만 세금은 전혀 다른 문제다. 특히 정부의 세금 규제는 다주택자 등 투기자본을 겨냥한다.

해당 세금은 ▲집을 살 때 내야 하는 취·등록세 ▲집을 보유하는 동안 내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이하 보유세) ▲집을 팔 때 내는 양도소득세까지 거래의 모든 단계에서 금액을 올려 실거주 목적 외의 불필요한 매매를 차단하는 효과가 생긴다.

취득세율은 올해 7·10대책 이후 ▲2주택자 8.0% ▲3주택 이상 12.0%가 부과된다. 종부세율은 내년 1월부터 최고세율이 6.0%로 오른다. 이는 보유주택 가격이 123억5000원 이상인 3주택자 기준이다.

현실적으로 서민이나 중산층 실수요자는 해당 가능성이 없는 구간이다. 양도세율은 내년 6월 이후 최고 82.5%가 부과된다. 역시 다주택자와 단기보유자에 대해 가장 높은 세율을 적용한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정부는 여기에 공시가격 정상화를 추진해 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90%로 높일 계획이다. 공시가격은 각종 세금의 부과 기준이 되기 때문에 세율 자체를 높이는 것과 별개로 공시가격 인상 이후 세금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올해 부동산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을 보면 ▲표준지(땅) 65.5% ▲단독주택 53.6% ▲공동주택 69.0% 등이다. 공시가격 연 상승률은 3%. 집값 과열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고가아파트일수록 현실화 속도가 빠르게 로드맵을 설계했다. ▲시세 9억~15억원 구간 7년 ▲시세 15억원 이상 5년에 걸쳐 현실화율 90%를 달성할 계획이다.


세금폭탄?… 투기 수요 ‘차단’


정부 계획대로 공시가격 현실화가 이뤄지면 주요 아파트 보유자의 세금 부담은 고가주택일수록 늘어난다. 서울 서초구 래미안퍼스티지 84㎡(이하 전용면적)를 소유한 1주택자의 보유세(재산세+종부세)는 올해 1158만원에서 5년 후 4503만원으로 오르게 된다.

이는 고령자 여부나 장기보유 등의 각종 공제를 반영하지 않은 금액이다. 강남구 래미안대치팰리스의 같은 면적은 보유세가 올해 907만원에서 5년 후 4632만원으로 뛸 전망이다. 고가주택을 많이 보유한 다주택자의 경우 세부담은 더 늘어난다.

일각에선 세금이 수천만원 오르는 것을 두고 ‘세금 폭탄’이라고 지적하지만 서울 강남의 경우 불과 3~4년 새 실거래가격이 10억원 이상 오른 곳이 수두룩한 점을 감안할 때 여전히 낮은 수준이란 게 정부의 논리다. 실제 투기 목적이 아닌 실거주자일 경우 나이와 보유기간에 따라 세금이 줄어든다.

정부는 물론 전문가들도 불필요한 주택 매매가 감소하고 거래량이 줄어들면 강남 초고가아파트의 가격 안정과 함께 주택시장도 빠르게 안정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위해 세금 압박 카드를 꺼냈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강남뿐 아니라 용산·여의도·목동 등 초고가아파트 밀집지역에서 가수요 억제 효과가 예상된다”며 “일정한 소득이 없는 은퇴자나 고령자는 보유세 부담에 주택수를 줄이려고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을 통한 노후 복지는 세금부담을 감안하면 매력이 떨어져 금융자산과 분산하는 경향도 두드러질 것”이라며 “재산세와 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으로 전세보다 일종의 현금흐름인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도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전한 오름세… 가격 거품 잡아라


저금리 장기화로 시작된 부동산 폭등세의 불똥이 최근엔 전·월세시장으로까지 튀고 있다. 소위 풍선효과가 나타나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요지역이 아닌 경기 외곽 비규제지역 집값이 뛰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1월 첫째주 서울 아파트값은 0.02% 올라 지난 10월 말까지 10주 연속 0.01%를 유지하던 상승폭을 다시 키웠다. 경기도 아파트값은 0.23% 올라 전주(0.16%) 대비 상승폭이 0.07%포인트 확대됐다. 인천도 0.12%에서 0.15%로 오름세가 가팔라졌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 주택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서울 전셋값 상승률 0.7%로 전주(0.55%) 대비 상승폭이 확대했다. 서울만 따지면 2009년 8월31일(0.76%) 이후 최대치다. 이렇게 집값 불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현 정부 5년차에 시작되는 본격적인 ‘부동산 세금카드’가 거래를 정상화시키고 가격 거품을 진정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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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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