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 매매가의 7배 '규제 블랙홀'

이춘희 2020. 11. 11.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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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전세가격지수 14주 동안 1.45% 뛸 때
매매가격지수 0.21% 올라
전국선 같은 기간 2.47%↑
강동 등 강남4구가 상승 견인
반면 매매가 상승률은 서울서 최저
세입자 계약 양극화도 심화
洪부총리 "대응책 총동원중"
관계장관회의 정책 미숙 순연
전문가 "중장기적으로 해결"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 2법' 시행 후 3개월간 서울 지역 아파트 전세 가격 상승률이 매매가격 상승률의 7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고강도 거래·대출 규제로 매매 거래가 막히면서 전·월세 수요가 늘어나는 와중에 임대차 2법까지 겹치면서 전세대란이 겉잡을 수 없이 확산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11일 한국감정원 주간 아파트가격지수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서울의 전세가격은 임대차 2법 시행을 골자로 한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기 전인 지난 7월27일과 비교했을 때 14주 동안 1.45% 뛰었다. 같은 기간 매매가격지수가 0.21%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상승률이 7배에 가까운 셈이다. 전국으로 넓히면 전셋값 상승세는 더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2.47% 뛰었다.

집값 상승 진원지 강남, 전세가도 수억 치솟아

지난 8일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매매·전세·월세 관련 정보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서울 내에서도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강남4구의 전세가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이들 지역의 전셋값은 3달 간 2.13% 뛰며 서울 내 권역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자치구별로도 ▲강동구 2.28% ▲송파구 2.22% ▲강남구 2.10% ▲서초구 1.93%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상위 네 곳을 모두 차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매매 시장은 정반대 양상으로 꽁꽁 얼어붙었다. 이들 지역의 매매가격은 권역으로는 0.06% 올랐고, 자치구 별로도 0.02~0.09% 올라 서울에서 가장 상승률이 낮았다.

정부가 강남·송파구 일대를 토지거래허가제로 묶는 등 매매 규제를 늘리고, 재건축 아파트 입주권 취득을 위한 실거주 요건을 도입한 데 이어 계약갱신요구권 등 임대차 2법까지 시행되면서 매매와 전세 가격의 양극화 양상이 나타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84㎡(전용면적)는 지난달 16일 9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 6월만 해도 6억원대에 전셋집을 구할 수 있었지만 9월에 보증금이 8억원까지 뛴 데 이어 이제는 같은 면적대의 웬만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을 넘어선 상태다. 대치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그동안은 낡은 아파트여서 전세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았는데 이제는 오히려 입주권을 안전하게 확보하려는 집주인들의 실거주 수요 때문에 전세 매물은 급감하고 가격은 급등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상황은 신축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2018년 입주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아이파크 84㎡는 지난달 15일 15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지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 아파트 역시 임대차 2법 시행 이전인 지난 7월에는 13억원대에서 전세 매물을 구할 수 있었지만 3달 만에 가격이 급등했다. 반면 같은달 27일에는 같은 평형임에도 9억9750만원에 전세 거래가 체결된 집도 있었다. 2년 전 9억5000만원에 맺은 전세 계약을 상한인 5%(4750만원)에 맞춰 올린 금액에 재계약한 것으로 추정된다.

임대차 2법 강행한 정부·여당, 전세 대책은 "…"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이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내걸고 임대차 2법을 강행한 만큼 기존 세입자들은 5%룰과 계약갱신요구권을 활용하며 혜택을 누리지만, 집주인의 실거주로 살던 집에서 쫓겨나 새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이들은 2년 전보다 훨씬 뛴 가격에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을 맺는 양극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세 가격 급등은 강남권만의 일은 아니다. 전셋값이 1.77% 올라 강남권 다음으로 높은 상승률을 나타낸 마포구에서는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4㎡가 지난달 25일 10억원에 전세 거래됐다. 이곳 역시 지난 7월에는 8억원 안팎에 전셋집을 구할 수 있던 단지다.

정부도 이러한 상황 속에 전세 대책을 고심하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어려움을 덜어줄 대응책이 있다면 다 올려놓고 검토 중"이라며 정책 전개를 시사했지만 11일 열릴 계획이었던 부동산 관계 장관회의는 정책이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는 판단 속에 순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전세난은 내년 상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마땅한 해결 대책이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수요 면에서는 청약 대기 수요가 많고, 공급 면에서는 내년 서울 입주 물량이 반 토막나는 상황에서 임대차 2법으로 기존 전세에 눌러앉은 이들이 많은 상황"이라며 "단기간에 전세난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사실상 없고, 중장기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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