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세난 '추가 대책' 발표하지 않은 이유

김현주 2020. 10. 29.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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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 단순히 임대차 보호법 등 제도적 문제에서 비롯된 게 아닌 '가을 이사철'이라는 시기적 문제와 겹치면서 일시적으로 발생 / 조금 더 상황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 / 월세, 매매시장에 미칠 영향 고려해 정부가 대책마련에 신중 기하는 듯
정부가 '전세대란 관련 추가 대책이 있는지 방안을 모색해보겠다'고 말한 뒤 첫 관계장관회의가 소집됐으나 기대를 모았던 전세난과 관련된 추가 대책은 발표되지 않았다.

정부는 이번 전세난이 단순히 임대차 보호법 등 제도적 문제에 비롯된 것이 아니라 가을 이사철이라는 시기적 문제와 겹치면서 일시적으로 발생한 만큼 좀 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또 월세와 매매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정부가 대책마련에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정부는 28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9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전세시장 동향 등을 점검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비공개 안건으로 공시가격 현실화 및 재산세 부담 완화방안과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주요내용 및 향후계획, 부동산정책 후속조치 진행상황 및 계획 등이 논의됐다.

기대를 모았던 전세대책은 따로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홍 부총리는 "전세시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분석해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의 안정을 조화롭게 달성할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고민할 예정이다"고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전세대책은 앞서 홍 부총리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추가 대책'을 예고하면서 관심이 집중됐다.

홍 부총리는 지난 22일 기재위 국감에서 '전세 가격 안정화를 위한 추가 대책이 있냐'는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질의에 "정부가 할 수 있는 것 중 또 다른 가능성 있는지 모색해 보겠다"고 답했다.

이어 국감장에서 여야 의원들로부터 표준임대료제도와 신규 전월세 계약상한제, 월세세액공제 확대 등이 거론되면서 당정이 이를 검토해 전세대책을 발표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여기에 국감 이후 곧바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가 열리면서 회의를 주재한 홍 부총리의 입에 시선이 쏠렸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전세대란이 가을 이사철을 맞아 일시적인 현상일 뿐 과거에 비해 높은 수준도 아니라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9월 서울 전체 주택 전세가격 상승률이 0.41%로 8월 0.43%보다 다소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9월 기준 최근 10년 평균 전세가격 상승률 0.52%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 부총리도 "현재 전세시장은 임대차 3법 등 새로운 제도가 정착돼 가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다양한 정책외 요인도 시장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며 "저금리기조 등 정책요인과 가을 이사철이라는 계절요인, 코로나19로 연기됐던 신규 입주수요 등의 불안요인 때문이다"고 평가했다.

이어 홍 부총리는 "4분기 중 수도권과 서울내 아파트 입주물량이 예년을 상회하는 등 수급측면의 요인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전세난이 다소 진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최근 10년 평균 전세가격 상승률을 보면 10월 0.53%에서 11월 0.39%, 12월 0.24%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같은 정부의 분석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전세품귀로 불릴 정도로 전세대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크다는 점이다.

KB국민은행 부동산의 주간 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10월 셋째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51% 올라 전주 0.40%보다 상승폭이 더 커졌다. 2011년 9월 둘째 주 0.62% 상승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정부 통계인 한국감정원 조사에서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무려 69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도곡동 대표 단지인 도곡렉슬 전용면적 84㎡ 주택형(20층)은 지난주 17억75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불과 2주도 안 돼 약 5억원이 뛴 것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정부가 이러한 시기 일수록 국민들께서 불안감을 느끼시지 않도록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기존)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정책이 정착되는 과정에서 과도기적 상황인 '사점'(dead point)을 조기에 통과하고 '세컨드윈드'(second wind)를 앞당겨 맞이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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