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건축 심폐소생술 나선 서울시.. "기부채납 줄여 유도할 듯"

유한빛 기자 2020. 10. 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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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주택 공급대책의 주요 축으로 내세운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공공재건축)’의 인기가 기대를 밑돌자, 기부채납 부담을 최소화하는 등 당근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공공재건축의 물꼬를 트는 사업장에는 공공주택 의무비율을 가장 낮게 적용하고, 별도로 공원을 조성해야 하는 의무를 면제하는 방안 등이 논의된다.

서울 강남구 한국무역협회에서 강남지역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연합뉴스

27일 서울시와 국회 등에 따르면 공공재건축 사업을 위한 전용주거지역 신설과 용적률 완화 등 근거 조항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이르면 오는 11월 중으로 발의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서울시 등과 법안의 내용을 최종 조율하는대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정안을 대표발의할 예정이다.

정부가 지난 8·4 대책 중 하나로 발표한 공공재건축은 아파트 높이 제한을 35층에서 50층으로 완화하고 용적률을 300∼500%로 높이는 대신, 공공기관이 사업관리를 맡고 완화된 규제에 따라 늘어난 주택의 50~70%를 공공임대·공공분양주택으로 기부채납하는 방식이다.

일반 재건축 사업으로는 용적률 250%인 500가구짜리 아파트를 600가구로 새로 짓되, 늘어난 물량의 50%를 임대주택으로 기부채납해야 한다. 용적률을 최고 구간인 500%까지 적용한 공공재건축 아파트는 같은 단지를 1000가구로 재건축한 다음, 늘어난 500가구 중 절반 이상을 공공임대주택과 공공분양주택으로 기부채납하는 구조다.

서울시에서는 공공재건축을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도시공원 및 녹지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공원 기부채납 의무를 면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현행법상 재건축 사업장은 가구당 부지 2㎡를 별도 공원으로 조성해야 하는데, 이를 면제하는 내용을 도정법 개정안의 특례 조항으로 넣어달라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원을 별도 획지에 조성하면 재건축 사업부지가 줄어들고 그만큼 동 간격이 줄어드는 등 주거 쾌적성이나 사업성에 영향을 준다"면서 "최근 재건축된 아파트를 보면 주차장을 지하화하고 단지 안 지상 공간을 공원처럼 꾸미기 때문에 별도로 공원을 조성하지 않고서도 녹지 비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재건축 시행 초기에 참여하는 선도사업장에는 공공주택 비율을 가장 낮은 50%만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됐다. 당초 정부는 8·4 대책을 발표하면서 순증한 주택 수가 많을수록 기부채납 비율을 낮게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표준형 건축비의 1.6배 정도인 기본형 건축비를 적용해 기부채납된 주택을 종전보다 더 비싼 값에 매입하는 방안도 나왔다. 현재 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된 신축 아파트를 공공임대용으로 매입하는 가격은 일반 분양가의 60~70% 선으로 알려졌다. 이 매입 가격이 70~80%로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공공재건축 사업구역으로 지정되면 특별건축구역으로도 자동지정해, 인동 간격과 일조권 등 건축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다만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될 경우에는 디자인 특화설계에 따른 건축비 부담이 더 늘어날 수 있어, 아파트 소유주들의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현재까지 서울시에 공공재건축 컨설팅을 신청한 사업장은 15곳이다. 주로 안전진단 단계이거나 추진위원회나 조합 설립을 준비하는 재건축 초기 사업장들이 관심을 보였다. 강남구 은마(4424가구)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3930가구) 정도를 제외하면 종로구 금강하이츠(252가구) 등 소규모 단지가 대부분이다.

서울시는 컨설팅을 신청한 단지의 사업개요와 건축 규정 등에 따른 추정분담금 등을 계산해주고, 인허가 간소화 등에 따른 편익을 상담해줄 예정이다. 현재 신청한 단지가 모두 공공재건축을 진행할 경우 순증하는 가구 수는 미리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재건축 사업은 전체 소유자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도정법 개정안에 포함된 당근이 얼마나 큰지에 따라 공공재건축에 대한 기류가 바뀔 것이라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한 시중은행 부동산 전문가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상황에서 강남권 대형 단지가 공공재건축에 따른 기부채납 부담까지 감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공공재건축에 참여하는 단지에는 재초환 분담금을 줄여주거나 1가구 1주택자인 재건축 조합원은 재초환을 면제해주는 등의 적극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한데, 지금 거론되는 방안들은 대세에 큰 변화를 주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재건축시장의 대어인 강남권 아파트 소유주들은 공공재건축을 크게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공공재건축 컨설팅을 신청한 은마아파트의 경우에는 재건축추진위원회가 공공재건축을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와 충돌했고, 잠실주공5단지에서는 공공재건축에 반대하는 소유주들이 모임을 꾸릴 정도다. 주로 문제 삼는 부분은 △고밀도 재건축에 따른 주거 쾌적성 약화 △일반분양 물량을 기부채납하는데 따른 비용 부담 증가 △높아진 공공주택 비율만큼 주택 가격의 상승폭 제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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