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 내리고 매물 쌓이는 강남?.. "하락 전환 판단은 시기상조"

백윤미 기자 2020. 10. 1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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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의 풍향계로 불리는 강남권에서 최근 급매물 위주로 주택이 거래되면서 호가가 소폭 낮아지고 매물도 조금씩 느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강남 아파트값이 본격 하락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는데, 현지 공인중개업소와 부동산 전문가들은 강남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1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0월 둘째주 서울 강남구 아파트값은 0.01% 하락했다. 앞서 8주 연속 0.01% 상승을 유지하다 전주 보합으로 내려선 뒤 일주일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이다.

강남구 대치동의 재건축 초기 단지인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는 지난 8월 22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올해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현재 시세는 이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네이버부동산에 따르면 16일 현재 이 아파트는 호가를 3000만~5000만원 정도 내린 매물이 나와 있고, 20억원9000만원짜리도 있다.

개포동의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59㎡는 8월 초 20억원에 실거래됐다가 지난달 19억7000만원으로 3000만원 내린 가격에 거래됐다. 호가는 최저 19억에서 최고 22억으로 다소 편차가 심한 편이다.

송파구를 보면 잠실 리센츠 전용면적 84㎡ 역시 23억~23억5000만원에 유지되던 호가가 최근 20억8000만~22억4000만원까지 떨어졌다.

강남권 재건축의 경우 6.17 대책에서 실거주 2년 의무, 토지거래허가제, 초과이익 환수 등 규제 포화를 맞았지만 급매물이 소진되고 재건축 규제 완화 및 지역 개발 호재가 부각되면서 8월 초까지는 집값이 올랐었다. 하지만 정부가 다주택자와 법인에 대해 종합부동산세 중과세율을 올리는 등 규제 벽을 높이자 매수심리가 급격히 냉각됐다.

이 영향으로 강남 아파트의 매물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물은 지난 5일 기준 3만6987건까지 줄었다가 이후 계속 쌓여 16일 4만1815건으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아파트 매물도 1만1050건에서 1만2271건으로 늘었다.

현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도 이같은 경향이 맞는다고 했다. 하지만 하락의 신호탄이라고 보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강남구 개포동 G공인 공인중개사는 "실입주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은마아파트의 경우 매수자가 적어 특히 더 매물이 쌓이는 경향이 있다"면서 "하지만 호가를 깎으면 거래가 성사되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볼 때 단기간 등락은 있어도 장기적으로 강남 아파트는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송파구 잠실동 H공인 공인중개사는 "리센츠 등 일부 단지에서 호가가 내려간 곳도 있지만, 소수 급매이고 대부분은 안 팔려고 하는 분위기"라면서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가격이 올라가니 혼란스럽다는 사람들이 있지만 현재 호가에서 더 내려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강남 아파트값이 본격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보기에는 아직까지 무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대출과 세금 등이 집중 규제를 받은데다 장기간 집값 상승 피로감이 가중되고, 거래절벽이 장기화된 영향이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부장은 "아직 급하게 팔아야 한다는 상담이 많은 편은 아니어서 하락 전환이라고 보기엔 어렵다"면서 "거래가 끊겨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아파트를 쥐고 있으면서 시장을 관망하는 움직임이 더욱 짙다"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강남 아파트는 거래량이 너무 적어 시장 상황을 판단하기 어려운 시기지만, 임대차법 영향과 종부세 이슈 등으로 하방 압력은 받을 만한 시기"라면서 "6개월 내로 단기적인 조정이 있을 것이지만, 크지는 않고 장기적으로는 오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가 없으면 매매 수요로 돌아설 수밖에 없는데 정부 규제 때문에 거래가 끊긴 상황"이라면서 "강남에서 거래가 줄면서 가격이 하락하는 것처럼도 보이지만 실제 하락 전환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강남 지역에서 나오는 거래들은 신고가를 갱신하는 등 움직임도 보이는데, 아파트 가격이 안정되려면 4~5년은 걸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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