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과천 반발거세"..공급대책 첫발부터 꼬이나
3기 신도시 중 하남 교산 등 유력..반발 큰 과천 포함될지 관심
사전청약 후보지 외, 서울의료원 등 공공주택 논란도 '재점화'
[헤럴드경제=민상식·양영경 기자] 8·4 수도권 주택공급 대책 관련 내년 사전분양할 대상지 발표가 당초 7일에서 하루 늦춰진 오는 8일로 바뀌면서, 대상지 선정을 놓고 당정과 지자체 간의 조율에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사전청약 대상지로 거론됐던 일부 지자체와 지역민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면서 사전청약 일정이 더 늦춰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사전청약제는 본청약 1∼2년 전에 일부 물량에 대해 앞당겨 청약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대규모 사전청약에 나서는 것은 사전 청약으로 실수요자들의 주거 불안을 덜어주고 이를 통해 최근 30대의 ‘패닉바잉(공포에 의한 매수)’을 막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하루 늦춰진 사전청약…후보지 과천의 거센 반발=7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부동산 관계장관 회의에서 태릉골프장을 포함해 수도권에 사전분양할 3만가구의 분양 대상지와 일정 등을 세부적으로 공개할 계획이었다. 정부는 8·4 대책에서 당초 9000가구로 예정된 3기 신도시 등의 사전청약 물량을 6만가구로 늘리기로 했고, 이 가운데 내년에 사전분양할 3만 가구가 공개되는 것이다.
그러나 주요 국회 일정이 겹친 이유로 발표는 8일로 하루 연기됐다. 일각에서는 당정과 지자체의 부지선정 조율에 시간이 더 필요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전청약 대상지로 언급된 노원구 태릉골프장 부지(1만가구)와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 (4000가구) 등 해당 지역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에서는 2년 앞당겨 공공분양을 확정 짓는 사전청약 대상지로 선정되면 사실상 공공택지에서 제외되는 게 힘들어진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지역민들의 집단 항의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과천시는 정부과천청사 주택공급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시민 2만명 서명부를 국토부에 전달하고, 최근 김종천 과천시장이 사전청약 대상지에서 제외해달라고 국토부에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천 주민들은 정부청사 이전 후에 자족기능이 떨어진 과천을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한 주택공급의 수단으로만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김 시장은 지난 2일 “정부과천청사 일대 주택 공급계획이 강행되면 일체의 행정절차에 협조하지 않겠다”며 강경 대응에 나설 뜻도 밝혔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3기 신도시도 전부 반발했지만 설득 과정을 통해 토지보상까지 진행하고 있다”면서 “주민들이 내놓는 의견 중 합리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개발계획 수립 과정에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사전청약 대상지로는 8·4 공급택지 중 태릉골프장을 비롯해 3기 신도시 중에서는 사업 속도가 빠른 하남교산, 남양주 왕숙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주거복지로드맵에 포함된 공공분양 6만가구 중에서는 시흥거모 지구가 거론된다.
▶서울의료원·용산정비창도 원안개발 주장 커…공공주택 논란도 ‘재점화’=경기 과천 등 사전청약 후보지 외에도 8·4 대책의 공공주택 공급지역으로 지목된 기초 지방자치단체들이 잇따라 반발하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구가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부지의 공공주택 공급 철회를 공식 요구하면서 지자체와 정부의 갈등이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강남구는 최근 서울의료원 부지 개발을 통한 공공주택 3000가구 공급 계획을 철회해달라고 국토부와 서울시에 요구했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앞서 서울시가 수립한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에서는 서울의료원 부지 공동주택 건립을 불허했다”며 “코엑스와 잠실운동장 일대 종합발전계획에서 제시한 마이스(MICE, 회의·관광·컨벤션·전시) 산업 경쟁력 확보 등을 위해서도 원안대로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남구는 지난 2018년 수도권 주택 공급 계획 때 서울의료원 부지가 공공주택 800가구 공급 용지로 선정됐을 때도 구민 반대 청원서 1만여건을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과거 수립된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은 공공주택 도입 등 사업계획 변경에 따라 재정비 중으로, 지구단위계획 재정비가 완료되면 강남구의 이같은 철회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용산구도 용산 정비창 부지를 국제업무지구로 만들려던 원안대로 개발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시민들의 항의도 이어지고 있다.
용산구의회는 지난달 21일 “정부가 용산정비창 부지에 임대주택을 포함한 최대 1만 가구의 주택 건설 계획을 용산구민의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 원안대로 추진하고, 개발계획 수립 시 용산구민의 의견을 반영하라”고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공급 대책에 대한 불신으로 주택공급계획에 대한 시장 효과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재국 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기반시설 확충 계획이 없이 도심에 대단지 아파트를 지으면 교통난이 심각해지고, 주거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 주민들이 많다”며 “주민 반발이 지속되면 아무래도 사업 추진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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