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혼란 키운 '묻지마 입법'..의원님들, 이래도 됩니까(종합)

하지나 2020. 8. 28. 05: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태년 "부동산법안 정책위 검토 거쳐라" 뒤늦은 수습
소급 적용, 재산권·기본권 침해..막무가내식 입법
박주민 '무기한' 계약갱신..신정훈 고위공직자 백지신탁제 등
개인계좌 조회까지..감독기구 설립 부처간 엇박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개인통장도 들여다볼 수 있게 하겠다.” “세입자가 원하면 임차한 집에 평생 살 수 있게 하겠다.”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표면적 이유로 무분별한 입법 발의에 나선 여당 일부 의원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도를 넘어선 개정 법안 발의로 시장 혼란을 부추기면서 오히려 정책효과를 반감시킨다는 지적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계류 중인 주택임대차보호법은 19건에 이른다. 취득세·재산세 등의 내용이 담긴 지방세법 개정법률안 역시 22건에 달한다. 양도소득세와 관련한 소득세 법안 역시 7건에 이른다.

일부 법안의 경우 재산권 침해 우려 및 위헌 소지까지 불거지면서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막무가내식 입법 발의에도 집값은 잡히지 않고, 민심 이반 현상만 심화하자 여당 내부에서 부랴부랴 뒷수습에 나섰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부동산 법안은 당분간 정책위원회 검토를 거쳐 발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부동산 입법 과열에 제동을 건 셈이다.

지난 6월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경우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임대인은 이를 거절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무기한 계약 연장 내용을 담아 큰 논란을 빚기도 했다.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한 임대차3법의 경우 소급적용 논란과 과도한 재산권 침해 외에도 여전히 제도적 허점이 많다. 당장 임대료 5% 인상 역시 임차인 동의없이는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향후 이를 둘러싸고 분쟁이 속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법안 통과 후 전월세전환율 등 후속 조치가 잇따르면서 땜질 입법이라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신정훈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역시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안에 따르면 부동산을 과다 보유한 고위공직자와 국회의원의 경우 즉시 매각 또는 백지신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거부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문재인 대통령 발언 이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부동산 감독기구 설립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허영 민주당 의원은 국토교통부가 금융기관에 금융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 내용의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필요한 경우 개인 계좌를 비롯해 금융 정보를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기본권인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행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금융정보 등 개인 정보는 개인 동의 없이 법집행기관 이외에는 제공하지 못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심지어 정부 부처끼리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 김현미 국토부장관이 지난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부동산시장 거래 관련 법을 고쳐 단속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맡을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연내 관련 법안이 만들어지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0일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은 “너무 성급하게 결정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감독기구 설립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새로 출범할 감독기구의 역할 및 규모, 권한 범위 등을 두고 부처간 협의가 불가피한 가운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물론 시장 작동이 완벽한 건 아니기 때문에 불완전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라면 큰 문제가 없지만 최근 정부가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하면서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결국 시장 작동에 문제가 생기니 정부 감시를 강화하는 악순환만 반복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나 (hjina@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