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로 힘 잃은 HUG..분양보증 독점 깨지나(종합)

국토부, 분양보증 개방효과 분석 용역 발주
오는 10월 윤곽 나올 듯..'서울보증' 유력
이번에는 경쟁도입? 시장안정화 명분 잃어
'깜깜이 심사' '고분양가' 등 갑질 사라지나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올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주택분양보증사업’ 독점운영권이 깨질지 주목된다. HUG가 1993년부터 분양보증사업은 운영한 지 27년 만이다.

국토교통부가 분양보증 사업을 경쟁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나선 가운데 분양가상한제 전면 시행으로 독점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주택시장 안정화’ 명분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분양보증 경쟁도입 준비…‘서울보증’ 유력

23일 나라장터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21일 ‘주택분양보증제도의 발전 방향 제시를 위한 연구’라는 주제의 용역을 공개입찰 공고했다.

이번 연구용역에는 주택분양보증부분의 개방효과를 분석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기존 보증관련 혼합경쟁 사례 검토를 통해 주택분양보증부문 개방시 검토할 주요 고려요인 △보증기관 추가 지정으로 시장 형태가 과점으로 전환되면 주택분양 및 보증 부문에서의 변화 예측 △주택분양보증의 역할 및 주택시장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증기관 추가 지정의 장·단점 및 적절성 분석 등이다.

용역은 9월3일 계약 이후 일주일 내 과업 착수, 50일 이내 중간보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르면 10월 추가보증기관 지정 여부에 대한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종 결과는 12월이나 돼야 나온다. 현재 보증업법에 따른 추가 보증기관으로는 ‘서울보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분양보증은 건설사 부도 등에 대비해 계약자의 분양대금을 보호하는 시스템이다. 건설사는 30가구 이상의 주택을 선분양할 때 HUG의 분양보증이 있어야 금융권 대출이나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고 분양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HUG의 대주주인 국토부(주식 68.25% 보유)가 보증기관 추가 지정을 작업에 나선 것은 분양보증시장 개방의 필요성이 대두된 지난 2017년 공정거래위원회와 2020년까지 보증보험 회사를 추가 지정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번엔 독점 깨질까…분양가상한제로 힘 잃어

현행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상에는 국토부 장관이 언제든지 민간 보험회사 한 곳을 지정해 HUG와 경쟁체제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국토부는 그동안 ‘부동산시장 안정’을 이유로 분양보증사업의 경쟁체제 전환을 계속 미뤄왔다. 앞서 국토부 관계자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보증사업의 경쟁체제 전환은 코로나19로 인한 주택업체 파산 등 주택사업 환경이 어려워지거나 부동산 시세 등 시장 상황이 우선 안정화돼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분양보증서를 발급받기 위해 건설사 등은 HUG가 제시한 분양가상한에 맞춰 분양가를 책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깜깜이 심사’ ‘고무줄 분양가’ 등 갑질 논란과 함께 고(高) 보증수수료 논란이 일었다.

대형건설사 주택사업 담당 한 임원은 “HUG의 갑질이 도를 넘고 있는데 ‘보증받으려면 사업 변경해라’ ‘분양가 확 낮춰라’ 등 무리한 요구를 명확한 기준 없이 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5월 대한주택건설협회는 갑질과 높은 보증 수수료 때문에 보증기관 경쟁체제 도입을 위한 자체적인 제2보증사 설립을 위한 용역을 발주하기도 했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가 민간택지에도 전면 시행되면서 이 같은 HUG독점 체제 유지의 명분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분양가 안정’ 기능이 HUG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분양가심의위원회에도 생기기 때문이다.

강신우 (yeswhy@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