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희망과 거꾸로 간다.. 금천·관악·구로도 전세 5억 넘어
경기도 일산에 사는 결혼 4년 차 직장인 A씨(37)는 서울 전셋집을 알아보기 위해 한 달 동안 부동산 중개업소를 돌아다니다가 최근 포기했다. 눈여겨봤던 아파트 대부분 매물이 없는 데다, 여기저기 알아보는 사이 그나마 있던 매물의 가격마저 급등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그동안 저축한 돈에 대출을 조금 보태 직장 근처로 이사 가려 했는데 잠깐 사이에 전셋값이 너무 올라 감당이 안 된다"며 "더 일찍 움직였으면 4년간 걱정 없이 살 수 있었을 텐데, 너무 후회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며 6·17 대책, 7·10 대책, 개정 주택임대차법 시행(7월 31일), 8·4 대책에 이르기까지 두 달 사이 4건의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지만 집값은 잡히지 않고, 전세 시장은 폭주하고 있다. 특히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 서울에서 서민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의 전셋값마저 급등해 서민 주거 안정까지 흔들어 놓고 있다. 정부 정책이 목표와는 정반대로 움직이며, 시장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현실화되고 있다.
◇노·도·강 30평대가 5억원
지난달 31일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를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고 3주가량 지난 지금, 서울에서는 전세난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계약 갱신이 가능한 기존 세입자들은 당장 타격을 피했지만, 그들이 기존 전셋집에 눌러앉으며 매물이 급감한 탓에 신혼부부 등 신규 수요자에겐 전셋집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가 돼버렸다.
20일 부동산 빅데이터 기업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5989건으로 지난달 31일(3만8293건)에 비해 32.1% 줄었다. 매물 감소 영향으로 전셋값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주간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이달 17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직전 일주일 동안 0.38% 올랐다. 전주(0.41%)보다는 상승률이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6월 이후 전셋값 주간 상승률은 지난주 전까지는 계속 0.3%를 밑돌았다.
특히 전셋값이 비교적 낮아 서민들이 많이 사는 지역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강서구는 0.8% 급등했고 강북구(0.65%), 노원구(0.5%), 성북구(0.48%)도 서울 평균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바뀐 임대차법 시행 후 이 지역들에서는 30평대 아파트의 전셋값이 5억원을 돌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강북구 미아동 M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이달 7일 5억원에 전세 거래됐다. 6월 최고가(4억3000만원)보다 7000만원 오른 것이다. 노원구 중계동 G아파트 전용 84㎡ 전세는 이달 1일 6억원에 거래됐다. 비슷한 층이 6월에는 4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또 다른 서민 주거지인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부동산 시장은 유기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강남, 마용성의 전셋값이 오르면 다른 지역 전셋값도 따라 오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전세 통계 분식(粉飾) 논란에 정부 "보조지표 수준"
이런 와중에 정부는 뜬금없이 전세 통계를 개편한다고 밝혀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지난 19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행 통계는 확정일자를 받지 않는 갱신 계약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신규와 갱신 계약을 포괄할 수 있도록 통계 조사 보완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시장에서는 "정책 실패를 통계 분식(粉飾)으로 덮으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20일 한국판 뉴딜 관계장관회의에서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이 포괄되는 보조지표를 검토하는 것이지, 일각에서 우려하는 기존 통계의 개편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갱신 계약의 시세는 전세 수요자에게 전혀 유의미한 통계가 아닌데 불필요한 곳에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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