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전환율 낮췄지만 "월세로 바꿀 전세 물건 없는데 집주인만 자극"

최현주 2020. 8. 2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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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7월 전세거래 1년 전의 -24%
이달 더 줄어 70% 이상 감소 예상
집주인 "월세보다 세금이 많을 수도"

874만 무주택 가구의 주거가 걸린 전·월세 시장의 소용돌이가 거세지고 있다. 전·월세 상한제(5%)와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2년+2년)이 속전속결로 시행된 데다 오는 10월부터 전·월세 전환율이 4%에서 2.5%로 낮아지면서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는 7735건으로, 지난해 7월보다 24% 줄었다. 이달 들어서는 2520건(20일 기준)에 그쳤다. 이대로라면 지난해 8월(1만467건)보다 7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 통계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74.6으로, 2016년 4월 이후 가장 높다. 100을 기준으로 지수가 높을수록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 전·월세 전환율이 의미가 있는 건데, 월세로 바꿀 전세 물건이 없는 상황에서 집주인만 자극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세입자 입장에선 장기적으로 주거비용 부담이 더 커진다는 우려가 크다. 전세에서 월세 전환 시엔 전환율이 낮을수록 월세가 줄어들지만, 월세에서 전세로 전환 시엔 전환율이 낮을수록 전셋값 부담이 커진다. 예컨대 월세 60만원을 전세로 바꾼다고 하자. 전환율 5%를 적용하면 보증금이 1억4400만원이지만 2.5%를 적용하면 두 배인 2억8800만원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월세를 전세로 전환할 때는 2.5%가 아닌 시장 전환율을 적용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세 물건이 부족한 상황에선 집주인이 올려달라는 대로 올려줄 수밖에 없는 구도다. 무주택자인 성모(35)씨는 “월세 살다 돈 좀 모아서 전세로 옮기고 또 모아서 집 사는 건데 평생 월세살이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집주인은 집주인대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집을 세놓고 내야 하는 세금 등이 월세보다 많아질 수 있어서다. 예컨대 은퇴한 2주택자인 A씨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고 1주택(6억원)을 전세(보증금 4억8000만원) 대신 월세로 바꾼다고 하자. 전·월세 전환율 2.5%를 적용하면 A씨의 임대소득은 연 1200만원이 된다. 그가 내야 하는 임대소득세는 61만원. 여기에 현재 사는 주택(9억원)이 있기 때문에 보유세 부담은 800만원 선이다. 여기에 임대보증금 보증보험료(75%)로 최소 74만원 정도 내야 한다.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중개수수료(0.4%)로 192만원을 냈고 도배(60만원)도 했다. 여기에 인상된 건강보험료까지 합하면 월세로 받은 12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세입자와 집주인 간 분쟁도 늘어날 전망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당장 2년은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속도가 완화되겠지만, 2년 후에는 결국 월세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임대료 상승 폭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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