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대책 두 달..수도권 집값 진정 기미·전셋값은 불안
임대차법 개정 후 전세는 매물 품귀속에 불안
전문가들 "정책 효과는 좀 더 지켜봐야"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홍국기 기자 = 다주택자와 법인 등의 '갭투자'를 차단하기 위한 6·17대책이 나온 지 2개월이 지나면서 집값 안정 기미가 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장담하기는 이르다.
7·10대책과 8·4대책 등 후속대책이 추가되면서 수도권 집값 상승폭은 줄어들고 있지만, 예상치 못했던 전세시장 불안이 나타나면서 정책당국에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 수도권 '갭투자' 진정…경기·인천 급등세 꺾여
6·17대책은 서울 외곽 지역의 갭투자를 잡는 데는 일단 성공한 모습이다.
17일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6·17대책 이후 최근까지 2개월 동안(6월 15일∼8월 10일) 수도권의 아파트값은 1.25% 상승했다.
서울은 0.50% 올랐고, 경기는 1.82%, 인천은 0.65% 각각 상승했다.
서울 이외 지역에서는 새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의 아파트값이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다.
경기도는 올해 들어 6·17대책 발표 직전(6월 15일)까지 아파트값 상승률이 5.53%를 기록했는데, 대책 이후 2개월 동안 1.82% 상승하며 상승폭이 다소 누그러졌다.
올해 들어 6·17대책 전까지 집값이 크게 뛰었던 군포시(9.12%), 수원시(14.21%), 안산 단원구(10.21%)의 경우 대책 발표 후 2개월 동안 상승률이 0.20%(군포), 1.52%(수원), 1.07%(단원) 등으로 잡히며 진정되고 있다.
인천 연수구 역시 대책 전까지 올해에만 9.19% 상승했다가 대책 후 2개월간 0.92% 오르는 데 그쳤고, 대전 유성구도 같은 기간 상승률이 각각 8.99%에서 2.33%로 낮아졌다.
다만, 대책 발표 직후 규제지역에서 빠져 '풍선효과'가 우려되던 경기 김포시와 파주시 등에서는 집값 상승이 현실이 됐다.
올해 들어 6·17대책 전까지 0.35% 상승하는 데 그쳤던 김포 아파트값은 최근 2개월간 4.90% 올랐고, 경기 파주시는 올해 대책 전까지 0.26% 내렸던 아파트값이 최근 2개월 사이 2.37% 올랐다.
경기도 하남시(4.19%)를 비롯해 충남 계룡시(6.43%)와 공주시(4.55%) 등도 대책 이후 집값이 많이 뛰었다.
◇ 투자수요 유턴하며 서울은 오히려 아파트값 올라
서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올해 들어 6·17대책 전까지 아파트값(-0.06%)이 떨어졌다가 대책 이후 2개월 동안 0.50% 오르며 상승세로 돌아섰다.
고가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와 세금부담이 커지면서 9억원 이하 아파트가 밀집된 서울 외곽 지역이 가격 상승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강북구(0.63%)가 가장 많이 올랐고, 도봉구·마포구(0.61%), 노원구(0.60%), 구로구(0.57%) 등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강서구·동대문구(0.56%), 관악구·송파구(0.55%), 양천구(0.52%), 영등포구(0.51%) 등도 평균 이상 올랐다.
강북 미아동 SK북한산시티 84.76㎡(이하 전용면적)는 올해 초 5억5천만원 안팎에 거래되던 것이 대책 전인 6월 12일 6억3천만원(21층)까지 올랐고, 7월 11일 7억5천만원(16층)에 매매되는 등 집값이 크게 뛰었다.
강남권 고가 아파트값도 오름세다.
특히 6·17대책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의 아파트값마저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나 정책 당국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76.79㎡는 지난달 14일 20억5천만원(2층)에 매매가 성사돼 규제 시행 전인 6월 22일(18억원·1층)보다 2억5천만원 뛰었고, 잠실주공5단지 76.5㎡는 지난달 17일 21억3천300만원(5층)에 계약서를 써 6월 11일(20억8천300만원·7층)보다 5천만원 오른 값에 매매됐다.
토지면적(대지면적) 18㎡ 이상인 아파트를 사려면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하는 등 전세를 낀 갭투자가 원천 봉쇄됐음에도 가격이 더 오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6·17대책으로 수도권 대부분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다시 서울로 고개를 돌렸고 집값 상승으로 불안해진 30∼40대 등 실수요자 일부가 매수에 나서면서 서울 집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 후속대책 잇따르며 집값 상승폭 둔화…전세불안은 숙제
6·17대책 발표에도 주택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정부는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3..2%에서 6.0%로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7·10대책을 추가했다.
또 수요억제 정책에만 집중한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8·4 공급대책을 통해 수도권에 새로 13만2천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수습에 나섰다.
이어 다주택자의 세 부담을 대폭 늘리는 내용의 '부동산 3법'(소득세·법인세·종부세법)과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입법이 마무리됐다.
이런 일련의 대책으로 집값은 상승폭이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의 아파트값은 주간 조사 기준으로 6·17대책 발표 직후인 6월 4주와 5주 각각 0.06%에서 7월 첫째주 0.11%로 다소 상승했다가 이후 0.09%(2주)→0.06%(3주)→0.04%(4주·8월1주)→0.02%(8월2주)로 상승률이 줄고 있다.
하지만 임대차법 3법 시행 초기 부작용으로 전세시장이 불안한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까지 59주 연속 상승하며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연말 입시제도 개편 등에 따른 영향으로 12월 4주 0.23%까지 올랐던 서울 전셋값은 올해 1월 말부터 상승폭이 감소하면서 5월까지 0.05%(1월4주∼2월2주)에서 0.04%(2월3주∼3월4주), 0.02%(5월1∼4주) 등으로 오름폭을 줄였다.
그러나 6월 들어 다시 오름폭을 키워 6월 1주 0.04%에서 0.08%(6월3∼4주), 0.10%(6월5주∼7월1주), 0.13%(7월2주), 0.14%(7월4주), 0.17%(8월1주) 등으로 오르고 있다.
새 임대차법으로 전세 계약기간이 4년으로 늘어나고, 계약갱신 시 보증금 인상이 5% 안으로 제한되자 집주인들이 신규 계약에서 전셋값을 올려받고 있고, 4년 거주가 보장된 세입자들이 기존 전셋집에 주저앉으면서 공급이 줄어 전세 품귀가 빚어지고 있다.
◇전문가들 "대책 효과는 더 지켜봐야"
전문가들은 6·17대책이 아직 의도했던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면서 이후 발표된 추가 대책과 함께 집값 안정 등 효과가 나타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6·17대책에서 그동안 틈새로 여겨졌던 법인의 갭투자나 전세 대출 부분을 막고 강남권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하는 등 강력한 규제를 가했지만, 후속 대책 전까지 그 효과는 미미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 주택거래가 감소하고 상승세가 둔화한 것처럼 보이지만 집값 안정을 속단하기엔 아직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6·17대책의 영향으로 단기적 투기 수요와 다주택자의 추가 구매 수요는 숨을 고를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6·17대책 이후 종부세 강화, 양도세·단기거래세율 강화, 매입 임대사업자 폐지, 공급 확대 등 추가 보완책을 낸 뒤에야 시장이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는 점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함 랩장은 "대책 이후 분양시장 과열과 전월세 시장 가격 불안 심화 등은 점검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저금리, 풍부한 유동성 등을 고려할 때 정책 효과로 가격 하락·안정 효과를 기대하기보다 상승률 둔화 정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정부가 규제 강화로 일관하기보다 주거 선호지역에 공급을 많이 풀겠다고 발표하고 주택임대사업자에게 출구를 마련해준 것이 시장에 좋은 신호로 닿았던 것 같다"며 "내년 상반기 안에 정부 기대대로 다주택자·법인 매물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공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예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6·17대책도 강력한 대책이지만 이후 부동산 3법 통과와 새 임대차법 시행 등이 더 시장에 영향을 준 것 같다"며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땐 시장을 바로 읽고 거기에 맞는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dkkim@yna.co.kr, redfla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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