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잡으려다 강북 전셋값 다 올릴판

서대현,나현준,이축복 2020. 8. 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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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 전세가 상승률 강남 6.7%·도봉 1.3% 천차만별
임대차법 시행으로 강북서도 "우리도 5% 올린다" 목소리

◆ 부동산시장 혼란 ◆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벽산아파트 전용 85㎡는 2017년 3월부터 3년 이상 3억5000만원대에서 전세가가 형성돼 왔다. 하지만 지난달 31일부터 5% 이내 범위로 올리는 전월세상한제가 시행되자 집주인들이 돌연 이에 맞춰 전세가를 올리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최근 한 매물(신규 기준)이 4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며 "이번 조치로 이른바 '착한 집주인'들 태도가 바뀌어 전셋값을 오히려 올리려 한다"고 말했다. 이 중개사는 "기존 계약갱신은 상한선인 5%까지 상승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여당과 정부가 '무주택 서민'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전월세상한제를 시행했지만 오히려 그간 시장에서 장기간 안정을 유지해왔던 지역 전세가까지 들쑤셔 서민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안정적인 전세가를 유지하던 지역에서 5%로 올리겠다는 집주인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국 전세 매물이 씨가 마르면서 공급은 줄고 수요는 그대로여서 전셋값을 올리겠다는 집주인들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서민들만 소외될 것이란 염려가 크다.

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최근 1년(2019년 7월~2020년 6월)간 전세가를 보면 서울 강남구 6.7%, 서초구 5.8%, 송파구가 5.0%로 법적 상한선(5%)을 넘어섰다. 하지만 같은 기간에도 중랑구 0.5%, 서대문구 1.2%, 중구와 도봉구 1.3%, 노원구는 1.5%만 올랐을 뿐이다. 전세가 급등은 서울에서는 강남권에 한정된 이야기란 의미다.

지난 2년(2018년 7월~2020년 6월) 기준으로 하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 상승률은 1.5%에 불과하다. 자치구별로 봐도 전세가 상승률이 5%를 넘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양천구가 4.0%로 가장 높고, 송파구(3.9%), 서초구(2.9%)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입주물량이 많았던 강동구(-4.6%), 서대문구(-1.3%), 도봉구(-0.5%)는 전세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2018~2019년 상반기는 전세가 하락기였던 반면, 2019년 하반기 이후엔 전세가 상승기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장 상황과 경기, 지역에 따라 다른 전셋값을 일률적으로 5%로 정해 상한을 둔다는 자체가 무리한 정책이란 분석이 나온다.

경기도 아파트의 전세가 지역별 격차는 더 심하다. 지난 2년을 기준으로 3기 신도시 청약을 노리고 전세를 가는 수요가 많은 하남시(10.0%)와 성남시 수정구(6.6%), 용인시 수지구(5.6%), 수원시 영통구(5.4%)만 법정 상한선을 초과했다. 같은 기간 안성시는 -7.9%, 의왕시는 -4.8%, 안산시는 -4.2%를 기록했다.

국회가 임대차3법을 마치 군사작전하듯 통과시키면서 실제 상한선을 정해야 하는 전국 지자체는 단 한 곳도 준비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향후 지자체들이 상한선을 정해도 법 시행과 지자체 조례 사이 기간의 소급 논란 등 또다시 한 차례의 혼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지난 2년간 아파트 전세가가 7.3% 하락한 울산시는 아직 어느 부서에서 이를 담당해야 할지도 정하지 못한 상태다.

[서대현 기자 / 나현준 기자 / 이축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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