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담] "서울에 '반값 아파트' 대량공급하면 집값 금방 잡힐 것"

장인철 2020. 7. 2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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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탓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진단과 처방은 진영논리처럼 첨예하게 갈려 있다.

지난해 정부 공시지가 문제부터 최근 청와대 참모진 다주택 보유에 이르기까지, 경실련은 진보 시민단체임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누구보다 강력히 비판해왔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면,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만회를 위해 집값도 잡고 국민 주거복지도 증진시킬 만한 근본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방안을 권고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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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왼쪽)이 20일 장인철 한국일보 논설위원과의 대담에서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서울 시내 반값 아파트 공급이 충분히 가능한데 안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인기 기자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탓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진단과 처방은 진영논리처럼 첨예하게 갈려 있다. 한쪽은 반시장적 규제와 징벌적 과세에 의존한 수요억제 일변도 정책이 실패를 불렀으니, 정책 기조를 확 바꾸라고 한다. 반면, 다른 한쪽은 규제든 과세든 시늉만 하다 되레 위기를 불렀다며 더 근본적이고 단호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후자의 목소리를 이끌어 왔다. 지난해 정부 공시지가 문제부터 최근 청와대 참모진 다주택 보유에 이르기까지, 경실련은 진보 시민단체임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누구보다 강력히 비판해왔다.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그 이유를 “정부의 성공은 진영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와 국민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문 정부 부동산정책 실패는 예고된 것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만큼은 자신 있다”고 했지만, 결국 집권 3년여 만에 부동산 정책이 파탄 위기에 빠진 셈이다. 현 정부는 어디서 실패한 건가.

“출범 초기부터 실패할 줄 알았다. 나는 노무현 정권 부동산 정책 실패를 지켜봤다. 왜 실패했느냐 하면, 투기세력과 한 몸통이 돼버린 관료의 벽을 넘지 못했다. 노 대통령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한다고 공약했다. 그런데 이헌재 당시 경제부총리가 반대하니까 “장사하는 것인데 10배 남는 장사도 있고 10배 밑지는 장사도 있다”며 돌아섰다. 아파트값 상승의 불씨를 댕긴 대표적 실책이 됐다. 관료의 벽이 그 정도로 높다. 또 노 대통령이 후분양제 하자니까 임기 말쯤 돼서 무슨 로드맵이니 뭐니 하다 끝내 흐지부지 없던 일로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는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노 정권에서 실패한 김수현씨가 다시 청와대로 들어가고, 이상한 정책 내는 걸 보면서 이거 아니겠다 싶었다”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부터 헛발질

-이상한 정책이란 게 2017년 12월 ‘8ㆍ2 부동산대책’에서 나온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 같은 걸 말하는 건가.

“그렇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후부터 집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2017년 5월에 집권해 6월에 내놓은 정책이 뭐냐면 5년 간 매년 10조원씩 50조원 투입해 헌집을 새집으로 고쳐주고 주변 정비하겠다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이었다. 그러니 투기꾼들 손뼉 치며 도심 다세대와 빌라 같은 거 사 모았다. 그리고 2개월 후 다주택 투기의 ‘꽃길’을 열어준 ‘임대주택 활성화 방안’이 나온 거다. 안 그래도 꿈틀거리던 시장에 불이 붙었다. 샐러리맨들까지 너도나도 등록 임대사업한다고 나서며 다주택자 되는 상황을 만들었다. 그게 김수현씨 작품인 걸로 아는데, 당시 그 분은 진심으로 그게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키는 걸로 믿었다니, 얼마나 한심한가”

-관료들이 일부러 바람직한 부동산 정책을 망치려고 작심하고 나서는 건 아니지 않겠나.

“그건 아니겠지만 다주택 보유 상황만 봐도 고위 정책당국자들 중 상당수가 적어도 부동산을 통한 수익을 추구해왔고, 그걸 시장경제로 당연 시 여기는 쪽에 서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성장정책의 수단으로 부동산 부양책을 활용해온 관행에 젖은 사람들이다. 단기간에 경기 부양 효과 내려면 재벌기업들 앞세워 일시에 거대 개발사업하는 게 쉽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일종의 결탁관계 같은 게 부지불식 간에 형성되는 것이다. 그러니 정책에서도 자연스럽게 그런 쪽 편에 서게 된다는 얘기다”

-‘7ㆍ10 보완대책’ 나오기까지 아파트 투기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양상이었다. 개인ㆍ법인 다주택자들을 겨냥해 초강력 과세 강화 조치가 나왔지만 지지와 반발이 공존한다. 어떻게 평가하나.

“문 대통령은 초강력 조치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난 또 한 번 시늉만 했다고 본다. 지금 등록 임대주택이 160만채다. 이 정부가 각종 세제혜택 주고 임대사업 장려하면서 박근혜 정부 초기에 비해 100만채 이상 급증한 거다. 100만채면 분당급 신도시 10개 주택물량이다. 이 막대한 물량을 보유하고 있는 임대 다주택자들은 이번 과세 강화 대상에서 결국 다 빠졌다. 그래 놓곤 극소수 종부세 올리고, 실수요자 고통주면서 집 팔라고 하니 원성이 없겠나. 관료들한테 또 속는 거다”

-수요억제 일변도의 규제책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공급책의 하나로 여당에서 그린벨트 해제론이 대두되고 있다. 도심 고밀도 개발이 우선이라는 얘기도 있다. 바람직한 공급책은.

“1999년부터 2019년까지 전국적으로 1,560㎢의 그린벨트가 해제됐다. 그걸로 집값 잡혔나. 집값은 계속 상승했고, 서민 주거 불안은 심화했다. 정부가 진정으로 집값을 낮출 의지가 있다면 그린벨트 해제가 아닌 보다 확실한 투기 근절책을 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 주택이 2,200만채다. 자기 이름으로 주택 가진 사람은 1,300만명이다. 누군가 900만채를 더 가지고 있는 건데, 농촌에 200만채가 있다고 치면 도시에 700만채를 누군가 더 가지고 있는 거다. 그 중 등록 및 공공임대 200만채를 빼면 500만채는 개인이 가지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 개인들은 집값 하락이 확실하다면 팔 것이다. 그게 공급이다. 새로 지을 필요도 없다고 본다. 공급이 모자라 집값 오른다는 생각도 틀렸다. 1970년대, 80년대 주택보급율 70%였다. 한 방에서 4,5명씩 살았다. 그래도 집값 안 올랐다. 집 사서 돈이 안 되는데 누가 집을 사나.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도심부지 수용해 공공개발 하면 반값 가능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면,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만회를 위해 집값도 잡고 국민 주거복지도 증진시킬 만한 근본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방안을 권고한다면.

“첫째, 신도시 등의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가 기존 아파트 시세의 반 값 이하여야 한다. 지금 추진되는 경기 그린벨트 신도시 땅값이 평당 200만원이다. 거기다 평당 600만원짜리 건물을 지으면 800만 원이다. 25평 기준 토지까지 팔아도 2억원이 안 된다. 1980년대에 전두환 정권이 분양원가에 맞춰 강남 개포동에 13평짜리 아파트를 900만원에 분양했다. 그게 지금 30억원에 거래된다. 왜 요즘 젊은이들은 그렇게 분양 받으면 안 되는가. 문 대통령은 전두환보다 정책을 못 하는 거다. 둘째, 개발할 때 개인 토지까지 정부가 강제 수용하지 않나. 그런 식으로 국가나 공기업 보유 토지를 정부가 수용해서 토지임대부 건물 분양 방식으로 하자는 거다. 이명박 정부 때 그렇게 해서 주변시세 3분의 1로 분양했다. 그리고 국민연금이 해외 부동산 사는데, 국민연금이 수용토지 사서 임대료만 받아도 어마어마한 부자 될 거다. 셋째, 분양원가 공개하고 후분양제 전면 확대하고 분양가상한제 해야 한다. 넷째, LH 같은 공기업이 민간업자 끌어들여 공동 분양하는 것 안 해야 한다”

-단기간 내 실현 가능한 도심주택 공급 방안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부가 수용해서 토지임대부 건물 분양으로 할 만한 곳도 서울 시내 곳곳에 있다. 서울 강남엔 옛 서울의료원 땅이 있다. 용산엔 철도정비창 부지가 있고, 불광동에도 질병관리본부 부지가 있다. 그런 곳 반값 아파트 분양하면 된다. 또 서울에 있는 각 역세권 토지를 서울시가 강제 수용해서 고층건물을 지으라는 거다. 교통 좋은 데다 50층짜리 지어 가지고 20평에 1억 원씩 분양하면 좋지 않나. 정부가 할 수 있는데 안 하고 그린벨트까지 건드릴 필요가 뭐가 있나”


행정수도 이전 부동산 해법 못돼

-정부ㆍ여당이 서울ㆍ수도권 과밀화와 부동산 문제 완화를 내세우며 세종시로 청와대와 국회를 옮기자는 ‘행정수도 완성론’을 제기했다. 부동산정책으로서 어떻게 보는가.

“행정수도 이전은 국가 대사다. 불쑥 던지듯이 내놓을 사안이 아니다. 공연히 세종시에 또 투기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지 않나. 부동산 정책으로 평가할 가치가 없는 얘기라고 본다. 이런 식으로 엉뚱한 소리하는 게 정말 화가 난다. 작년 11월 19일 문 대통령은 자기 임기 중 집값이 하나도 오르지 않았다. 부동산만큼은 자신 있다. 주택 가격은 전국적으로 일부 지역이 하락할 정도로 매우 안정되어 있다. 그런 얘기 했다. 이미 서울 아파트값이 40% 올랐는데 그런 말을 했다. 사람들은 문재인 정권은 투명하고, 이명박 정권은 검은 정권이라 생각하는데 실제 행정은 정 반대다”

-부동산(토지와 주택)과 관련해 가장 바람직한 사회의 모습을 말해 달라.

“열심히 땀 흘려 일한 사람은 1년에 1,000만 원 저축하기도 힘든데, 한쪽에선 1년에 3억 원씩 가만히 앉아서 벌면 근로 의욕이 사라지게 된다. 그건 나라가 아닌 거고, 없는 것보다 못한 거다. 반칙 행위는 사라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 손바닥만한 나라가 아니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시켜 줄 수 있는 충분한 환경과 조건을 갖췄다. 제대로 정치만 하면 주택 문제는 단박에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그걸 못하고 있다. 원칙을 바로 세울 때가 됐다. 난 삼성 이재용씨 같은 사람은 큰 성이나 저택에 살아도 괜찮다고 본다. 프랑스나 유럽에 가면 10만평 되는 성은 1억원도 안 간다. 세금이 5억원에 1년 관리비용이 10억원씩 드니 돈 없는 사람은 줘도 안 가져가는 거다. 반면, 보통 사람들이 사는 작은 주택은 굉장히 합리적인 가격으로 빌릴 수도 있고, 소유하면 걸 맞는 세금을 내면 된다. 그런 기본 틀을 잡으면 된다. 상전노릇 하는 관료들부터 움직여야 한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변한나 사원 bloss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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