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84㎡ 전셋값도 10억..아우성치는 서울 전세시장
보증금 재조정 움직임 겹쳐
은마 전세매물 한달새 80% 감소
입지 좋은 강북도 전셋값 상승
래미안마포리버웰 2주새 2억 급등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김유리 기자] 서울 전세시장이 아우성이다. 강남은 물론 강북권까지 매물이 급격하게 줄면서 전세 가격이 치솟고 있다. 보유세 인상, 양도소득세 비과세 실거주 요건 강화에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앞둔 임대인들의 보증금 재조정 움직임까지 겹치면서 서울 전세 가격은 5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강남구 대치동에서는 전세 물량이 한 달 만에 80% 급감한 단지가 등장했고 강북에서도 전세 가격이 10억원을 웃도는 대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강남 재건축 단지 '은마아파트' 매물 한 달 만에 313건→67건 '뚝'23일 부동산 매물 정보 사이트 아실에 따르면 강남구 대표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전세 매물이 한 달 전 313건에서 현재 67건으로 78.6%나 줄었다. 단지 규모가 4424가구에 달하지만 이 중 1.5%만 전세 거래가 가능한 셈이다. 상당수 매물이 여러 중개업소에 중복 등록되는 관례를 감안하면 실제 매물 수는 더 적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값도 계속 오르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이 아파트 76㎡(전용면적)의 전세 상한 시세는 이달 첫째 주 5억9000만원에서 둘째 주 6억1000만원으로 1주일 새 2000만원이 올랐다. 인근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 아파트 2년 실거주 의무가 생긴 데다 반전세 전환이 늘면서 전세 물량이 확 줄었다"고 전했다.
인근 동부센트레빌의 상황도 비슷하다. 전세 물량이 한 달 전 70건에서 현재 37건으로 반 토막 났다. 신축이다 보니 전세 가격 급등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 이 단지 121㎡는 지난달 20억원에 거래됐는데 현재 호가가 21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대치동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A씨는 "오는 10월이 전세 만기인데 입주 시기나 금액이 다 맞는 물량을 아직 못 찾았다"면서 "학군 때문에 대치동에 들어왔는데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같은 강남권인 서초ㆍ송파구의 전세난도 심각하다. 서초구 서초동 래미안서초에스티지S 전세 물량은 한 달 전 61건에서 32건으로 47.6% 줄었고 송파구 잠실동 레이크팰리스도 113건에서 83건으로 24.8% 감소했다.
전세난은 강북도 마찬가지…마포구 용강동 래미안마포리버웰 84㎡ 전세 호가 10억원전세난은 강남ㆍ북을 가리지 않고 나타난다. 입지가 좋은 강북권 신축 대단지에서는 중형 아파트인 84㎡ 전세 가격이 '10억원'을 찍은 단지가 잇따르고 있다. 마포구 용강동 래미안마포리버웰 84㎡ 전세 매물 호가는 10억원이다. 지난 7일 같은 면적 전세가 8억원에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약 2주 만에 2억원이나 급등한 가격이다. 공덕동 공덕2삼성래미안 84㎡는 최근 6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연초 대비 1억원 오른 시세다. 성동구 금호동 서울숲2차푸르지오 84㎡ 역시 10일 8억5000만원에 거래됐으나 현재 호가는 모두 10억원을 넘어섰다.
매물 감소세도 뚜렷하다. 노원구 상계동 주공2단지 전세 매물은 한 달 전 77건에서 이날 기준 37건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상계동 주공11단지 역시 53건에서 30건으로 42.4% 감소했다.
반전세·월세 전환, 집주인 실거주 증가에 자취 감주는 전세 매물시장은 최근의 전세난이 전세의 반전세ㆍ월세 전환, 집주인 실거주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와 보유세 인상을 추진하면서 최근 세 부담을 덜기 위해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는 임대인이 많아지는 추세다. 게다가 정부는 6ㆍ17 대책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집을 산 사람이 2년 내 의무적으로 입주하도록 했다. 또 올해까지 조합을 설립하지 못한 재건축 아파트 소유자는 2년간 실거주해야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제했다. 모두 집주인 거주를 유도하는 규정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0.13% 상승, 55주 연속 올랐다. 강동구의 전세 가격 상승률(0.3%)이 가장 높고 송파구(0.26%), 강남구(0.24%), 서초구(0.21%) 등 강남 4구 오름세가 눈에 띄는 가운데 성동구, 마포구 역시 각각 0.19%, 0.15% 상승해 서울 평균을 웃돌았다. 최근 1년간의 추이를 살펴보면 전세 가격 상승 폭이 더 뚜렷이 드러난다. 경제만랩에 따르면 6월 기준 최근 1년간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전세 가격은 1751만7000원에서 1865만1000원으로 6.47% 올랐다. 특히 강남구는 2769만7000원에서 3148만9000원으로 13.69%나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임대차 3법의 영향으로 단기간 전세 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으나 향후에도 3기 신도시 등 분양 대기 수요, 과세 부담에 따른 월세 전환 등이 이어지면서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현재 50%대에 머물고 있는 전세가율이 상승할 경우 전세 수요가 매매로 돌아서면서 또다시 집값 상승을 견인하는 부작용 역시 우려된다는 목소리다.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팀장은 "최근 서울의 전세가율 하락은 전세 가격이 내려서가 아니라 전세 가격 오름폭보다 매매가격 상승 폭이 커서 생긴 현상"이라며 "전세 가격이 계속 오르면 목돈을 마련해야 하고, 집을 옮겨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 서민 주거 불안정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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