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집 못 살라" "남한테 팔 바엔".. 역대 최대 기록한 주택 매매·증여거래량(종합)

상반기 전국 주택 매매·증여 거래량 역대 최대치 기록
매매 62만878건·증여 6만270건
정부 고강도 시장 옥죄기 영향 평가
다주택자들 "차라리 물려준다"
무주택자들 "더 오르기 전에"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올해 상반기 주택 매매거래량과 증여 거래량이 모두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고강도 정책이 오히려 '공황구매(패닉 바잉)'와 증여를 부추기며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모양새다.

22일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의 주택 매매거래량은 62만878건, 증여 거래량은 6만270건으로 조사됐다. 모두 2006년 주택거래현황 통계가 작성된 이래 역대 최대치다.

각각 이전 최대 거래량인 2015년 상반기 61만796건과 5만4655건을 뛰어넘었다. 이러한 추세라면 연간 최대치인 2015년 119만3691건과 11만1863건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러한 거래량 급증에는 정부의 고강도 옥죄기가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중과 등 압박을 통해 시장에 매물 출회를 늘린다는 전략이지만 다주택자들은 오히려 '차라리 물려준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연이은 압박에도 시장에 매도자 우위 분위기가 형성되며 연쇄적인 가격 상승이 일어나고, 청약 가점이 낮은 3040들이 패닉 바잉에 나서며 다시 가격이 오르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셈이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증여의 경우 2017년 12월 1013건으로 조사되며 처음으로 월별 증여 건수가 1000건을 넘었다. 이듬해인 2018년에는 연간 아파트 증여 건수도 1만5397건으로 처음 1만건을 넘어섰다.

이르면 다음달 증여 취득세 강화… '세금 피해 빨리 물려주자'

정부와 여당은 이러한 증여를 통한 세금 회피 전략에 대해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회에는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행정안전위원회 여당 간사)이 7·10 부동산 대책에 담긴 매매 취득세율인 최대 12% 수준으로 증여 취득세율을 끌어올리는 내용을 담은 지방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해놓은 상태다.

눈에 띄는 점은 시행일이다. 한 의원은 해당 법안의 부칙에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며 "시행 이후 납세의무가 성립하는 분부터 적용한다"고 명시했다. 당정은 이르면 다음달 초까지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전략이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세금 중과를 피해 자녀에게 증여하려던 다주택자는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당장 빠르게 증여와 매매의 유불리를 따져 주택 처분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은 "7·10 대책 발표 후 2주가량 지난 상황에서 증여 관련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다음 달 법이 시행될 거란 예상이 나오면서 이달 말까지 증여 거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통상 명의이전과 등기까지 2주가량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이달 중 증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