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재건축 '알맹이' 빠진 공급대책..맹탕 우려↑

2020. 7. 2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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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정세균 총리·김현미 장관, 재건축 규제 완화 별다른 언급 없어..
시장에서는 "강남 공급" 목소리 높은데, 변죽만 울릴 가능성도 제기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골프장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오는 7월 말로 예정된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에서 서울 강남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카드가 사실상 불발됐다.

이 가운데 공급의 또다른 한 축으로 꼽히는 재건축·재개발 관련 규제 완화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비중 있게 거론되고 있다. 이때문에 공급 효과가 높은 그린벨트해제·재건축 규제완화 등 알맹이가 빠진 ‘맹탕 대책’으로 끝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정치권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이번 공급 대책은 ▷용적률 등 도시계획 규제 개선 ▷정부 소유 택지 및 유휴지 적극 발굴 ▷공공 재개발·재건축 사업 시 규제 완화 ▷도심 내 공실 상가 및 오피스 활용 등 크게 다섯 가지 틀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은 전날 정세균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주택공급 물량 확대를 위해 그동안 검토해 왔던 대안 외에 다양한 국공립 시설 부지를 최대한 발굴·확보하고, 국방부 소유 태릉 골프장 부지 활용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논의했다.

그러나 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에 대한 언급은 따로 없었다. 지난 19일 저녁에 열린 비공개 고위 당정협의회에서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공공기관의 유휴지 등 주택 공급을 위한 부지를 최대한 끌어모으고 있다”면서 그 외에 용적률에 관한 이야기만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약 83만㎡ 면적의 태릉골프장을 활용할 경우 1만 가구 가량의 공급 효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육사 부지까지 택지를 확장할 경우 2만 가구 규모의 ‘미니 신도시’ 조성도 가능하다. 이 외에도 대치동 세텍(SETEC)·동부도로사업소 유휴지 등에서도 7000가구 규모의 주택공급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부동산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획기적인 공급 대책이 없는 이상 넘치는 서울 수요를 충족하기엔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또한 수요가 몰리고 있는 강남은 풀지 않고 강북 그린벨트 인근 지역만 풀어 변죽만 울리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그린벨트 해제와 재건축 규제 완화는 수요가 가장 집중돼 있는 강남 주택시장에 가장 확실하게 파급효과를 줄 수 있는 대책”이라면서 “이런 부분을 제외할 경우 과연 정부 공급 대책의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직방 분석 결과,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75.6대 1로 전국 평균 27.7대1을 크게 웃돌았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서울의 청약 경쟁률은 11.6대 1을 기록한 바 있다. 청약에서 탈락한 3040세대가 그대로 매매 시장에 뛰어들며 ‘패닉 바잉’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급증했다. 강동구 둔촌주공 청약 대기수요만 30만명에 달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정부는 현재 유휴지 발굴 작업과 함께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이 참여하는 공공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카드를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공공 재건축·재개발은 조합 측이 분양가상한제 제외, 인허가 절차 축소 및 사업기간 단축, 용도지역·용적률 상향 등 혜택을 받는 대신 조합원분 제외 물량의 절반 가량을 공공임대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정비사업의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 역시 이 같은 방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임대 물량 증가로 사업성이 현저하게 떨어질 수 있고, 조합원들의 내부 반발도 클 수 있어 정부가 당초 의도한 만큼의 효과가 나오기에는 변수가 많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밀안전진단 기준 강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2년 실거주 의무화 등 단계마다 겹규제로 얽혀 있는 상황부터 해소해야 한다”며 “이 같은 규제 완화가 시장에 보다 확실한 ‘공급 시그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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