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도, 공급도 곳곳 '허점'..산으로 가는 부동산 정책

유엄식 기자 2020. 7. 2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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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올해 2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토부와 해양수산부 업무보고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반드시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초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주택시장 관련 긴급보고를 받고 한 말이다. 이후 일주일 만에 발표한 '7·10 부동산 대책'이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다. 여당 주도로 급조한 탓에 문 대통령이 밝힌 실수요자 보호, 주택공급 확대 등 중요 정책의 구체성이 떨어지고 '징벌적 세금' 정책만 치중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대책 발표 후 1주택자, 일시적 2주택자 등의 민원이 급증하자 정부가 보완책을 발표했지만 시장의 혼란은 여전하다. 주택공급 대안 중 하나인 '그린벨트 해제'도 당사자인 서울시와 의견조율 없이 일방통행으로 흐르다 없던 일로 정리되는 모양새다.
18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 및 '임대사업자협회 추진위원회' 회원들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규탄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5일 만에 보완책 부른 세금폭탄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서울 종로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7·10 대책 등 정부 부동산 규제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렸다. 500여 명의 참가자는 '집주인도 국민이다', '소급적용 위헌정부' 등의 피켓을 들고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사회자는 "다주택자, 1주택자, 무주택자 모두 무분별한 규제의 피해자가 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7·10 대책은 공급보단 '세금'에 초점이 맞춰졌다. 종합부동산세 최고 세율을 종전 2배인 6%로 높이고 2년 이내 단기 매매에 부과하는 양도세율도 최대 70%까지 끌어올렸다. 기존 1~4%인 주택 취득세율은 2주택 8%, 3주택 이상 12%로 대폭 높였다.

종부세와 양도세는 애초 정부안(종부세 4%, 양도세 50~60%)보다 강도가 세고, 싱가포르 정책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진 '추가 취득세'는 그동안 정부 차원에선 특별히 거론되지 않았던 내용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10 대책 발표 직전 나흘 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투기 수요를 줄이기 위해 싱가포르 등 해외 사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게 유일한 단초였다.

논란은 양도세와 취득세 중과에서 확산하기 시작했다. 다주택자는 물론 사실상 실수요자로 봐야하는 일시적 2주택자 등에게도 과도한 세부담을 안긴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양도세 중과의 경우 내년 6월 1일까지 유예기간을 줬지만 취득세는 이달 중 법안을 통과시킨 뒤 곧바로 중과세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부과 시점과 과세 대상을 설명하지 않아 대책 발표 직후 일부 수요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특히 지방 비인기지역에 주택이 있거나 신규 분양권을 취득한 경우 기존 주택을 팔지 못하면 신규 주택 입주시 수천만원의 세금을 추가로 납부해야 할 처지에 놓인 일시적 2주택자들의 혼란이 컸다.

논란이 확산되자 정부는 대책 발표 후 5일 뒤 부랴부랴 수습책을 내놨다. 7월 10일 이전 매매계약에 대해선 기존 주택은 3개월, 신축 분양은 3년 안에 처분하면 1주택과 동일한 취득세율을 적용키로 했다.

하지만 거래가 얼어붙은 지방은 3개월의 유예 기간도 짧다는 불만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지방과 서울·수도권의 집값 격차를 더 벌려놓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제도를 만들 때부터 비규제지역 주택은 규제대상 주택 수에 포함하지 않거나 직장 이동, 취학 등의 사유로 이사를 가야하는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예외 규정 등을 마련했어야 했는데 급하게 정책을 짜다보니 정책에 따른 부작용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종부세도 최근 주택가격 상승으로 강남3구 외에 마포, 용산, 성동 등 강북 지역 단지들도 대거 부과 대상에 포함되면서 1주택자를 중심으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 지역 거주자들도 젊은층은 상당 수가 주택 구입시 대출 의존도가 높고 고령층은 현금흐름이 취약한 만큼 투기로 동일하게 취급해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주택자와 법인에 대한 보유세를 강화하되 실거주 1주택자에 대해선 보유세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실거주 1가구 1주택이 고가라는 이유로 압박하고 제재하는 방식을 동원하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부동산대책은 증세 아닌 투기 잡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뉴스1
무주택자 세부담 완화 정책은 보여주기식
"청년과 신혼부부 등 생애 첫 주택 구입자에 대한 세금부담을 완화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도 7·10 대책에 일부 포함됐지만 실효성이 낮다.

현재 신혼부부에만 적용하는 생애최초 주택구입시 취득세 감면 혜택을 연령과 혼인여부와 관계없이 확대 적용키로 했는데 시세 1억5000만원 이하는 100%, 시세 1억5000만~3억원(수도권 4억원)은 50%를 감면한다. 그런데 최근 집값 상승세를 고려할 때 감세 혜택 대상은 제한적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124만3093가구 중 매매가격 1억5000만원 이하는 318가구로 전체 0.03%, 매매가격 1억5000만원~4억원은 12만8753가구로 전체 10.36%였다. 생애 첫 주택을 서울 아파트로 살 경우 취득세 감면 대상은 전체 10%에 불과한 셈이다.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혀도 절반 이상인 55.14%(209만9258가구)가 매매가격 4억원을 넘어 취득세 감면을 받을 수 없다.

이와 관련 부동산 카페, 인터넷 게시판에선 '서울에서 생애 첫 주택 구입시 세금감면을 받으려면 다세대, 반지하에 살란 것'이란 불만이 잇따른다.

20~30대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을 늘린 정책도 취지는 좋지만 그동안 무주택으로 신축 단지 당첨을 기다려온 40~50대와의 세대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 일대 개발제한구역 너머 보이는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제공=뉴스1
불확실한 공급확대 대책, 서울 그린벨트 해제 당정청 엇박자
실수요자들이 가장 관심을 모으는 공급대책은 미완성이다. 정부는 7·10 대책을 발표하면서 3기 신도시 용적률 확대, 서울 도심 고밀도 개발 등 방향성만 제시하고 전체 공급 규모와 지역 등 구체적인 내용은 이달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공급대책은 특히 서울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문제가 얽히면서 혼선이 커졌다. 당초 정부는 7·10 대책에선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주택공급확대 TF를 주재하는 컨트롤타워격인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14일 "그린벨트 해제도 필요하다면 공급 대책으로 점검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정부 고위 인사들은 이후에도 내부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말들을 쏟아냈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차관은 15일 오전 라디오 방송에선 "정부 차원에서 아직 검토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당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실무회의에선 "그린벨트 활용 가능성 여부 등 다양한 이슈를 진지하게 논의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대변인 명의 긴급 성명을 내고 "미래 자산인 그린벨트를 흔들림 없이 지키겠다"고 반박했다.

당정과 서울시가 이견을 노출한 상황에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17일 "당정이 이미 의견을 정리했다"며 다시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19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그린벨트를 한번 훼손하면 복원이 안되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옳다"며 다시 논의를 원점으로 돌렸다.

같은 날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그린벨트 훼손을 통한 공급확대 방식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정치인 출신인 추미애 법무무 장관까지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입장을 밝히는 등 여권과 청와대에서도 의견 조율이 되지 않는 모습을 연출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그린벨트 보존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그린벨트 해제 논란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당정청이 엇박자를 내는 사이 서초구 내곡동 등 그린벨트 해제 후보지들의 땅값과 일대 아파트값이 단기간 치솟는 부작용은 후유증으로 남았다.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스1
서울 아파트값 오름세, 전셋값은 55주 연속 상승
이런 사이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 오름세를 지속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둘째 주(13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9% 올랐다. 발표 직전 주간 상승률(0.11%)보다는 상승폭이 줄었지만 6월 둘째 주 이후 6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특히 무주택 실수요층이 주로 거주하는 전셋값은 지난해 7월 첫째주 이후 5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7월 들어서는 주간 상승률이 0.1% 이상으로 올라 체감 상승폭이 커지는 추세다. 인기 단지는 6·17, 7·10 대책 이후 전셋값이 1~2억원 이상 오른 단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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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엄식 기자 us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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