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종부세 일괄 인상한 7·10 대책.. 결국 타깃은 서울 다주택 52만가구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종합부동산세를 크게 올린 가운데, 집중 타깃은 서울의 52만 다주택 가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투자수요를 줄이는 효과와 함께 일부 다주택자의 매물이 시장에 나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지만, 당장 매물이 크게 늘고 집값이 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서울 및 수도권 무주택자는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10일 종합부동산세 최고 세율을 6%로 인상하고, 단기 매매에는 양도소득세율을 최고 70%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보유 주택 수에 따라 취득세율을 최고 12%로 높이는 내용도 담겼다.
정부가 이번 7·10 대책에서 타깃으로 한 것은 다주택자다. 1주택자에게 부담을 지우는 방안은 거의 담기지 않았다. 정부는 유주택자가 집을 추가로 구매하는 것을 막으면서 세금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가 집을 팔아 시중에 매물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매물이 느는 지역은 부동산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지역별로 보면 다주택가구 비율을 살펴보면 서울은 13.1%로, 전국 평균(15%)은 물론 제주(18%), 경북·충남(17.6%), 경남(17.4%)보다 낮다. 유주택가구 중 2주택 이상 보유한 가구비율도 27.6%로 제주(33.6%)나 세종(32.3%), 충남(31.3%), 경북(29.5%) 등보다 낮다.
그러나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곳은 단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집값 수준 자체가 높은 데다 규제지역으로 묶여 각종 세금이 중과되기 때문이다. 종합부동산세는 가격이 비쌀수록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구조다.
한국감정원 집계에 따르면 6월 기준으로 서울의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8억3541만원이다. 서울 다주택자의 상당수가 이번 종부세 인상 범위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지난해 12·16 대책 당시 정부는 강도 높은 부동산 보유세 증세를 예고하면서 해당 정책의 영향을 받을 서울 지역의 다주택자가 2018년 기준 52만가구라고 밝혔다. 보유한 주택 수 별로 통계청 집계를 살펴보면, 2주택 이상은 36만3068가구, 3주택 이상은 8만7994가구, 4주택 이상은 2만6534가구, 5주택 이상은 4만2409가구다. 이들이 이번 대책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가장 가까이 있는 셈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 다주택자들의 세 부담이 높아진 효과로 시장에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지만, 내년 6월 1일 이전에만 팔면 되는데다, 증여를 먼저 고려할 가능성이 큰 만큼 당장 매물 증가와 가격 안정 효과가 나기는 어렵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보유세 부담을 높이는 목적은 다주택자가 주택시장에 매물을 내놓게 만들기 위해서인데, 양도세가 함께 급등하면 세액을 따져서 보유하거나 증여하는 쪽을 선택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두 정책의 효과가 상충하면서 주택 가격은 내리지 않고 매물은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다주택자가 세입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경우 타격을 받는 것은 수도권 무주택자들이다. 통계청의 2019년 집계에 따르면 본인 소유 집에 거주하는 비율인 자가점유율은 수도권일수록 낮다. 서울과 경기도의 자가점유율은 각각 42.7%와 53.5%로, 전국 평균(58%)보다 낮다. 직장과 학교 등 이유로 거주지를 이동하는 인구가 많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 전세금이 1년 가까이 쉬지 않고 오르는 상황에서 재건축 실거주 요건 강화 등 세입자를 힘들게 하는 부작용이 있는 정책이 계속 나오고 있어 걱정"이라면서 "주택시장 안정도 중요하지만, 내년 입주량이 올해의 절반 수준이라 서울 전세금이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큰 만큼 전·월세 공급 측면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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