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세금 올렸지만 '반쪽 대책' [7·10 부동산대책]

송진식·박상영 기자 2020. 7. 1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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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정부가 10일 발표한 ‘7·10 부동산 대책’은 ‘다주택자 규제 강화, 실수요자 공급 확대’로 요약된다. 다주택자를 대상으로는 종합부동산세 중과율을 2배 가까이 인상하는 동시에 단기 거래에 대한 양도소득세율도 대폭 끌어올려 ‘보유세 인상·거래세 인하’라는 기존 세제공식을 뒤집었다. 실수요자 공급은 집값 폭등으로 인한 상실감이 큰 무주택자와 신혼부부 등 청년세대 지원을 확대하는 데 중점을 뒀다.

다주택자 규제엔 일정부분 효과가 있을 것으로 평가되지만 종부세율만 인상해서는 투기 수요를 원천차단하기 어렵고, 관건이던 등록임대주택의 경우 기존 사업자에겐 세제혜택을 유지하기로해 시장에 “집을 팔라”는 신호를 주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다주택자 종부세 2.4~3.7배↑

7·10대책으로 모든 주택의 종부세가 오르는건 아니다. 규제지역 여부와 관계 없이 1주택자, 비규제지역에 2주택 이하 보유자의 경우 지난해 ‘12·16대책’에서 발표된 종부세율(기본세율) 인상안이 적용된다. 조정대상지역에 1채, 비규제지역에 1채씩 보유한 2주택자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들에 대한 12·16 대책의 종부세율 인상폭은 0.1~0.3% 수준이다.

규제지역과 관계 없이 3주택자, 또는 규제지역 내 2주택자의 경우 본래 종부세 중과세율 적용 대상자다. 7·10대책에서는 이 중과세율을 대폭 상향했다. 보유주택의 합산가액에 따라 현재 0.6~3.1%인 중과세율은 이번 대책을 통해 1.2~6.0%로 상향됐다. 이에 따라 부과되는 종부세도 현재보다 2.4배~3.7배 가량 높아진다. 예컨대 조정대상지역에 2채를 가지고 있고, 합산가액이 시세로 20억원이라면 종부세가 568만원에서 1487만원으로 오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세금 폭탄’이라고 반발하지만 2019년 기준 중과세율이 적용되는 종부세 납부자는 전체 인구대비 0.4%에 불과한 20만4000명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고가주택 및 다주택을 보유한 ‘집부자’들의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 집을 처분할 지 여부를 놓고 고심이 깊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도세 올려 단기차익 차단

7·10대책의 특징은 기존 관행을 깨고 보유세 인상과 동시에 거래세도 올렸다는 점이다. 양도소득세 세율이 주택 구매 후 1년 미만 보유 매매 시 기존 50%에서 70%로, 2년 미만 보유 매매 시 기존 40%에서 60%로 크게 높아졌다. 이는 “투기성 매매 수익을 환수하겠다”는 당정의 의지가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홍남기 부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종부세율을 인상하면서 투기적 수요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양도세도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다만 양도세 인상시 주택 매물 잠김 부작용을 고려해 1년 정도의 유예 기간을 설정했다. 내년 6월 1일까지는 양도세를 감안해 주택을 매각하라는 사인으로 받아달라”고 말했다.

취득세 역시 1주택자가 추가 구매하는 주택 수에 따라 기존 1~4%였던 취득세율이 8~12%까지 오르게 된다.

그간 보유세의 회피처로 악용된다는 지적을 받아온 부동산 신탁제도도 주택 실보유자가 보유세 부담을 지도록 개선됐다. 법인 주택의 경우 가액 등과 관계 없이 상향된 종부세 중과세율인 6%를 적용하고 세부담 상한도 폐지하는 내용도 대책에 포함됐다. 홍정호 참여연대 간사는 “보유세와 거래세를 동시에 올린 점과 조세 회피처로 활용된 신탁제도와 법인 부동산 규제를 강화한 점은 일부 효과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세부담 탓에 ‘버티기’에 들어가는 수요로 인해 매물잠김이 생길 수 있다”며 “다만 규제지역 다주택자의 경우 양도차액이 비교적 크다면 소득세법 개정 전에 일부는 출구를 찾아 내년 상반기 매물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존 등록임대 혜택 유지 비판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된 등록임대주택의 경우 앞으로는 4년 단기임대 등록이 폐지되고, 8년 장기임대의 경우 아파트는 등록을 못하도록 개선된다. 하지만 기존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각종 세제혜택은 유지키로 해 대책의 취지나 효과를 반감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기존 사업자의 경우 등록기한이 만료되면 혜택이 종료되도록 한다는 방침이지만 아직 기한이 많이 남은 주택이 많기 때문이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등록임대 개선의 핵심은 기존 등록자가 누리는 과도한 혜택인데, 이것은 전혀 건드리지 않고 제도를 폐지한다는 ‘말장난’으로 넘어가려고 하고 있다”며 “종부세율 인상도 보유세 실효세율 효과가 크지 않아 ‘똘똘한 한채’와 같은 강남 고가주택 가격 상승을 더 부추기거나 주택 외 토지, 상가 빌딩 등 다른 부동산으로 투기 열풍이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송진식·박상영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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