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지역 지정해도 못말리는 대전.. 6·17 이후에도 '최고가 행진'
상반기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대전에서 6.17 대책 이후에도 역대 최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대책 발표 직전에도 조정지역 지정설이 돌면서 수요가 몰려 최고가를 경신한 아파트가 많았는데, 불과 일주일도 안 된 기간에 또 다시 최고가를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은 대전 집값이 급락하지는 않겠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주택 가격 조정이 부동산 시장에 아직 오지 않은 만큼 추격매수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30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대전은 올해 상반기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률이 5.83%로 전국 시·도 가운데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어 세종의 아파트값이 올해 상반기 5.50% 상승했고, 인천도 5.07% 올랐다. 이어 경기(4.76%), 서울(2.11%), 부산(1.97%), 충남(1.29%), 울산(1.07%) 등이 뒤를 이었다. 상반기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평균 2.85% 올라 지난해 하반기 3.88%보다는 상승폭이 둔화됐다.
투자 수요 유입으로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진 대전은 6.17 대책에서 전체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동구, 중구, 서구, 유성구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다. 하지만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이후에도 상승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월 넷째주 대전 아파트값 상승률은 0.75%로 전주(0.85%)보다는 다소 상승폭이 둔화했지만, 여전히 전국 최고 수준이다.
이같은 흐름을 보여주듯 대전 아파트 곳곳에서 역대 최고가 기록이 나오고 있다. 규제 바로 다음날인 18일 4개 단지에서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눈에 띄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들 단지 중에는 규제 직전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곳도 있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대전 대덕구 읍내동의 현대아파트 전용면적 84㎡는 규제 직후인 지난 18일 1억8000만원에 거래돼 해당 아파트 동일 면적형 기준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8일 1억7200만원에 거래된 이후 10일 만에 다시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자치구들에서는 더 집중적으로 최고가 기록이 나왔다. 대전 동구 대동 이스트시티1단지 전용면적 84㎡ 역시 지난 18일 5억8000만원에 거래돼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3월 20일 5억5000만원에 거래 이후 3개월 만에 3000만원 뛴 것이다. 유성구 전민동 엑스포 전용면적 133㎡도 같은날 6억20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1일 5억8000만원에 거래됐는데 보름 여만에 4000만원이 올랐다.
대전 유성구 죽동 대원칸타빌 전용 84㎡도 이날 6억85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15일 6억7400만원에 거래된 이후 3일 만에 1100만원이 뛴 가격으로 손바뀜됐다. 23일에는 대전 서구 도안동 엘르수목토 전용면적 85㎡가 5억1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5일 만에 갈아치웠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잇따른 규제에도 집값 상승세를 막지 못하는 가운데 불안해진 수요자들이 잇따라 추격매수를 하고 있는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대책 직후에도 최고가 거래가 나오는 것은 규제가 전방위적으로 적용되기 직전에 계약해 둠으로써 추가 규제를 회피하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면서 "미분양 주택도 줄고 청약 경쟁률은 높아 이 시장에서 해소되지 못한 수요가 기존 주택시장으로 유입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마음이 급해진 수요자들로 인해 하반기에도 규제지역을 중심으로 전세시장 등이 불안한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 돈의 가치가 떨어질 것을 우려한 수요자들이 부동산으로 움직이는 것"이라면서 "대전은 지방 중심도시인데다 인근 세종시의 존재가치 등으로 전망이 나쁘지는 않지만, 지금은 다소 좋지 않은 타이밍"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안 사면 안 될 것 같은 공포감에 따라가는 추격매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조정장을 예상했을 때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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