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등 전염병 유행 때 부동산 영향 미미.."경기 둔화해도 올해 집값 폭락은 없을 것"

송진식 기자 2020. 4. 2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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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국토연구원 ‘코로나19의 부동산시장 충격과 대응’ 내놔
ㆍ저금리·주택 수급 안정돼 최저 0.7% 하락·최대 0.4% 상승 전망
ㆍ가계 빚 급증은 불안…‘착한 임대인 운동’ 주택으로 확산 장려를

코로나19 확산 여파에도 불구하고 올해 큰 폭의 집값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집값 폭락을 불러왔던 과거 금융위기 때와 달리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고, 미분양 주택 감소 추세 및 재건축·재개발 위주 분양 기조 속에 주택 공급량도 수요와 큰 괴리가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금융시장 충격, 가계부채 증가가 위험요소로 지목됐다. 주택 가격 동향에 따라서는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 ‘최악’ 마이너스 0.7% 하락 전망

국토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코로나19가 가져온 부동산시장 충격과 대응방안’ 보고서를 보면 과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 전염병의 국내 유행이 국내 주택 가격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다.

2003년 3월 유행한 사스의 경우 국내 발병 후 주택 가격 상승폭이 이전보다 둔화(7.0%→4.3%)됐지만 오름세는 이어졌고, 주택시장도 안정적이었다. 국내 감염자만 60만명이 넘었던 2009년 신종플루의 경우 1년가량 전염병이 유행했지만 이 기간 주택 가격은 3.3% 상승했다. 2015년 발병해 약 8개월간 유행한 메르스 때는 발생 이후 주택 가격 오름폭이 오히려 더 상승(1.9%→2.4%)했다. 주택 가격 폭락을 불러온 건 금융위기였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주택 가격은 이전 대비 14.3% 하락했고,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발생 전 대비 5.5% 가격이 떨어졌다.

코로나19의 경우 과거 전염병 사례와는 다소 차이점이 있다. 질병의 전파력이 워낙 강력하다보니 세계 각국에서 기업·경제활동이 위축됐고, 교역량 감소 및 유가 폭락 등을 불러와 글로벌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유례없는 상황을 맞이한 터라 그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대부분 ‘물음표’가 달린 상황이다.

다만 국내 주택시장의 경우 전염병 창궐과 경기 위축으로 인한 여러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강한 충격은 없을 것이란 게 연구원 측의 분석이다. 단기적으로 주택 가격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가계부채 및 유동성과 관련된 금리와 수요 대비 과도한 주택 공급인데, 현재로서는 두 변수 모두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되기 때문이다. 금리는 이미 기준금리가 0%대(0.75%)까지 떨어졌다. 미분양 주택은 올 2월 기준 3만9000호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16만6000호보다 크게 적다.

이를 근거로 연구원은 기준금리를 1.25%, 올해 경제성장률을 2.0%로 가정했을 때 전국의 주택 가격은 전년 대비 2.0%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 매매거래량은 78만호로, 80만호 수준이었던 2019년과 유사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국 전세 가격도 동일한 기준으로 1.5% 상승이 예상됐다.

연구원은 이에 더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변동 가능성을 고려한 가격변동치도 제시했다. 일단 정부가 지난달 단행한 기준금리 인하(0.5%포인트)는 유리한 변수로 고려돼 주택 가격을 0.3%포인트 상승시키는 효과를 낼 것으로 봤다. 반면 국내총생산(GDP) 감소는 부정적인 변수로 작용한다. GDP가 0.5%포인트 감소할 때마다 주택 가격은 0.3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전망에 경기변동 가능성까지 포함할 경우 올해 전국의 주택 가격은 최저 마이너스 0.7% 하락, 최대 0.4%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상대적으로 수도권(-0.2~0.9%)이 지방(-1.2~-0.1%)보다 가격변동 영향폭이 적을 것으로 예상됐다. 주택 매매량은 64만~71만호 수준으로, 전국 전세 가격은 최저 마이너스 0.3%, 최대 0.1% 사이에서 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 가계부채가 부담, 연착륙 대비해야

연구원은 다만 가계부채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점은 주택시장의 최대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명목가계부채는 2002년 465조원에서 2008년 724조원, 2019년 1600조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가계부채의 주요 증가 원인은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이다.

대출 이자를 견디다 못한 집주인들이 매물을 쏟아내거나, 가계 파산으로 인한 경매 물건이 급증할 경우 곧바로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주택시장의 불안심리를 자극해 집값 폭락을 불러올 수 있다.

더욱이 코로나19가 과거 전염병 위기와 구별되는 큰 특징 중 하나는 아직까지 치료제가 없다는 점이다. 유효한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1년 넘게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질병통제에 성공한 국가들에서도 벌써부터 ‘2차 유행’ 가능성이 거론될 정도다. 그 여파가 언제, 어디까지 미칠지 현재로선 단언할 수 없는 만큼 주택시장을 예의주시하면서 연착륙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금융위기 사태 당시 주택시장 동향을 근거로 연구원이 제시한 ‘임계점’은 주택 가격이 월간 마이너스 0.5% 하락할 경우, 미분양 주택이 8만~9만호 수준까지 늘어날 경우다.

주택시장 연착륙을 위해 제시되는 방안 중 하나는 가칭 ‘주택비축은행’을 설립하는 것이다. 유동성 악화로 소상공인이나 영세상인, 실직자 등의 주택이 경매에 나오기 전에 이 은행을 통해 해당 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소유주가 실거주 중인 주택일 경우 거주우선권을 제공하고 일정 기간(4년) 내 주택을 다시 살 수 있는 환매가능 권리도 부여해 주거안정을 유도한다.

전·월세 세입자를 위해서는 현재 상가 위주로 진행 중인 이른바 ‘착한 임대인 운동’이 주택 부문까지 확산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위기 상황에 처한 세입자를 대상으로 한 세액공제 확대, 전세자금대출 지원 강화 등의 방안 마련이 제시됐다.

박천규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장은 “주택시장 위기는 수요가 감소한 상황에서 공급충격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규제지역 해제, 금융규제 완화, 양도세 완화 등 전면적인 부동산규제 완화보다는 기존 정책의 일관성을 견지해나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시장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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