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속도내는 3기신도시에 깊어지는 일산 한숨.. "창릉 분양하면 다 죽는다"

백윤미 기자 2020. 3. 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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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입니다. 창릉신도시가 분양을 시작하는 순간 일산은 다 죽어요."

지난 4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동 아파트단지 인근 S공인중개업소. 서울로 가는 길목에 조성될 신도시 때문에 집값에 직격탄을 맞게 된 일산 주민들의 한숨은 더 커지고 있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수도권에 추진하는 3기 신도시인 고양 창릉지구의 공공주택지구 지정 절차를 완료했다.

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수도권 30만채 공급계획으로 추진되는 신규 택지인 고양 창릉지구에 대한 주민 공청회와 전략환경영향평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마치고 6일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고시한다.

공공택지 지정이 고시된다는 것은 그 지구의 사업구역과 사업시행자 등 사업계획이 확정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지구 계획 등을 거쳐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구계획은 주거단지 등의 위치와 면적, 층수 등 구체적인 내용을 정하는 행정절차다. 신도시인 고양 창릉(812만7000㎡)은 육군 30사단 이전 예정지와 보전가치가 낮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등을 활용해 주택 3만8000채가 들어서는 자족 도시로 조성된다.

일산신도시 주민들은 그동안 창릉신도시 건설에 반대해왔다. 일산과 서울의 중간에 창릉신도시가 건설될 경우 상대적으로 서울 접근성이 떨어지는 일산의 집값이 내릴 거라는 이유에서였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일각에서 지정 취소를 언급하기도 했지만, 정부는 결국 신도시 건설을 되돌리기 더 어렵게 만들었다. 현지에서도 이제 포기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일산동 B공인 대표는 "창릉신도시는 30사단 부지를 호수공원으로 만드는 데다 이케아와 스타필드 등 편의시설까지 가깝다"라면서 "행신부터 화정까지 죽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정권 차원에서 밀어붙인 건데 아직 임기가 2년이나 남았다"며 "개발이 흐지부지 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인근 S공인 대표는 "솔직히 창릉에 집을 지으면 입주 시점에 삼송에서부터 다 흔들리게 되는 것은 안 봐도 훤한 사실"이라며 "신도시에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면 누가 이 인근 구축 아파트에 들어오려고 하겠느냐"고 했다. 다만 그는 "이미 지난해 창릉신도시로 인한 타격은 다 받았다"면서 "실수요가 있어 집값이 더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격한 반응이 많았지만,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도 느껴졌다. 일산 주민들은 지난해 ‘3기 신도시 전면백지화 연합대책위원회' 등 단체를 조직해 3기 신도시 전면백지화 촛불집회 등을 여러 차례 연 바 있다. 후곡마을 인근 N공인 대표는 "3기 신도시 철회하라고 시위도 많이 했는데 그 덕분에 조정대상지역도 풀어준 것 아니냐"고 했다.

특히 주민들은 창릉을 3기신도시에서 빼겠다는 일부 정치권의 약속에 큰 기대를 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근처에서 만난 A씨(35)는 "주민들이 듣고싶어하는 말을 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본래 여기 살던 사람도 아니고 공약은 말 그대로 공약일 뿐 그걸 다 믿을 수 없지는 않느냐"고 했다. 인근 B공인 대표는 "창릉신도시는 절반을 청년·신혼 맞춤형 주택으로 분양해 일산에서 빠져나가는 수요는 소수일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 영향을 낙관적으로 보기도 했다.

일산 지역의 집값은 12.16 대책이 발표된 지난해 12월 반짝 올랐다가 올해 들어 다시 주춤하고 있다. 반면 다른 수도권 여러 지역 집값은 올해 초부터 크게 뛰는 상황이다. 정부가 지난달 20일 ‘수용성(수원·용인·성남)’ 지역을 비롯한 수도권의 부동산 급등 지역을 집중 규제하는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인근으로 풍선효과가 번져나가는 형국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수용성 지역이나 광명, 하남, 구리에 이어 송도에서까지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반면 고양시는 장항동 일대 등 GTX 호재가 있는 지역 외에는 집값 상승 흐름이 뚜렷하지 않다"면서 "지역 일부 반대 민원들이 있지만, 이미 발표된 창릉신도시 계획을 백지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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