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마용성 분양가상한제 한달.. '호가'만 띄웠다

김노향 기자 2019. 12. 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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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집값 잡는다던 분양가상한제 한달 시행 효과는?

#. 2015년 9월 입주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 대치팰리스1단지’. 지난달 6일 정부가 지정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에 올랐지만 가격은 뛰고 있다. 11월 실거래 신고된 이 아파트 20층 이상 전용면적 84㎡의 매매가격은 28억8000만~29억5000만원. 규정상 거래 후 60일 이내 신고토록 돼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 아파트의 거래는 분양가상한가 적용지역 발표 이전인 9~10월 사이 실제 거래가 이뤄졌을 수 있다. 현재 이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로 나와 있는 같은 주택형 호가는 최대 31억원. 이 가격에 실제 거래가 이뤄진다면 두달새 적어도 1억5000만원 이상 뛰는 셈이다. 지역 중개업소에 따르면 매물이 계속 줄어드는 분위기다. A공인중개사 대표는 “매물을 내놓았던 집주인들이 다시 회수하고 있다”며 “재건축 대상 단지가 줄어들면 아파트값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해 더 높은 가격에 팔려고 고민하는 눈치”라고 귀띔했다.

#. 지난달 27일 1순위 청약을 실시한 서울 용산구 ‘효창 파크뷰 데시앙’ 모델하우스. 개발 호재가 많은 용산임에도 사교육 환경이 열악하고 가파른 비탈길에 짓는 아파트인 탓에 청약 성적에 대한 기대는 그리 높지 않았다. 실제 모델하우스를 찾은 37세 주부 김지영씨(가명)는 “용산에 중도금대출이 가능한 분양가 9억원 이하라는 메리트 외에 동네 전체가 너무 낡은데다 지하철역이 먼 산꼭대기에 전세로 들어올 사람도 없을 것 같아 청약통장을 쓰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청약경쟁률이 186.8대1이란 기록을 세웠다. 강북에서 세자릿수 청약경쟁률이 나온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부동산전문가들은 새 아파트 가뭄에 따른 ‘강북 풍선효과’라고 진단했다.
/사진=뉴시스

국토교통부가 1순위로 지정한 서울시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은 ▲강남구 개포·대치·도곡·삼성·압구정·역삼·일원·청담동 ▲서초구 잠원·반포·방배·서초동 ▲송파구 잠실·가락·마천·송파·신천·문정·방이·오금동 ▲강동구 길·둔촌동 등 강남4구 22개동과 ▲마포구 아현동 ▲용산구 한남·보광동 ▲성동구 성수동1가 등 마·용·성 4개동 등이다. 여기에 영등포구 여의도동도 포함됐다.
아파트 실거래가 신고는 실제 거래일 이후 60일 안에 마쳐야 한다. 이를 감안할 때 최근 한달간 아파트값 추이는 분양가상한제 시행 전후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분양가상한제 시행 한달이 지난 연말 부동산시장에 나타난 효과는 크게 두가지로 압축된다. 강남 거래 중단에 따른 신축 10년 내 아파트값의 급등, 강북과 지방의 풍선효과다.

◆공급부족 우려한 매수열풍

11월 서울 아파트거래량은 급감했다. 분양가상한제 시행에 이어 대폭 오른 종합부동산세 고지서 효과로 아파트 매매가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 조사 결과 지난달 아파트 매매는 2055건을 기록, 올 1월(1718건)과 2월(1454건)에 이어 월 단위로는 세번째로 낮은 기록을 세웠다. 1~2월은 겨울 비수기와 설 연휴에 따른 집계 기간이 짧은 점을 감안할때 11월 거래량은 사실상 연중 최저 수준이란 평가다.

특히 강남은 거래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송파(73건) 강남(74건) 서초(76건) 등 강남3구가 최저 기록을 보였고 노원(164건) 성북(134건) 구로(133건) 등이 가장 많이 거래됐다. 이 같은 거래 감소는 재개발·재건축사업 위축에 따른 공급 감소와 아파트값 상승을 예상한 매물 회수가 원인이란 게 전문가 의견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하면 새 아파트를 분양받는 실수요자 입장에선 내집마련 비용이 줄어들지만 서울의 경우 늘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 청약문턱이 높고 대다수 실수요자가 더 비싼 비용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당초 기대한 집값 안정 효과를 이끌어내기가 힘들다고 진단했다.
/그래픽=머니S

지방·경매 풍선효과 왜?

서울 아파트 공급난을 우려한 매수 열풍과 매물 부족 현상은 지방이나 경매 등 다양한 분야의 풍선효과로 나타났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부산·울산·대전 등 지방광역시뿐 아니라 인구 100만명 이하 소도시도 매수세가 상승 전환했다. 2016년 이후 부동산 하락세를 보이던 충남 아산과 천안은 아파트 매매가격이 지난 9월 이후 상승했다. 11월 마지막 주 아파트값 상승률은 아산 0.08%, 천안 0.11% 등을 기록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신영그룹이 올 2월 분양한 아산 ‘탕정지구 지웰시티 푸르지오’ 전용면적 132㎡는 8000만원의 웃돈이 붙었다.

미분양에 시달리던 충북 청주 모충동은 최근 한달간 600가구 넘는 계약이 이뤄져 전체 계약률이 85%까지 치솟았다. 청주는 공급과잉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올해 청주 분양단지는 모두 1순위 청약에서 미달됐지만 지난달 19일 계약을 시작한 ‘청주테크노폴리스 지웰푸르지오’ 1148가구는 보름 만에 완료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대전의 상승세가 청주로 이어지는 등 부동산 유동성이 규제가 약한 곳으로 흘러갔다”며 “외지인 투자자가 들어가고 현지 투자자나 실수요자가 불안한 심리에 따라붙는 패턴”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23주 연속 상승하며 법원에서 진행된 경매 매각가율도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경매에 나온 서울 아파트 매각가율은 105.3%를 기록해 감정가를 5% 초과한 가격에 팔렸다. 종전 최고치는 지난 9월의 103.5%다. 경매로 나온 오피스텔가격 역시 매각가율이 105.6%로 올 들어 두번째로 높았다.

지지옥션은 이 같은 서울 아파트 경매 매각가율이 당분간 계속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장근석 지지옥션 팀장은 “분양가상한제 발표 후 강남권을 중심으로 높은 매각가율을 기록했는데 아파트 공급 감소에 기인해 집값 상승을 노린 투자자들이 대안 투자의 성격으로 경매시장을 찾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2호(2019년 12월10~1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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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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