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약발 안먹히네..분양가상한제 지역도 집값 껑충

김기덕 2019. 11. 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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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제 지정·고강도 주택거래 조사에도 20주째↑
양도세 강화·재건축 연한 강화 등 추가 대책 거론
"경제 급하강 속 금리 상승시 주택시장 경색" 우려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용운 김기덕 기자] 정부가 부동산시장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반대로 튀어 오르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발표, 역대 최고 수준의 부동산 거래 합동 조사 등 대대적인 규제에도 이를 비웃듯 서울 집값은 20주 연속 내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초저금리 속 1200조원에 육박하는 단기 부동자금이 풀린 상황에서 가격 규제로 일관하는 과도한 수요 억제 정책이 주택시장 내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른바 ‘규제의 역설’이다. 주택시장 이상 과열이 지속되면 상한제 지역 추가 지정, 주택거래허가제,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 강화 등 추가 규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집값이 잡힐 지는 미지수다.

한국감정원 제공.
◇ 서울 아파트값 20주 연속 ↑

1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11월 11일 기준)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9%로 지난주 상승폭을 유지하며 20주 연속 올랐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27개 동이 있는 서울의 8개 자치구의 아파트 매매값은 모두 상승했다. 강남구는 0.13%, 서초구 0.14%, 송파구 0.14%, 강동구 0.11% 올랐다. 강남 4구 외에 마포구는 0.10%, 영등포구는 0.10%가 오르며 서울시 평균 상승폭인 0.09%를 넘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 실시와 확대 예고, 부동산거래 합동조사 등의 정부 규제로 서울 일부 단지의 상승세는 주춤했다”면서도 “매물 자체가 부족한 신축 아파트와 학군 및 입지가 양호한 단지, 상대적 저평가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폭이 유지됐다”고 말했다.

청약 열기도 더 뜨거워졌다.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르엘 대치’ 1순위 청약 결과 31가구 모집에 6575명이 몰려 평균 212.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면적 77㎡T은 최고 461대 1의 최고 경쟁률을 보였다. ‘르엘 신반포 센트럴’ 역시 135가구 모집에 1만1084명이 몰려 평균 82.1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9·13 대책 이후 올 7월까지 안정세를 보이던 서울 집값이 다시 꿈틀대자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매매 관련 자금조달 출처 조사 강화, 대대적인 공인중개업소 합동 단속 등에 나섰다. 하지만 새 아파트 선호현상, 저평가 지역 가격 갭(GAP) 메우기 등이 나타나며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상한제 지역 발표 이후 일주일도 안 돼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분양가상한제 추가 지정 등 추가 규제를 고려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당장 상한제 지역을 추가로 지정할 수 있고 추후에는 30년인 재건축 연한을 40년으로 늘리고 주택거래 허가제,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다주택자 양도세 강화 등을 내놓을 수 있다”고 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앞으로 전월세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이 빨라질 수 있다”며 “공급과 관련해서는 3기 신도시 조성 시기가 변수가 될 수 있는데 보상 문제와 관련해 주민 반발이 높아지면 공급 시기가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과도한 가격 통제가 낳은 부작용”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과도한 가격 통제 정책을 삼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상한제 영향으로 당장 재건축 아파트값은 조정될 지 모르지만, 준공 이후에는 결국 기존 아파트 시세를 따라잡기 때문에 주택시장의 악순환이 계속된다”며 “무엇보다 공급 감소 우려 확산으로 신규 아파트 구매 수요만 부추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대중 교수는 “주택 가격이 오르는 것은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기 때문인데, 공급과 가격을 통제하는 정책으로 일관하니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서울 자가주택 점유율이 약 43%(2017년 기준)로 10명 중 6명은 무주택자인데 도심 공급 주택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함영진 랩장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기준금리를 동시다발적으로 내리는 상황에서 경기 하강이 지속되자 그나마 안전 투자자산으로 인식되는 서울 주택시장으로 유동성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경제침체 국면이 장기화할 경우다.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 정부 들어 거의 두 달에 한번 꼴로 굵직한 부동산 대책이 나왔지만 워낙 유동성이 많이 풀려 효과가 없는 것”이라며 “만약 경제성장률이 0~1%대로 떨어지고 금융위기 등 대내외적인 경제 쇼크가 발생하면 주택시장이 급속히 경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기덕 (kidu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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