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헌법소원 가나.."재산권 피해 확실, 도입 성과는 물음표"(종합)
침해되는 공익이 사익보다 크고 확실한지도 쟁점
정부가 목적으로 밝힌 '집값 안정' 효과에 전문가들은 부정적 의견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서울 27개 동(洞)을 지정한 가운데 일부 재건축 단지들의 소송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조합원들의 권리(재산권)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측면에서 이번 정부의 결정과 방침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관련 법조계 전문가들 역시 위헌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11일 변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가 지난 6일 발표한 27개동 내 재건축 조합 등 주택건설 사업주체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1항에 의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 관련법에서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不行使)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조합이 아직 설립되지 않은 추진위원회 단계라고 해도 추진위는 재건축 사업 시행과 관련해 권리, 의무의 주체가 되므로 자기관련성이 인정될 여지가 커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위헌요소로 정부의 이번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 결정이 '소급입법금지원칙'을 위반, 재산권을 침해했다는 점을 들었다. 헌법 제13조제2항은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해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소급입법에는 이미 완성된 사실관계를 규율하는 진정소급입법과 진행중인 사실관계를 규율하는 부진정소급입법이 있는데,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 지정은 후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찬승 법무법인 비츠로 대표변호사는 "관리처분인가는 재건축 사업에 있어서 조합원의 권리관계가 확정되는 중요한 행정행위"라면서 "이미 정해진 분양가를 정부의 상한제에 따라 낮추게 되면 결국 분양수익의 감소로 이어져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할 재건축 사업비용, 즉 1인당 부담금액이 증가돼 조합원들의 재산권을 침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정부가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에도 분양가가 변경되는 조합의 사례를 들며 관리처분계획인가로 분양가가 확정됐다고 볼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이 변호사는 이에 대해 "그러한 사례는 재건축 조합에서 스스로 분양가를 변경, 즉 자신의 권리관계를 스스로 변경하는 것이기 때문에 강제적으로 분양가를 낮춰야 하는 정부의 방침과는 같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예림 법률사무소 스마트로 변호사 역시 '재산권의 침해' 여부가 문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세부 방안을 내놓으면서 제시한 '집값 안정'이라는 공익적 목적이 다소 추상적이고 실제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우며 확대 도입에 따른 조합원들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조치도 두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김 변호사는 "향후 헌법소원이 제기된다면 쟁점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에 따라 얻을 수 있는 공익과 조합원들의 재산권 보호, 즉 사익의 침해를 형량하는 과정"이라면서 "이번 방침을 적용함에 따른 사익의 침해는 분명한데 반해 정부의 적용 목적인 '집값 안정'은 그 결과가 불분명하다. 중장기적으로 향후 집 값이 안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쟁점이 유사했던 사례로 2008년 '재건축 임대주택 의무공급'과 관련해 도시정비법을 두고 있었던 헌재의 판단(2005헌마222)도 공통적으로 언급했다. 재건축사업 시 증가되는 용적률의 25% 범위 내에서 임대주택을 의무적으로 공급토록 하는 도시정비법 시행령에 대해 당시에도 소급입법 논란이 일었다. 당시 사건에서는 헌법재판관 9인 중 4인이 위헌의견, 5인이 합헌의견을 낸 바 있다. 다만 관련 개정안은 임대주택의 확대 공급이라는 공익적 결과가 분명했으며, 조합원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려는 노력(임대주택 공급 비율 조정 등)이 있었다는 점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한 정비업계 전문가는 "다수의 재건축조합에서 헌법소원을 비롯한 대응을 면밀히 검토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최대한 분양일정을 앞당기려고 시도하고 있거나, 조합원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정비사업을 멈춘 단지도 적지 않아 향후 상황에 따라서 법적대응을 강구하는 곳은 더 많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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