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내는 3기 신도시..서울 집값 안정화 효과는 '글쎄'
여의도 면적 8배인 2273만㎡에 12만2000가구 공급
민간물량 막히자 공급 신호..서울 수요 채우긴 '미흡'
보상 과정서 사업 지연될 수도..연합회 "집회 열 것"
전문가들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이슈로 서울 도심 내 새 아파트 선호 현상이 더욱 강해질 수 있어 서울 주택매매 대기 수요가 경기도권인 신도시로 빠져나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부족한 민간물량 채우려는 ‘공급신호’ 불과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기 신도시로 지정된 남양주 왕숙1·왕숙2·하남 교산·인천 계양·과천 과천 등 대규모 택지 5곳은 오는 15일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된다. 이들 지역은 2020년 하반기 지구계획 승인, 토지 보상 등을 거쳐 2021년부터 착공, 입주자 모집 등에 나설 예정이다. 면적은 2273만㎡(여의도 면적 8배)로, 총 12만200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올해 5월 발표한 고양 창릉, 부천 대장 등 나머지 3기 신도시는 2020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지구지정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지구 지정은 최근 꾸준히 상승 중인 서울 집값에 불이 붙기 전에 서둘러 진화하려는 움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3기 신도시 발표 후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많아 공급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는데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상한제로 재건축 등 정비사업 속도가 둔화하면서 민간 공급물량이 많지 않아 공공주택 분양으로 이를 보완하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3기 신도시는 대부분 서울 경계선에서 반경 1km 이내에 있을 정도로 가까워 서울 매매 대기 수요 일부를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지역은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에 속해 해당 지역 30%, 경기 20%,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50%로 물량이 배정된다. 다만 입주 예정 연도가 2028년으로 10년 가까이 남은 데다 입주자 모집을 위해서는 보상문제가 원만히 해결돼야 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3기 신도시 개발은 서울에 사는 청약가점이 높은 장기 무주택자에게 정부가 ‘집을 사지 말라’고 일종의 신호를 보낸 것이지만 이들이 옮겨갈지는 의문”이라며 “기존 인프라가 잘 형성되고 입주 수요가 많은 과천, 하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인기가 시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소규모 택지 4만가구 그쳐…집회 등 반발 예고
3기 신도시는 서울과 가깝지만 모두 경기권에 속해 있다. 수도권 30만 가구 중 서울은 중소 규모 택지에 4만 가구(서울시 공급 3만2400가구·LH 7100가구)를 공급하는 것에 불과하고 이들 지역도 대부분 공공임대 형식이라 서울 아파트 수요를 흡수하기에는 현저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서울 주택 수요를 흡수하려면 도심 중심지에 용적률을 대거 높이거나 재건축 등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해 민간 물량을 더욱 늘려야 한다”며 “3기 신도시 보상은 해당 지역의 땅을 주는 대토 보상 보다는 현금 보상을 원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강남권의 주택시장 상승을 촉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 3기 신도시는 ‘지구계획 수립→주민과의 보상 등→입주자모집 개시’ 등의 절차로 사업이 진행된다. 다만 주민 보상 단계에서 국토부 계획대로 사업 진행 속도를 높이려면 보상가를 높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럴 경우 결국 분양가 자체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천시 과천동 G공인 관계자는 “이미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구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서 소유권을 넘겨도 보상을 받지 못한다”며 “매매물건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시세만 2~3배가 오른 곳이 있어 앞으로 보상가를 높게 받으려는 소유주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도 여전해 사업이 순항할지도 미지수다. 3기 신도시 연합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국토부가 주민설명회, 전략환경영향평가 등이 별 무리 없이 끝났다고 주장하지만, 주민 의사가 반영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해 밀어붙인 결과”라며 “지구 지정 이후 국토부에 이의를 제기하고 집회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기덕 (kidu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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