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공포마케팅'?..미분양 무덤 파주 운정 완판

김현우 2019. 9. 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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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상한제가 오히려 공급부족 예상한 '내 집 마련' 수요 자극
대림산업이 파주 운정신도시에 공급하는 'e편한세상 운정 어반프라임' 주택전시관에 지난 주말 방문 고객들이 긴 줄을 서고 있다. 분양가상한제의 반사이익을 누린 것으로 보이는 이 단지는 지구 내 최초 완판 단지이자 1순위 최대 청약자수를 기록했다.

[파이낸셜뉴스] 분양시장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의 역풍이 불고 있다. 지난 수년간 저조한 청약성적으로 골치를 앓던 인천 검단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미분양 무덤’이라고 불리던 파주 운정에 분양하는 단지까지 완판 행진에 동참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집값을 잡으려던 정부의 분양가상한제가 오히려 공급부족을 예상한 ‘내 집 마련’ 수요를 자극했다고 보고 있다 결국 분양가상한제는 ‘지금 사지 않으면 더 비싼 가격을 떠안는다’는 일종의 공포마케팅으로 전락했다는 해석이다.

게다가 시중의 갈 곳 잃은 부동자금이 인천 검단이나 파주 운정 등 10년 전 분양가 수준인 비규제지역으로 관심을 돌리면서 미분양 물량도 빠른 속도로 동이 나고 있다.

■파주 운정3 분양 이래 첫 완판
9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대림산업이 경기도 파주시 운정3지구에 공급한 'e편한세상 운정 어반프라임' 전 주택형이 순위 내 마감됐다. 이는 지구 내 공급 물량 중 최초의 완판 사례다. 지난 5~6일 실시한 해당 사업장의 청약접수 결과 889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921명이 몰리며 평균 2.1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비록 1순위 마감이나 수십 대 1의 높은 청약률은 아니지만 불과 3개월 전만 생각하더라도 이는 대단한 변화다.

파주 운정신도시에서는 지난 6월 12년 만에 3개 건설사가 동시분양에 나섰지만 흥행참패를 맛본 바 있다. 당시 분양가 역시 10년 전 수준으로 나왔지만 고양 창릉의 3기신도시 악재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아파트투유 집계에 따르면 당시 선보인 '운정신도시 파크 푸르지오', '중흥S-클래스', '운정신도시 대방노블랜드' 등 세 개 단지 모두 대거 청약이 미달됐다. 하지만 현재는 미분양 물량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실제 지난달 중흥건설이 '파주 운정신도시 중흥S-클래스'의 잔여가구 모집에서는 1주일 만에 약 90%의 계약이 이뤄졌다.

이런 현상은 인천 검단신도시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3632가구에 달하던 미분양이 급감하는 가운데 지난 2월 분양했던 대우건설의 ‘검단 센트럴푸르지오’ 등은 잔여 물량을 모두 팔린 상태다.

■분양과열, 분상제와 양날의 검
분양시장의 과열 현상은 분양가상한제가 예고된 이후 여러 곳에서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공급이 적은 서울 정비사업 단지는 이제 세자릿 수 경쟁률이 놀랍지 않은 상황이고, 이 열기는 과천·부천·광명 등 실수요가 많은 수도권으로 확산되며 주말 견본주텍에 구름인파가 모여들고 있다.

실제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청약접수를 진행한 서울 동작구 '이수 푸르지오 더프레티움'의 청약경쟁률은 204대 1을 기록했고, 의정부시 '의정부역 센트럴자이&위브캐슬'도 19대 1이 넘는 경쟁률로 1순위 마감됐다.

결국 분양가상한제가 가져올 공급위축에 대한 심리적인 조급함이 분양시장에서 풍선효과로 부풀려지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비인기 지역에까지 분양열기가 확산되는 것과 관련해 분양가상한제의 심리 효과와 함께 부동자금의 쏠림, 광역교통망 호재, 고분양가 만성화에 따른 착시효과 등이 결합된 결과로 해석한다.

■규제 없고 싼가격 착시효과도
함영진 직방 미디어랩장은 "시중에 풀린 부동자금이 금융시장에서 일부 부동산으로 이동하는 조짐이 보이고 있고, 만성적인 고분양가로 서울은 웬만한 지역에선 3.3㎡ 당 분양가가 2500만원이 넘고, 수도권도 1700만~1800만원인데 인천 검단이나 파주 운정의 경우 1200만원대에 공급되다 보니 가격이 싸보이는 착시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이들 지역은 비규제지역으로 다주택자·대출 규제에서 자유롭다 보니 일부 여유자금으로 투자하는 수요까지 가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부추긴 것은 심리적으로는 분양가상한제 이고 현상적으로는 GTX 노선 등 교통망 확충등 호재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에서 GTX-A·B·C 3개 노선별 시행예산을 확정했다. 운정신도시는 GTX-A노선에 직접적인 수혜지역이고, 검단신도시는 계양과 검단을 잇는 인천지하철1호선 연장선이 2024년 개통 예정이다.

함 랩장은 "분양가상한제로 소위 알짜 지역에 공급을 막다보니 신축 위주로 잡값이 오르고 이런 현상이 수도권 까지 확대 될 것이라는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 팀장은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기준으로도 오른 집값을 생각할 때 이익이라는 수요자들이 있는 편"이고 "이를 고려한 가을 분양시장은 볼륨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까지는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imhw@fnnews.com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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