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10월 전 분양 물 건너가는 둔촌주공..분양가 상한제 '사정권'
내달 법 개정되면 언제든 상한제 적용 가능성
역대 최대 규모 재건축사업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주택법 시행령’이 개정되는 다음달까지 일반분양에 나설 여건이 안 돼서다. 사전에 해결해야 할 행정절차가 한둘이 아니다. 법 개정 전까지 분양에 나서지 못하면 언제든 상한제 사정권에 들 수 있어 조합원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갈 길 바쁜데 ‘첩첩산중’
4일 강동구청에 따르면 둔촌주공재건축조합은 최근 구청에 정비계획 변경안을 제출했다. 정비계획이란 재건축 사업의 밑그림을 담고 있는 기본계획이다. 가구수를 반영한 법정 공원부지 면적이 부족한 게 이번에 변경안을 낸 이유다.
현행 ‘공원녹지법’은 1000가구 이상 주택건설사업의 경우 가구수에 비례한 공원면적을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둔촌주공은 2015년 최초 사업시행계획인가 당시 총 가구수를 1만1106가구로 계획했다. 그러다 올해 5월 변경인가를 통해 926가구 늘린 1만2032가구로 바꿨다. 이때 늘어난 가구수만큼의 공원면적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조합은 이를 위해 단지 북서쪽 문화시설 부지 4600㎡가량을 공원부지로 변경해 총 공원면적을 3만6000여㎡로 확대하는 계획을 제출했다. 그러나 인가 시점을 종잡기는 힘들다. 강동구청 관계자는 “앞으로 심의와 주민 공람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인가 시점은 대략적으로라도 가늠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비계획을 뜯어고친 뒤엔 이에 맞춰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도 받아야 한다.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일반분양을 서둘러야 하는 시점에 남은 행정 절차가 걸림돌이 되고 있는 셈이다. 둔촌동 A공인 관계자는 “다음달 주택법 시행령이 개정되면 정부가 언제든 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물리적 여건 상 법 개정 전엔 분양에 돌입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찬성 둔촌주공 조합장은 “사업시행계획은 ‘중대한 변경’이 아닌 ‘경미한 변경’이기 때문에 인가까지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며 “관련 절차들을 최대한 빠르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한제 前 분양 가능할까
그래도 일반분양까지는 갈 길이 멀다. 조합원들의 개략적인 분담금 등을 정하는 관리처분계획도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분양가와 분양 방식 등을 결정한 뒤 조합원 총회 의결을 거쳐야 관리처분계획 변경이 가능하다. 조합 집행부가 제시하는 청사진을 조합원들이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조합 관계자는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어 아직 총회 일정에 대한 윤곽도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사천리로 이달 새로운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더라도 다음달까지 분양에 돌입하긴 녹록지 않다. 구청 인가와 착공, 분양가 심의 등의 단계도 거쳐야 한다. 주택법 시행령 개정 전까지 입주자모집공고를 내지 못하면 언제든 분양가 상한제의 사정권에 든다.
조합은 애초 3.3㎡당 3500만원대로 일반분양가를 책정해뒀다. 그러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 기준에 따라 3.3㎡당 2500만원을 넘지 못할 것이란 계산이 나오자 분양가를 높일 수 있는 후분양을 검토했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 발표로 후분양 방안은 사실상 폐기됐다. 이자비용 부담을 감수하면서 후분양을 했다가 상한제를 적용받으면 오히려 손해여서다. 둔촌주공은 일반분양분이 전체 가구수의 절반에 가까운 4787가구여서 상한제가 치명적이다. 지출하는 사업비는 그대로인데 분양수입은 감소하는 까닭이다. 이 때문에 일반분양분을 줄이고 조합원에게 주택 2채를 배정하는 ‘1+1 분양’ 확대 등 여러 가지 방식을 논의 중이다.
재건축 사업이 잇따라 암초를 만나면서 조합원들의 추가부담금이 억대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B공인 관계자는 “일반분양가가 3.3㎡당 3000만원대까지만 내려가도 조합의 분양수입은 예상보다 8000억원 정도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가장 작은 주택형인 전용면적 25㎡를 가진 조합원들은 배정 면적대에 따라 분담금이 6700만~1억5000만원 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석면 논란’ 나비효과
둔촌주공은 그동안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했다. 주변 강남 재건축과 비교하면 투자금이 적게 드는 데다 저층 단지가 대부분이어서 사업성을 높게 평가받은 까닭이다. 2017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아 일찌감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 피했다. 높은 수익률을 노린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손바뀜은 빈번하게 이뤄졌다.
하지만 뜻 밖에 ‘석면 논란’이 발목을 잡았다. 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유해물질인 석면이 예상보다 넓은 구간에서 발견돼서다. 지난해 이주를 마치고도 석면 철거 방식 이견으로 대립하면서 공사가 1년 가까이 멈췄다. 실기한 사이 분양가 상한제가 논의되면서 사업은 중대 기로에 놓이게 됐다. 황금알을 노리고 진입한 투자자들은 폭탄을 맞게 된 셈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주택법 시행령이 개정되더라도 당장 상한제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영향을 예단하긴 이르다”면서 “이미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단지에 상한제를 소급하는 문제는 경과규정을 둬서 구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 네이버에서 한국경제 뉴스를 받아보세요
▶ 한경닷컴 바로가기 ▶ 모바일한경 구독신청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