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칸방 거주 '아동 빈곤가구', 내달 공공임대주택 우선 입주
[경향신문] ㆍ국토부, 주거취약계층 지원안…가정폭력 피해자·미혼모 등 대상 확대
ㆍ자활계획서 폐지 등 신청절차 간소화…9월엔 고령자 포함 추가 대책도
옥탑방·반지하 혹은 고시텔 등에 사는 아동 빈곤가구는 다음달부터 공공임대주택에 우선 입주할 수 있게 된다. 좁은 단칸방에서 부모는 물론 성별이 다른 형제와 함께 살며 최소한의 생활·학습공간 없이 지내는 아동 빈곤가구에 대한 지적(경향신문 4월11일자 1·3면 보도)이 잇따르자 정부가 대책을 마련했다.
국토교통부는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 업무처리 지침’ 개정안을 다음달 15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24일 밝혔다.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은 쪽방·고시원·비닐하우스 등 비주택 거주자와 범죄 피해자 등이 매입·전세임대 등 공공임대주택에 우선 들어가 살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보증금은 50만원(주거급여 수급 가구는 무보증)이며,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30% 수준이다.
개정안을 보면 공공임대주택에 우선 입주할 수 있는 대상에 가정폭력 피해자, 출산예정 미혼모 등과 함께 아동 빈곤가구가 포함됐다. 다음달 말부터 성장기 아동이 부모와 함께 단칸방에 살거나 입식 부엌 및 수세식 화장실이 없는 곳에 거주하는 경우 공공임대주택에 먼저 입주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아동 빈곤가구는 19세 이하 아동이 있으면서 주거기본법에 규정돼 있는 최저주거기준에 미달된 주택에 사는 경우를 뜻한다. 지하 및 옥탑방 등 열악한 주거환경에 거주하는 가구도 해당된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지난해 말 발표한 보고서 ‘아동 주거 빈곤의 실태와 주거 빈곤이 아동권리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국내 주거 빈곤 아동은 총 94만4104명으로, 전체 아동의 9.7%에 이른다. 이들 중 0.9%인 8만6605명은 고시텔·컨테이너 등 집이라고 할 수 없는 집에 살고 있었다. 이곳에 사는 아이들은 대개 학습욕구가 없거나 친구에게 집 보여주기를 창피해하며 집에서 탈출하고 싶어 하는 등 정서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
이번 개정안으로 공공임대주택 입소 절차도 간소해진다. 생계·의료·주거급여를 받는 수급자의 경우 이미 가지고 있는 수급자격 증빙 서류만으로 소득·자산 검증과 심사 절차 등을 대체할 수 있다. 그간 공공임대주택 입주 신청을 위해 반드시 제출해야 했던 자활계획서도 폐지된다. 이렇게 되면 임대주택에 이주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기존 최장 3개월에서 7일 이내로 대폭 짧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9월 말 ‘취약계층·고령자 주거지원방안 2.0’을 발표하며 아동 빈곤가구에 대한 추가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21일 ‘취약계층 주거 지원 간담회’에서 “아동 빈곤가구에 대한 주거 지원을 최우선으로 살피겠다”고 말했다.
주거복지단체들은 정부가 아동 빈곤가구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서는 데 환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 차원에서는 아동 빈곤가구 실태를 조사한 적이 없다. 최근에서야 경기도에 이어 서울시가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아동은 주거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고, 영향을 받는 기간도 길다”며 “아동 빈곤가구를 주거취약계층에 한정지어 지원할 것이 아니라 주거복지 로드맵 내에서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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